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은 지난 10일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총무원장으로서의 소임을 마무리하고 일상의 수행대중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신년기자회견의 내용은 10개월 뒤 일상의 수행대중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총무원장의 마무리 발언이 아니라 “종단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한 미래전략이 필요하다”며 “대한불교조계종 백년대계본부를 만들겠다”고 하는 등 이제 막 임기를 시작한 총무원장의 향후 집권 청사진을 보는 느낌이다. 말바꾸기로 34대 총무원장 재임을 한 자승 스님이 일상의 수행대중으로 돌아간다는 자신의 말을 이번에는 실천할 지 지켜볼 일이다.

한편 자승 원장은 이번 신년기자회견에서 "현재의 문화재청은 전통문화 계승과 보전에 무관심하고 관료조직에 안주하여 일방적인 행정을 펼치는 등 소통에 취약한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고 하면서 "국립공원 등 보전이 필요한 국가유산의 전문적이고 통합적인 관리를 위한 새로운 정부 기구의 개편방안을 이번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제안하고 실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는 대통령 선거를 이용해 문화재청의 해체를 추진하겠다고 읽힐 수 있는 발언이다.

자승 원장이 신년기자회견에서 왜 이런 발언을 했는지는 이어진 언론보도에 의해 그 전말이 드러났다. 문화재청이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문화재관람료 징수 실태조사를 한 것이 발단이다. 언론에 보도된 조계종의 입장은 문화재청이 조계종, 해당 사찰과 사전협의없이 은밀히 조사를 하여 갑질행정을 넘어 불교를 사찰했다는 것이다.

또한 문화재관람료 징수의 근간이 되는 문화재보호법이 문제가 있다는 점을 전제로 위법성과 정비방안을 검토할 것을 요구하고, 조계종 내부의 종규까지 검토대상에 포함한 것은 종교탄압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관람료 폐지나 징수위치 변경을 전제로 실태조사를 하는 것은 미리 결과를 예단하는 것이라고 주장을 하며 문화재청의 이러한 행태가 일방통행 행정과 불통의 단적인 예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조계종이 문화재청의 문화재관람료 징수 실태조사에 벌컥 화를 내고 총무원장까지 나서서 정부기구 개편방안을 이야기하는 것은 뭔가 찔리는 게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조계종은 문화재청이 조계종과 협의없이 은밀히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고 비난을 하지만 조계종은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하면서 수입과 지출을 공개한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물론 문화재보호법에는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는 근거조항이 있다. 그런데 이 조항은 1996년 7월과 2000년 7월에 개정이 되면서 수입, 지출에 관한 조항과 문화재보호에 우선 사용되어야 한다는 조항은 삭제되고 징수할 수 있다는 조항만 있다. 조계종은 이러한 조항을 근거로 문화재관람료의 수입과 지출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일반국민으로부터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하고, 심지어 사찰에 가지 않는 등산객에게도 사찰 땅을 통과한다는 이유로 문화재관람료를 받아 국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조계종이 정부기관이 문화재관람료 실태조사를 한다는 이유로 반발을 하고, 갑질행정, 불통행정, 민간인 사찰, 종교탄압까지 거론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는 느낌이다.

조계종은 문화재청의 문화재관람료 실태조사에 반발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공신력있는 기관이나 외부 시민단체에 용역을 맡겨 문화재관람료의 실태와 수입, 지출 내역을 상세히 공개하고, 통행로를 막고 관람료를 징수하는 행태를 중지하는 것이 도덕성을 기반으로 하는 종교기관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처럼 집단이기주의를 고수한다면 불자수는 계속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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