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권의 비리보다
 헌정질서 파괴 우려돼

“지금 나는 국회의 썩은 냄새, 검찰의 오염된 탁류, 언론의 야비한 변질을 보고 있다.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치졸한 짓들을 더 이상 그대로 두고 볼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주말마다 태극기를 들고 집회장으로 간다. 나는 70이 넘었지만 내 분야에서는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을 만큼 배웠고, 친일
은 더욱 아니며, 박사모는 더더욱 아니다. 지금까지 그 어느 단체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다. 나는 단지 공산주의나 사회주의가 자유민주주의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지 않을 뿐이다. 그러니 집회에 참가하는 내게 종북타령이라 하지 말고, 친일파라 하지 말고, 박사모라 하지 말고, 무식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늙은이라고 하지 말라는 뜻이다.

나 지금도 내가 벌어 잘 먹고 있으니 돈받고 나왔다고 하지도 말라. 내가 집회에 참석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지금까지 지켜온 자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어서다. 대한민국의 언론은 참으로 이상하다. 촛불은 언제나 시민이고 국민이다. 촛불들이 떠드는 개소리는 위대한 국민의 소리다. 그들의 귀는 막혔는지 아예 생기다 말았는지 태극기의 파도가 내는 소리는 들리지도 않는 모양이다. 단지 소수의 맞불 집회라고만 한다.

내가 이 나이에 태극기를 들고 나와 집회에 참가하는 이유는 속내가 보이는 새빨간 집단들의 선동에 휘말린 군중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르고 해괴한 요구들을 뱉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더럽고 야비한 언론들아! 촛불은 100배를 튀겨서 보도하고, 태극기는 십분의 일로 줄여서 보도하고, 허위, 거짓, 조작에다 야비하게 말장난까지 하는 너희 언론들의 말로가 어찌되는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내가 이 나이에 주말이면 태극기를 들고 광화문으로 가는 이유는 그 많은 국회의원들이 모두 하나같이 정신을 도둑맞았는지 엉뚱한 짓들을 하고, 명색이 최고의 공권력을 자랑하는 검찰도 정신을 잃고 휘청대고 있어서다. 국회와 검찰이 언론에 부화뇌동한 것은 광란의 촛불이 겁나서였겠지. 나는 더 큰 맛을 보여주려고 나섰다. 침묵하는 다수가 움직이면 어떤 소리가 나는지 기필코 보여주리라. 태극기의 파도는 거대한 쓰나미가 되어 촛불을 덮칠 것이다. 그때, 국민을 장기판의 졸로 본 국회와 검찰과 언론들이 어찌하는지 두고 볼 것이다. 헌법재판관들이여, 역사에 길이 남을 결정을 부끄럼 없이 해주기 바란다. 훗날 치욕의 이름을 남기지 말지어다. 촛불을 겁내지 마라. 대한민국 전부를 태극기 물결로 덮어주마. 이제 침묵하던 다수가 깨어나고 있다. 2016년 12월 23일, 조국을 사랑하는 70세 노인이”

가까운 지인이 보내준 글이다. 이 글에 잘못된 부분이 있는가. 박근혜 정부가 잘 했다는 뜻은 없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빚어진 제반 사건들은 법에 따라 준엄하게 처벌하면 된다. 이 글은 최근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며 침묵하던 다수의 의견을 반영한 측면이 있다. 언론이나 촛불 집단은 침묵 속의 목격자들을 ‘바보’로 또는 불의에 대한 저항정신이 미약한 자로 취급했지 싶다. 선동집단은 ‘애국집회’를 ‘쓰레기’ 정도로 취급했을지 모른다. 기자들은 진정 ‘정의’사수에 대한 의지가 강해서인가. 아니면 역시 포퓰리즘에 휩싸여서인가. 주요 언론은 삼류 옐로우 페이퍼에나 실릴 내용으로 가득하다. 보도의 품질에 문제가 있다.

어느새 우리사회에서는 애국이란 말을 쓰면, ‘꼴통’이거나 좀 모자란 사람으로 취급하고 냉소적 반응을 보인다. 아마 지적/이념적으로 우월하다고 자부하는 자들이 왕왕 그러하리라. 태극기를 바닥에 딛고 연설을 하던 전직 총리 한명숙의 사진 한 장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일반 시민들의 분노에 올라타 이를 한껏 이용하려는 무리들이 도사리고 있음을 감지하고 있다. 촛불 집회에서 이석기 석방을 외치고, 중학생들이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하자며 언성을 높이는 현장이 목격되지 않았던가. ‘시민 혁명’은 또 무슨 소린가. 양의 탈을 쓴 늑대들이 있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사태가 가능하겠는가.

허나 일반 언론에서는 이런 현상을 깊이 있게 분석하거나 다루지 않는다. ‘애국 집회’형성은 이번 정권의 비리보다, 이를 계기로 나라의 정체성이나 헌정 질서마저 뒤엎어버리려는 그 수상한 움직임에 크게 불안과 동요를 느꼈던 때문이리라. 새해에는 애국이란 말의 긍정적 가치를 되찾고, 대한민국에 사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이 아무쪼록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인 · 블레스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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