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천성산 지킴이’, ‘도롱뇽 소송’으로 잘 알려진 지율 스님이 경북 영덕 칠보산 기슭의 산막에서 쓴 농사일지이자, 열 가구가 모여 사는 오지 마을 어르신들이 평생 땅을 일구며 살아 온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생명을 파괴하는 자본과 권력에 맞선 오랜 단식을 끝내고, 걸음도 걷지 못하는 몸으로 마을에 들어온 지율 스님은 심고, 가꾸고, 수확하고, 나누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기록하며 죽음의 문턱에서 삶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처음엔 외부인에 불과했던 스님은 낡은 집을 손봐주고, 어설픈 텃밭농사를 거들어주는 마을 어르신들의 무심한 듯 다정한 보살핌 속에서 조금씩 ‘마을 사람’이 되어갔다.

닷새에 한 번 버스가 들어오는 깊은 산속 오지마을에서 어르신들은 쉬지 않고 일했다.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손발을 쉬는 날이 없었다. 지율 스님은 ‘죽음’과도 같은 겨울을 보내고 다시 또 씨를 뿌리는 농촌의 삶을 지켜보며 죽음의 터널에서 빠져나와 다시 자기 삶을 심고 가꿀 수 있게 되었다고 회고한다. 자연의 순리가 깨달음이고 경전이라는 사실을 몸으로, 그리고 가슴으로 체험한 것이다.

이 책에는 칠순 팔순을 넘긴 어르신들이 자기가 태어난, 혹은 시집 온 집에서 예전 방식 그대로 농사를 지으며 한 해를 보내는 모습이 담겨있다. 오랜 시간 변해가는 자연을 기록해온 지율 스님은 이 마을에서도 관찰자이자 참여자로서 어르신들의 농사일지를 대신 써내려간다. 한 해 농사를 시작하기 전에 온 마을이 모여 동제를 지내고 길일을 택해 장을 담그고, 분뇨를 모아 거름을 만들고, 소를 몰아 밭을 가는 식의 전통적인 농경은 이 땅에 얼마남지 않은 귀한 풍경이라 여기며 사소한 일화 하나하나까지 꼼꼼히 수집하듯 적어놓았다.

이 책은 스님이 낙동강 도보순례를 떠나기 전 3년 동안 머물렀던 오지마을에서 쓴 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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