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무원장 자승 스님 등이 미국에서 돌아온 송광사 오불도에 예경하고 있다.

도난된 뒤 미국으로 반출됐다가 환수된 순천 송광사 오불도가 일반에 공개됐다.

조계종 총무원(원장 자승 스님)은 12월 14일 오전 11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에서 언론사 기자들을 대상으로 미국 포틀랜드박물관에서 이운해온 ‘송광사 오불도’(이하 오불도)를 공개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이날 공개에 앞서 송광사 주지 진화 스님에게 “마티엘리 씨 부부를 한국으로 초청해 한국불교 문화를 소개해 달라”고 요청하고, 문화부장 정현 스님에게 “국외에 소재한 성보를 환수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송광사 주지 진화 스님은 “마티엘리 씨 부부가 없었다면 오불도는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며, “내년 6월 송광사 성보박물관 개관 때 기증자 부부와 포틀랜드박물관 관계자를 송광사에 초청하겠다”고 답했다.

자승 총무원장과 진화 스님, 중앙종무기관 주요 교역직 소임자 스님들은 환담 후 4층 로비에 마련된 공개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귀국한 오불도에 예경했다.

▲ 송광사 오불도
이어진 기자 브리핑에서 송광사 주지 진화 스님은 “50년 가까이 오불도를 관리해온 마티엘리 씨 부부와 오불도의 가치를 미국에 소개해 준 포틀랜드박물관 관계자에게 감사한다”며, “오불도 환수를 계기로 1995년 도난된 16국사 진영과 여전히 소재를 알 수 없는 또 다른 오불도도 조속히 제자리로 돌아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환수 실무를 담당한 이용윤 총무원 문화부 팀장은 “오불도 환수는 조계종이 2014년부터 추진해온 도난 성보 환수 사업 중 가장 큰 성과”라며, “오불도 환수는 도난 문화재 환수라는 단편적 문화교류가 아니라 성보를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문화교류 초석을 마련한 국외 유출 성보 환수의 모범사례”라고 밝혔다. 기증자가 조건 없이 오불도를 반환하고, 조계종과 원 소장처인 송광사 관계자가 성의를 가지고 감사 표시를 했으며, 포틀랜드박물관은 이를 심포지움과 기증식으로 환원해 현지 시민들과 미국 박물관 관계자들로부터 문화재 반환의 귀감이 되는 사례라는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송광사는 내년 6월 성보박물관 개관 때 포틀랜드박물관과 유물 교환 전시 등 상호 교류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용윤 팀장은 또 “오불도 환수는 LA카운티박물관(LACMA, 이하 LACMA)과 협의 중인 두 건의 불교문화재 환수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LACMA는 동화사 염불암 시왕도와 신흥사 불화를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용윤 팀장은 “염불암 시왕도는 환수 협의가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어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한국전쟁 중 유출된 것으로 확인된 신흥사 불화는 환수를 지속 협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송광사는 12월 29일 11시 송광사 대웅전에서 고불식을 봉행하고, 내년 1월 30일부터 2월 20일까지 경내 사자루에서 오불도를 불자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오불도는 송광사 성보박물관이 개관하면 이곳에 보관될 예정이다. 오불도는 오십삼불도의 일부다. 도난되지 않고 불조전에 남아있던 오십삼불도는 보존과 도난 우려로 현재 사진으로 대체되고, 원본은 박물관에 보관 중이다.

송광사는 또 오십삼불도를 그린 의겸 스님의 작품들이 대부분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된 점을 감안, 조계종 문화부와 문화재청, 순천시청 등과 협의해 오십삼불도를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하는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오불도는 영조 1년(1725) 의겸 스님이 조성한 ‘송광사 오십삼불도’ 중 한 폭이다. ‘오십삼불도’는 ‘십삼불도’ 2폭, ‘구불도’ 2폭, ‘칠불도’ 1폭, ‘오불도’ 2폭으로 구성돼 있었는데, 이번에 환수된 ‘오불도’는 불조전 왼쪽 출입문 벽에 걸려 있던 것이다. 오른쪽 출입문 벽에 걸려 있던 나머지 ‘오불도’ 한 폭은 현재 행방을 알 수 없다.

1970년 불조전 보수공사 중 도난된 것으로 추정되는 오불도는 마티엘리 씨가 1970년 초 인사동 골동품상에서 구입해 1985년 미국으로 반출했다가 포틀랜드박물관에 기탁했다. 기탁자 마티엘리 씨 부부는 오불도가 도난된 것임을 알고 아무 조건 없이 돌려주겠고 약속했다.

‘오불도’는 국립문화재연구소가 2014년 7월 포틀랜드박물관에서 한국문화재 소장 현황을 조사하던 중 확인했고, 지난해 5월 조사 자료를 편집하던 중 도난 불화임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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