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윗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각한 작‘연하장’, 오부관을 쓴 지장보살부, 파카소 작‘수탉’, 샤갈 작 ‘노란 꽃송이와 닭’, 군게도(헝가리). <사진=명주사 고판화박물관>

닭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 동물이다. 새벽을 알리는 희망의 전령사이자 수탉의 벼슬은 출세와 부귀영화를, 암탉은 다산과 풍요를 상징한다. 닭 그림은 예로부터 귀신을 쫒아내고 액운을 막는 수호초복(守護招福)의 기능이 있다고 믿어 정월 초하루에 액운을 물리치는 용도로 쓰이기도 했다. 지네의 천적이기도 한 닭은 이 때문에 지네, 전갈, 두꺼비, 도마뱀, 뱀 등 오독(五毒)을 없애는 금계천사부적으로도 사용됐는데, 불교에서도 이것을 받아들여 오불관을 쓴 지장보살상을 모시기도 한다.

정유년 설을 앞두고 세계의 닭 관련 판화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이색 전시회가 열린다.

원주 명주사 고판화박물관(관장 한선학)은 1월 22일부터 3월 31일까지 ‘새벽을 알리는 희망의 전령사 - 세계의 닭 판화 특별전’을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은 2017년 문화재청 생생문화재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이번 전시회에는 한국의 세화 목판화, 민화, 석판화, 탁본을 비롯해 한·중·일 삼국의 목판본과 목판 연화(年華), 부적류, 우키요에 등이 선보인다. 또 닭을 작품 소재로 즐겨 사용했던 피카소와 샤갈의 석판화 작품, 헝가리 석판화 등 유럽의 미술작품 70여 점도 함께 전시된다.

이번 특별전 전시 유물 중에는 명나라 때 간행된 판화 《열선전전(列仙全傳)》을 눈여겨 볼만하다. 《열선전전》에는 닭과 관련 있는 신선인 축계옹이 등장한다. 축계옹은 1,000마리가 넘는 닭을 기르면서 모두 이름을 지어주었는데, 축계옹이 이름을 부르면 닭이 쫓아왔다고 한다.

중국 연화 중에는 ‘입춘대길 금은만당(立春大吉 金銀滿堂)’이란 용어가 들어있는 연화가 주목된다. 이 연화는 혹독한 겨울이 지나고 새 봄을 맞이하면서 집안에 금은이 가득하라는 의미로 사용하는 것인데, 붉은 닭이 금과 은이 주렁주렁 달린 돈나무를 짊어지고 집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하고 있다.

닭과 관련된 우리나라 풍속을 엿볼 수 있는 판화도 있다. 백동도 석판화를 통해서는 우리 민족이 닭싸움을 즐겨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풍속을 판화로 표현한 폴 자클레도 우키요에 판화 중에는 두건을 쓴 남자와 짚신을 신은 조선이 싸움닭을 들고 있는 다색판화도 있다.

닭은 예술 작품에도 소재로 자주 사용됐다. 이번 전시회에는 아름다운 오색 수탉 육필민화와 화조도, 닭 민화, 다색 목판화 등이 소개되고 있으며, 일본의 유명한 미인화 우키요에 작가인 우타마로의 ‘백천조’ 다색판화와 일본 최고의 화가인 호코사이의 ‘군계도’ 다색판화가 소개된다. 또 피카소의 ‘수탉’, 샤갈의 ‘노란 꽃다발과 닭’ 석판화가 함께 소개돼 동·서양의 닭 판화를 비교해 볼 수 있다.

《개자원화보(芥子園畵譜)》 등 화보류 속에선 다양한 닭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고, 《부모은중경》 등 고서 속 삽화와, 《모시품물도고(毛詩品物圖考)》 등 백과사전류에서 닭 문양을 찾아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명주사 고판화발굴관은 전시회 기간 동안 ‘세계 닭 판화와 함께하는 템플스테이’ 등 다양한 전통판화교육을 진행하고, 찾아가는 이동판화교육의 일환으로 닭 판화 인출 체험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전시회를 기획한 한선학 고판화박물관 관장은 “닭은 밤의 어둠을 몰아내고 새벽을 알리는 희망의 전령사”라며 “불굴의 정신으로 국가에 닥친 환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불경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가 다시 한 번 도약하여 세계 속에 빛나는 대한민국으로 거듭날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라는 의미에서 세계의 닭 관련 판화 자료 70여 점을 모아 전시회를 갖는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