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에서 야부스님은 “바른 사람이 삿된 법을 설하면 삿된 법이 정법으로 돌아오지만, 삿된 사람이 바른 법을 설하면 정법이 다 삿되게 된다”고 하셨다. 올 한 해는 나라와 불교계 모두가 삿된 사람이 정법을 행한다고 하면서 나라와 부처님 가르침을 농단한 일 년으로 기억되고 있다.

특히 불교계는 대한불교조계종 자승 총무원장 집행부가 들어선지 7년을 마무리하는 한 해였는데 2005년 1,058만 명이었던 불교인구가 2015년 761만 명으로 30%가량 줄어들어 충격을 주고 있다. 자승 원장은 2009년 취임사에서 “소통과 화합, 불교중흥을 지향하겠다”고 하였고, 2013년 취임사에서는 “한국불교의 새역사를 쓰겠다”고 하였는데, 불교중흥은커녕 임기 중에 297만 명의 불교 인구를 감소시킨 새 역사를 쓴 총무원장이 된 것이다.

박근혜 정권에 대하여 국민들이 분노한 것은 원칙과 소신을 지키고 부정과 부패를 용납하지 않으리라고 믿었던 대통령이, 사교집단에 가까운 사람들을 통해서 국정을 좌지우지하게 하고, 정작 본인은 미용과 성형에 집착하여 나라운영을 등한시했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 인과가 역연(亦然)하다고 하셨듯이, 이렇게 강남의 계모임에서나 있을 법한 행태로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 정권에 대해 국민들이 분노하고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불교계도 마찬가지다. 조계종 자승 원장의 동국대 총장선출 개입, 용주사 주지의 은처 의혹, 불교언론 탄압, 한전부지 환수를 둘러싼 부적절한 처신, 10.27법난기념관 부지 매입에 대한 의혹, 국회의원 총선에서 특정후보 선거운동 등 권력과의 유착의혹, 재단법인 선학원에 대한 탄압과 공작의혹등 지난 일 년 내내 의혹과 갈등이 있었지만 자승원장과 집행부 일부 권승들은 여전히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부처님 가르침을 농단하고 있다.

자승 원장은 “절망은 희망으로, 갈등은 화합으로, 불신은 믿음으로 만들어가는 밝은 공동체를 염원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본인과 집행부 일부 권승들이 관련된 의혹에 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어서 절망을 더욱 깊게, 갈등은 더욱 심하게, 돌이킬 수 없는 불신을 조장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돌려막기 인사로 부적절한 종단 운영을 근근히 이어가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삿된 사람이 바른 법을 이야기하여 정법을 삿되게 하는 것이 아닌가!

지난 일 년은 나라와 종단이 혼란한 한 해였지만 그런 암울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치인들이나 종단의 권승들이 권력의 눈치를 보고 자신들과 계파의 이익을 챙기고 있을 때, 우리 국민들은 촛불을 들고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권퇴진을 외쳤고, 그 촛불은 들불이 되어 결국 사적으로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이끌어냈다.

역사적으로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나라를 구한 것은 정치인이나 권력자, 지식인이 아니라 국민들이었다. 3.1독립운동, 4.19혁명, 5.18 광주항쟁, 6.10 민주항쟁이 그랬다. 이제 2016년 촛불이 그 역사를 잇고 있는 것이다. 그 역사의 현장에 우리 불교신도와 임진왜란 때 나라를 구한 서산, 사명대사의 후예인 대중스님들이 ‘불교행동’이라는 이름으로 참여한 것은 올 한해를 보내면서 자랑스러운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범망경》에는 명성과 사적인 이익을 위하여 권력에 아첨하여 교단을 무너뜨리지 말라는 계율이 있다. 이 말은 국정농단이 드러났는데도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좌고우면한 정치인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지만, 수없이 많은 종단운영의 난맥상이 드러났는데도 계파의 이익을 위해 침묵을 지키고 있는 권승들이 깊이 새겨야 할 가르침이다. 국민들의 촛불이 새로운 희망을 주었듯이, 불교계도 부처님 가르침에 따라 적폐를 청산하는 뜻 깊은 병신년 마무리를 시작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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