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김연진, ‘천보수’, 2014, 40×40cm. 삼베 위에 천연물감. / 예정화, ‘삼세에 내리는 비, 2011, 48×47cm, 비단 위에 천연물감, 금박, 금니. / 오선혜, ‘그런 존재 Ⅰ’, 2012, 45.5×50cm, 한지에 수간분채, 방해말.
▲ 왼쪽부터 김잔디, ‘아미타설법도’, 2014, 60×40cm , 견에 천연물감. / 박장배, ‘탐진치(貪瞋癡)’, 2016, 122×80cm, 면본채색. / 호종현, ‘사유(思惟)’, 54X32cm, 종이에 먹.

금어(金魚). 불교미술에 관심 있는 이라면 무엇을 의미하는 단어인지 단박에 알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고개를 갸우뚱할 단어다. 어쩌면 물고기의 한 종류라고 지레짐작할 지도 모르겠다. 금어는 불화를 그리는 것을 업으로 삼은 이를 지칭하는 용어다.

인도나 티베트, 부탄 등지에서는 물고기를 만물창조의 신으로 여기는데, 불가에서는 불화를 조성하는 사람을 창조의 신인 물고기에 비유해 금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일설에는 부처님이 극락 연못에 금어가 없는 것을 보고 “현세에 부처상을 묘사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세에 극락 연못에 금어로 환생시켜 주겠다”고 한 데서 유래했다고도 한다.

전통 불화를 젊은 시선으로 재해석한 작품전이 열린다. 젊은 금어들의 모임인 한국전통미술청년작가협회(회장 호종현, 약칭 금어회)는 12월 15일부터 21일까지 일주일 간 불일미술관 제2관에서 두 번째 국내 전시회 ‘2016 미,불’전을 개최한다.

젊은 금어들로 이루어진 모임이라 화업(畵業)이 일천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단정하기엔 섣부르다. 송광사, 옥천사 등 전통사찰의 문화재급 불화를 모사하거나 보수하고, 불화 조성에 참여하는 전문 불화가가 있는가 하면, 한국화나 서양화 등 회화작품에서부터 사진, 조각 등 다양한 미술장르에서 활동하고 있는 실력파 작가들이 모인 단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금어회 정회원 12명이 1인당 3~4점씩 출품한 총 4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앞서 언급했지만 금어회 회원 중에는 사진가나 조각가도 있다. 장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불교미술을 통해 지향해 가는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회화에 국한하지 않고 여러 장르의 작가를 회원으로 받아들였다. 이번 전시회에는 김정남 작가가 출품한 사진 3점만 선보이지만, 앞으로는 설치 작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금어회의 이런 뚜렷한 지향성(의식)은 이번 전시회 제목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미, 불’의 ‘미’는 ‘아름다움〔美〕’일 수도 있지만, ‘미완성〔未〕’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아름다움은 그 자체로 완성이지만 미완성은 아름다움을 향해가는 과정이자 방향이라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금어회 회원들은 특정 주제를 정해서 전시회를 열지 않는다. 불교라는 큰 틀 안에서 각자 전시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 안에서 자신들만의 표현기법으로 자신들의 부처를 표현해내는 것이다.

금어회 작가들이 출품한 작품은 전통불화와 전통불화를 재해석한 작품 비율이 1:2 정도다. 전통문화를 그대로 재현해 내는 ‘장인’과 창조력이 중요시 되는 ‘작가’라는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청년작가들의 모습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금어회는 매년 한두 차례의 국외 전시와 한 차례 국내 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일본 나고야 헤이덴지(平田寺)가 매년 개최하는 용신제에 초청받아 ‘용’과 한국불교를 소재로 10명의 회원들이 초청전 ‘한(韓), 불(佛), 용(龍)’전을 갖기도 했다. 금어회는 한국불교미술의 우수성을 해외에 알리고자 내년에는 대만 타이베이와 체코 프라하에서, 2018년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초청전을 열 예정이다.

금어회의 두 번째 국내 전시를 주선한 불일미술관 학예연구실장 구담 스님은 “불교미술은 작업이 최고 난이도에 속한다. 그러다 보니 세월이 지나면 화업을 이어갈 사람과 그만두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걸러지게 된다”며, “올해로 제2회 국내전을 갖지만 그들의 활약상을 들여다보면 앞으로의 불교미술의 밝은 앞날을 전망할 수 있다. 많은 어려움에도 금어회과 주위의 지지와 호응 속에 명실상부한 젊은 불모 화원 단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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