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는 사회에서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도덕적 마지노선이라 할 수 있는 이 경계마저 무너뜨리게 될 경우 사람과 금수(禽獸)의 구분이 없어진다.

그럼에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무너지는 일이 최근 교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법인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 제정을 기점으로 선학원을 장악하려는 조계종단의 술책에 일부 교계여성단체와 선미모가 선봉대로 나서면서 빚어지는 일이다.

지난 해 12월 21일 동짓날. 불교여성상담개발원과 산하 나무여성인권상담소, 종교와 젠더에서 나온 여성 4인은 서울시 성북구 대사관로에 위치한 정법사 정문 앞에서 이른 아침부터 피켓시위를 벌였다. 그들은 ‘성추행’ ‘성희롱’ 등 단어를 손피켓에 크게 새기고 이것이 마치 사실인 양 정법사 정문에서 동지법회에 오는 신도들을 향해 높이 쳐들었다.

마을버스로, 승용차로 혹은 도보로 정법사에 들어서는 신도들은 그 광경을 보고 저마다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법사에 수 십 년을 다녔다는 신도들은 한 번도 흐트러짐 없이 올곧게 신행생활을 지도해온 주지 스님인데 믿을 수 없다는 눈치가 역력했다. 이런 와중에 충격이 컸던 노보살은 법당에서 쓰러지더니 급기야 드러누웠다는 후문이다.

▲ 교계 일부 여성단체가 동지법회 때 정법사 정문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 정법사 신도가 민족명절이라 할 동지법회날 사찰까지 찾아와 시위를 하는 데 대해 격렬하게 항의하는 가운데 경찰관계자가 충돌을 우려해 막아서고 있다.

또 조계종단 하수인으로 나선 여성단체와 선미모는 선학원 임시사무실이 자리한 서울 종로구 경운동 SK허브 앞에서도 월 수 금 오전 9시~오후 1시까지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는 선학원도 함께 맞불시위를 하고 있다. 선학원은 조계종 고위직 승려의 비구니자매 성폭행, 용주사 은처승 문제, 현 총무원장이 거론되는 신밧드 룸싸롱 사건 등의 기사 공개로 한국불교의 민낯을 그대로 폭로하고 있다.

잘못된 것은 도려내야 옳다. 종기는 고름을 짜내고 상처를 치유해야 낫는다. 그러나 지금 조계종단의 하수인으로 나선 교계여성단체와 선미모는 이런 처신이 아니다. 엉뚱한 곳에서 멀쩡한 데 돌팔매질을 날리고 있는 형국이며 치유해야 할 상처부위에 종기를 더 옮겨오는 꼴이다.

지난 해 주택인구총센서스 연구조사결과에 따르면 불자의 수는 불과 10년 새 300만이 격감했다. 불자 수 격감은 이번 여성단체의 시위처럼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으며 사실을 호도하는 데에도 큰 원인이 있다고 진단된다.

더욱이 ‘성추행’ 건은 여직원 A씨의 일방적 주장에 의한 고소로 현재 검찰에서 조사 중인 사건이다. 범죄사실로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법보신문>은 1997년 불교방송 공금횡령 사건을 폭로해 그 공로로 한국불교기자협회 대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법보신문>이 지목한 공금횡령 당사자는 수년 뒤 대법원에서 무죄확정판결을 받아 그간의 무고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법보신문>은 이에 대해 훗날 일언반구 해명도 없이 넘어갔다.

여성불교단체와 선미모는 더 이상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수시로 넘는 시위행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수 십 년을 정신적으로 의지하며 따르던 스님을 전후사정 설명도 없이 단지 혐의만을 내세워 글자 하나로 파렴치범인 양 선동하는 것은 수많은 신도들에게 씻지 못할 충격을 안겨주는 행태이기도 하지만 인과법을 실천하는 불자로서 옳은 태도가 아니다.
과거 <법보신문>의 보도로 인해 공금횡령 범죄자로 낙인찍혔던 당사자가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판결이 났을 때 손가락질했던 사람들이 내가 언제 그랬느냐고 발뺌한들 그 전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치와 같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이란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 다시금 인간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도덕적 마지노선을 말한다. 현재 여성단체와 선미모가 하는 시위는 불교와 사찰, 주지와 신도, 급기야 인간관계마저도 모두 파괴하고 파탄내기 위한 불순한 의도로밖엔 여겨지지 않는다는 게 뜻있는 불자들의 의견이다.

불교계의 제단체가 상처받지 않으면서 현 성추행 사건의 내막과 진실을 바로 알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지켜야 한다는 충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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