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안다고 대단한 승려라는 것은 옳지 않은 시대이다. 현대사회에서 많이 아는 것은 AI(인공지능)로 충분하다. 안다는 것으로 예경되던 시대가 아니다. 이제는 행증(行證)이다. 삶의 현장에서 구체적인 행동이나 실천이 따라야 한다. 삶의 모습이 사표가 돼야 한다.”

참여불교재가연대(상임대표 허태곤)와 한국불교언론인협회(회장 이재우)는 20일 서울 만해NGO교육센터에서 ‘불교에서 신도는 누구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서는 김형남 변호사(법무법인 신아, 재가연대 공동대표)가 ‘종법과 조계종단이 말하는 신도의 지위’, 우희종 교수(서울대, 바른불교재가모임 상임대표)와 이재열 원장(불교경전연구소)이 각각 ‘교단과 재가자 간의 바람직한 관계 및 각자의 역할’을 발표했다. 최옥곤 거사(봉은사신도회바로세우기 운동본부), 박법수 대변인(용주사신도비대위)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머리 깎았다고 승려 아니다

우희종 교수는 ‘신해행증’을 강조했다. “머리만 깎았다고, 종단 고위층이라고, 불교 의식을 할 줄 안다고 해서 승려인 시대가 아니다”라고 했다. “아는 것에 머물러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우희종 교수


우 교수는 “2500년 전 부처님 재세 시, 부처님 말씀 들었다는 것은 큰 특권이었다. 가진 지식이 권위를 부여했다. 그동안 전문출가자 집단이 누리던 지위와 권위가 이 시대에 어떤 의미일지 물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머리만 깎았다고, 종단 고위층이라고, 불교 의식을 할 줄 안다고 해서 승려인 시대가 아니다”고 했다.

변태 이해 못하는 승려집단

우 교수는 “21세기 승가공동체는 중요하지 않다. 부처님 가르침대로 너와 내가 둘이 아니라면 승가공동체에 쏟았던 정성은 이제 중생공동체로 돌려야 한다”고 했다.

우 교수는 “한국불교는 대승불교 선종불교라면서 평생 좌복에 앉는 것을 큰 가치로 여겨 왔다. 초기불교 모습을 21세기 대승불교라며 강조하는 것은 변태불교”라고 했다.

이어 “일반인은 아는 사회논의와 발전 과정인 ‘변태’를 승려집단에서 야동 수준으로 이해하는 것을 보고 한국사회 지식인들이 불교를 떠나는 이유를 알았다. 일반 사회 논의를 승가집단이 따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중생과 함께 함이 깨달음

우 교수는 “중생과 함께 하는 삶이 깨달음의 모습이고 불교가 가야할 길이다. 그렇지 못하는 것이 또 다른 형태의 변태불교”라고 했다.

그러면서 “불교가 개인 마음 치유와 힐링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개인 치유 넘어 사회 고통 해결로 나아가야. 그렇지 않은 불교는 똥자루 불교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우 교수는 “개인 기복 이용한 스타 승려가 등장하고 있다”면서 이는 승려뿐 아니라 재가자까지 죽이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우 교수는 “행증이 따르는 스님이 예경의 대상이어야 한다. 부처님은 껍질만 승려를 예경하라고 말씀한 적 없다. 승가를 욕되게 하는 기생충 같은 승상(僧相)은 타파해야 한다”고 했다.

사부대중 평등하려면

우 교수는 “승상을 버리고 재가자로서 당당함이 있을 때 사부대중은 평등해진다. 어설프게 승려 흉내 낼 것도 없다. 생활 현장이 서로 탁마하며 길을 가는 장소가 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 신해행증은 특정 외형과 삶을 의미하지 않는다. 출가자와 재가자는 서로 삶의 현장에서 만나 개인과 사회가 겪는 고통과 함께 해야 한다”고 했다.

우 교수는 “지금 이 자리에서의 삶이 곧 무여열반의 대자유 삶을 구현하는 자리로 실천해야 한다. 특별한 그 무엇이 필요하지는 않다”고 했다.

