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스님은 1977년 해인사로 출가해 수행을 하다가 1980년 광주학살과 불교법난에 저항하는 불교탄압공동대책위 활동을 하고 87년 6월 항쟁에도 적극 참여했다. 정원 스님은 1988년 조계종 승적을 버리고 개인 수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2005년부터는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이전 반대투쟁, 2007년에는 이명박후보 반대투쟁, 2008년 광우병 수입 쇠고기 반대 투쟁, 2009년 한명숙 전 총리 구속 반대투쟁을 하였고, 2014년 세월호 참사때에는 팽목항에서 보름간 식음을 전폐하고 기도를 하였다.
세월호 참사 때 스님은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세월호 1인 시위 때 정원 스님은 “목탁 울려 잠을 깨울 수 없고, 죽비로써 젖은 몸 말릴 수 없어. 요령 흔들어 잠든 영혼 불러올 수 없는 세월의 비명들이여!”라는 문구를 들고 시위를 했는데 불교 수행자로서 눈 앞에서 죽어가는 어린 아이들을 구할 수 없었던 무력감과 좌절감에 이 땅을 떠나 베트남에서 탁발수행을 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이후 스님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반발해 급히 귀국하여 외교통상부에 화염병을 투척하다가 연행되어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에 반대하여 2010년 5월 31일 소신공양을 한 문수 스님에 이어 또 다시 2016년 1월 7일 정원 스님이 소신공양을 하며 박근혜 즉각 구속, 세월호 사건 진실 규명, 한일간 위안부 합의 폐기를 말씀하셨고 1월 9일 마침내 세연을 접었다. 스님의 소신공양에 대해 일부에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하기도 하지만 모든 생명은 차별없이 평등하게 소중하다고 가르치신 부처님은 작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육신을 기꺼이 바치는 위법망구의 수행을 몸소 실천해 보이시기도 하셨다.
어린 학생들이 죽어가는 것을 눈 앞에 보면서도 단 한 명의 목숨을 구하지 못한 것이 박근혜 정권의 어처구니 없는 현실이다. 아이들의 생명을 구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권이 진실을 은폐하고, 그 시간에 사사로운 비선실세들과 어울려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행태를 보이며 국정을 농단해 온 것이 이제야 드러나고 있지만 아직도 뻔뻔하게 버티고 있는 것을 보면서, 자신의 생명을 던져 뭇 생명을 구하고자 하는 소신공양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정원 스님의 위법망구 수행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수행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인 것이다.
정원 스님이 뭇 중생을 위해 세세생생의 보살도를 실천할 때 조계종단은 무엇을 했는지 참회해야 한다. 말로는 정원 스님의 뜻을 폄하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하지만 조계종 권승들이 보여준 행태는 국정을 농단해 온 박근혜 정권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 우리 시대 불교의 슬픈 자화상이다.
정원 스님은 자신의 죽음이 “어떤 집단의 이익이 아닌 민중의 승리가 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제도화된 수사로 소신공양을 수식하지 말라”고 하였다. 이 말은 행여 불교계와 조계종 권승들이 정원 스님의 소신공양을 자신들의 입지강화에 이용할 것을 예견하고 경계한 말이다. 사사로운 이익을 추구하며 국정을 농단해 온 박근혜 정권의 말로를 지켜보면서 불교계도 일부 권승들이 탐욕과 욕망으로 사익을 추구하는 불교농단을 중단하고 참회해야 한다.
불교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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