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명 증도가자 반(般·왼쪽)과 수(受·오른쪽).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보다 138년 앞선 금속활자라는 주장이 제기돼 7년째 진위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일명 ‘증도가자(證道歌字)’가 공개 검증대에 오른다.

문화재청은 “국가지정문화재 지정조사 중인 고려 금속활자(일명 증도가자) 분석 결과를 문화재청 홈페이지를 통해 일반에 공개했다”며, “이번 공개검증을 통해 대․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한 뒤, 이를 반영해 신중하게 지정 심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증도가자는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를 인출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금속활자다. 《남명천화상송증도가》는 현재 금속활자본이 전해지지 않고, 고려 고종 26년(1239)에 금속활자본을 목판에 다시 새겨서 찍어낸 복각본만 전한다. 증도가자가 진품이라면 복각본으로 검증이 가능하고, 이 경우 증도가자는 우왕 3년(1377) 간행된 금속활자본 《직지》보다 최소 138년 앞서는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가 된다.

증도가자 진위 논란은 2011년 문화재청에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해달라는 신청이 접수된 이후 끊이지 않고 계속돼 왔다. 문화재청은 2015년 문화재위원회 논의를 거쳐 같은 해 6월 ‘고려금속활자지정조사단’을 구성해 지금까지 조사를 진행해왔다.

이번에 공개되는 자료는 국가지정문화재 지정조사 계획에 따라 국립문화재연구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분석한 결과를 비롯해, 주조‧조판 실험결과, 취득 경위 관계 자료, 그간의 경과자료 등이다. 공개된 자료는 문화재청 누리집(www.cha.go.kr) ‘알림판-지정신청 미술 전적 문화재 공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화재청은 1월 13일까지 전문가와 일반 국민에게 의견을 받은 뒤, 제시된 의견에 대해 추후 국립문화재연구소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함께 공동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문화재청이 공개 검증하겠다며 그동안 검증자료를 모두 공개한 것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조사 결과가 진품이라고 판단한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조사 결과와 다르기 때문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윤곽선 분포 수학적 계산 기법, 딥러닝(Deep Learning) 기법, 글자 중첩 비교법 등 3종의 방법으로 서체를 교차 검증한 결과 《남명천화상증도가》 복각본과 증도가자의 유사도가 통계적으로 무의미할 정도로 낮았다고 밝혔다.

또 《남명천화상증도가》 복각본이 면마다 광곽(匡郭, 판의 사주를 둘러싼 검은 선)의 크기가 다르다는 데서 착안한 조판 검증에서도 진본이 아니라는 결과가 도출됐다. 보물 지정 신청된 증도가자 101점을 홈형, 홈날개형, 네다리형, 홈형/홈날개형 혼합 등 4가지 방법으로 조판 가능 여부를 확인한 결과 홈형 활자의 경우 복각본 최대 실측치에는 조판할 수 있었지만 최소 실측치에서는 조판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홈날개형, 네다리형의 활자는 홈형 활자보다 더 크기 때문에 나머지 3자지 유형으로는 조판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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