▲ 참여불교재가연대와 한국불교언론인협회가 불교신도는 누구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갖고 있다.

불교 10년 전부터 2위, 3위

이재열 법사는 “불교는 10년 전부터 2위, 3위였다. 이는 내가 직접 포교현장에서 체험한 것이다. 불교의 세력은 여호와증인, 대순진리회만도 못하다”고 했다.

이 법사는 “10년 후에는 불교 인구수 더 급감할 것”이라면서 “불교 활발하고 불자들 자긍심 높던 때는 1980년대였다”고 했다.

이 법사는 1980년대 한국불교중앙회, 달마회, 대승불자회 등 법회에 2000~3000명 오는 단체 가 많았지만 지금은 살아남지 못했다고 했다. 스님들보다도 재가자들의 전법교화 의지가 셌고, 시내 곳곳에 개척포교당을 여럿 세웠다고 했다. 현재 도심포교당 가운데 성공한 곳은 능인선원, 강남포교원 등 5개도 남지 않았다.

불교 걱정 하는 스님 적다

이 법사는 “책임 있는 재가자들을 만나면 불교 걱정을 많이 한다. 스님들은 불교 걱정 않는다. 스님과 재가자끼리 터놓고 대화가 안 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스님들은 초파일 연등을 보며 불교세라고 착각한다. 그것이 얼마나 껍데기이고 보잘 것 없는지 인식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 법사는 “스님들 공경에 삼배 문화가 큰 역할을 했다. 어느 경전에도 재가자가 출가자에게 삼배했다는 기록 없다. 유독 한국불교에서만 삼배하게 했다. 그 삼배가 재가자들이 스님들에게 굴종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신도 쓰고 버리는 풍토

이 법사는 “스님들은 불사를 위해 신도를 모은다. 내 권력을 위해 신도가 필요할 뿐이다. 신도 쓰고 버리는 풍토가 팽배해 있다. 현장에서 보면 배신감 느끼는 신도들이 많다”고 했다.

이 법사는 “방에 쳐 박혀서 절에 나가지 않는 방콕 신도가 많다”고 했다. 이어 “이 절 저 절 다니는 방황하는 신도가 있다”고 했다. 이들 때문에 사찰에서는 신도가 늘어있는 것처럼 보인다. 방안의 공기가 돌아다니는 것과 같다. 방안에 공기가 갇히면 결국 산소가 줄어 모두 죽는것과 같다“고 했다.

이 법사는 “재가자를 외호세력이라고 말한다. 재가자는 승단의 기반이지 외호세력이 아니다. 재가자가 없는데 부처님 법이 무슨 필요인가. 사찰이 무슨 소용이냐”고 했다.

조계종 신도 지위는 유령 같아

김형남 변호사는 “불교 외형만 보면 자랑스럽다. 사찰 소유 토지가 넓고, 불교 문화재도 많다. (조계종 기준) 1만 승려, 이 가운데 1000명이 활약하고 있다. 이들이 700만 불자를 상대하기에 벅찬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최옥곤 거사는 한국불교 최초로 자기 돈으로 평신도 지위회복 소송을 했다. 소송에서 상대방은 신도회 회칙은 권고규정이라고 했다”며 봉은사, 용주사 신도 소송에서 오고간 법률 공방을 소개했다.

김 변호사는 “신도 보시금으로 운영되는 조계종에서 신도 지위는 흡사 유령과 같다. 신도의 자격은 엄격하나 사찰에 대한 권한은 거의 없다. 심지어 사찰 내 불법 행위에 대해 비판할 권리조차도 없다”고 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조계종 신도들의 소속감과 자긍심은 어디서 생기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참여불교재가연대와 한국불교언론인협회는 조만간 ‘제도권 불교에는 희망이 있는가’를 주제로 다음 토론회를 갖는다.

<이 기사는 본지 제휴사인 불교닷컴에서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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