남을 미워하고 배척하는 행위는 증오와 적개심을 키울 뿐 평화를 이루어내지 못한다. 우리가 평화를 원한다면 증오보다는 이해를, 배척보단 포용을 우선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이해와 포용은 분별심을 뛰어넘는다. 예를 들어 나보다 가진 게 적고 배움이 짧다고 해서 차별하는 마음을 내면 온당한 포용은 이루어질 수 없다.

모든 사람을 차별 않고 포용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불양수(海不讓水)란 말이 있다. 바다는 어떠한 물도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여 거대한 대양(大洋)을 이룬다는 의미다. 이 말은 관포지교(管鮑之交)의 주인공 중 하나인 관중(管仲)의 업적을 기록한 책 《관자》의 ‘형세해(形勢解)’편에서 유래됐다.

부처님께서는 포용을 취함에 있어서 분별이 없어야 한다고 설파하시며 산하대지(山河大地)와 바다를 비유해 말씀하셨다.

“대지는 깨끗한 것도 받아들이고, 더러운 똥과 오줌도 받아들인다. 그러면서도 깨끗하다. 더럽다는 분별이 없다. 수행하는 사람도 대지와 같이 해야 하리라. 나쁜 것을 받거나 좋은 것을 받더라도 조금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분별을 내지 말고 오직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중생을 대해야 한다.” -《증일아함경》

중생을 차별 없이 포용하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은 바다를 비유로 들어 그 뜻을 전하셨다. 이를 요약하면 이렇다. 첫째, 바다가 점차로 깊어지듯이 승가에도 단계적인 배움이 있다. 둘째, 바닷물이 해안을 넘지 않듯이 부처님의 제자들은 계율을 어기지 않는다. 셋째, 바다가 시체를 해안으로 밀쳐내듯이 범계에 대해선 반드시 거죄(擧罪)한다. 넷째, 바다에 합류하면 옛 연원을 묻지 않듯이 승가 역시 오로지 사문석자(沙門釋子)로 불린다. 다섯째, 바닷물이 동일하게 짠맛이 나듯이 승가도 동일한 해탈미(解脫味)를 맛본다. 여섯째, 바닷물은 온갖 물이 합쳐져도 덜하거나 더함이 없듯이 승가가 아무리 많이 열반에 들더라도 증감이 없다. 일곱째, 바닷물에 갖가지 진귀한 보물이 간직돼 있듯이 승가에도 미묘한 교법과 계율이 있다. 여덟째, 바다에는 갖가지 큰 물고기가 살고 있듯이 승가에도 위대한 제자들이 살고 있다.

여러분도 바다처럼 포용력을 키워 화목한 삶을 지내시길 바란다.

법진 스님 | 본지 발행인·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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