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철학은 얼핏 매우 어려워 보여도 실상은 아주 소박한 데서 시작해서 다시 본래의 소박한 데로 돌아간다는 말을 하고 싶다.”

김문갑 충남대 연구교수는 최근 《일상에서 찾은 천년불교》를 펴내며 이렇게 말했다. 《일상에서 찾은 천년불교》는 월간 <선원>에 ‘불교철학 이야기’란 제목으로 연재한 글을 모아 다시 재구성한 것이다. 저자는 “불교가 대승불교, 그리고 중국불교의 교종과 선종 등으로 화려하게 펼쳐지지만 이는 결국 부처님의 아주 쉬운 가르침이 참 진리임을 증명하는 여정이었음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이 책을 출간하게 된 동기를 설명했다.

“모든 악을 짓지 말고, 모든 선을 받들어 행하라.”

이 당연한 말, 전혀 어렵지 않은 가르침이 천 년을 돌아 도달한 궁극의 진리라고 밝힌 저자는 그럼에도 이토록 쉬운 가르침이 그토록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했는가에 주목했다. 저자는 그 이유를 “그것은 인류가 저지른 가장 잘못된 죄악이 가장 좋은 이름으로 행해졌고, 행해지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신(神)의 이름으로, 선(善)의 이름으로 인류들은 그간 수많은 죄를 저질러왔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십자군 전쟁, 종교재판, 나치의 홀로코스트, 일본군에 의한 난징 대학살,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등등이 그 사례에 해당한다.

저자는 “불교는 그 어떤 종교나 사상보다도 치밀하고 열정적으로 이 문제를 파고들었다”며 “끊임없이 파사(破邪)를 외쳤고, 일체총살(一切總殺)을 부르짖었다”고 밝혔다. 즉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는 일체를 독단(獨斷)으로 보고 배척하였다는 것이다. 이렇게 모든 독단과 교조(敎條)와 싸우며 불교철학이 완성됐다고 강조한 저자는 “인류역사상 가장 완벽한 철학, 실로 원만(圓滿)한 체계를 이루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원만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고 했다. 지금 이 자리, 서로 만나고 사랑하고 같이 아파하는 바로 이곳에 있다면서 부처님은 종교가 달라도, 피부색이나 언어가 달라도 서로 어울릴 수 있는 세계가 원만임을 가르쳤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주변에서 찾아보며 쉽게 풀어보고 싶었다는 저자는 월간 <선원> 연재를 처음엔 8~10회 정도로 마무리하려 했으나 어찌하다보니 30회 분량으로 길어졌다고 밝혔다. 지나고 보니 더 좋은 이야기, 더 적절한 사례들도 참 많았다면서 이런 것을 충분히 책에 담지 못하고 출간한 부분에 아쉬움을 표시했다.

김문갑 저/글앤북/값 18,000원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