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5일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4대 종정에 현 종정인 진제 스님이 추대되었다. 조계종 종정추대회의는 “현 종정스님이 수행자로서의 표상이고, 종단 내부에서 위상이 있다는 점에서 큰 이견이 없이 재추대됐다”고 발표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종정에 재추대된 진제 스님은 한국불교의 간화선 전통 계승에 매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간화선 진흥을 위하여 2015년 5월 부처님 오신날을 앞두고 광화문 광장에서 한반도 평화통일과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간화선 무차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조계종측은 이날 세계종교지도자와 불자 20만명이 참가하였다고 주장했다.

대한불교조계종의 종헌에 적시된 조계종의 종지는 직지인심, 견성성불, 자각각타, 각행원만이다. 조계종은 육조스님이 조계산에 계셨다 해서 조계종이라고 이름 붙인 것이다. 따라서 간화선 전통계승을 위해 매진하는 것은 조계종을 대표하는 종정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수행이지, 그것이 종정스님 개인의 특이한 이력이 될 수는 없다.

종정은 조계종단의 신성을 상징하고 법통을 승계하는 자리로 최고의 권위와 지위를 가진다. 이러한 지위에 해당하는 불교전통의 소임은 일방사(一方師)가 있다. 일방사는 마음의 근원을 깨달아 중생을 생사의 구렁텅이에서 이끌어 올려, 자성을 깨닫게 하는 선장(禪長)을 의미한다. 따라서 종정에 추대된 스님은 당연히 하여야 할 간화선 전통계승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중생을 생사고행에서 벗어나게 하여,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수행을 방해하는 일부 권력승들의 반불교적인 해종 훼불행위에 대해 준엄한 경책을 해야 한다.

현 종정이기도 한 진제 스님이 재임하는 동안 대한불교조계종은 간화선이 진흥되기는커녕 일부 권승들의 범계행위와 정교유착으로 세인의 지탄을 받아 왔다. 특히 조계종단을 대표하고 종무행정을 통리하는 총무원장은 본인이 이미 시인을 한 과거의 부적절한 일, 도박을 하고 다닌 일, 절뺏기를 하고 다녔다는 일, 논조가 마음에 안든다고 언론을 탄압한 일,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장주스님에게 써준 ‘약속드립니다’ 문건에 관한 일, 선거 때 논공행상으로 봉은사 주지 자리를 임명하여 같은 계파 소속의 스님들이 성명서까지 발표한 일, 동국대 총장선거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일, 조계종의 모태인 재단법인 선학원을 절뺏기 하듯이 탄압을 한 일 등등 수행자로서 자격이 의심되는 일을 자행해 왔지만 조계종단의 신성을 상징하는 종정스님이 이에 대해 경책을 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대한불교조계종의 종정으로 재추대된 진제 스님은 이제 이러한 부적절한 범계행위를 자정하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부처님 율장에 따라 사바라이죄를 저지른 이는 교단에서 추방을 해야하고, 기타 계율을 어기는 행위를 한 수행자는 종헌종법에 의거하여 엄중하게 처벌을 하여 종단의 자정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조계종단의 일부 권승들이 범계행위를 하고 다니면 아무리 간화선이 조계종의 법통이라고 주장을 하여도 대중들의 호응을 얻을 수가 없다. 조계종의 법통은 수행자가 수행자답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줄 때 살아나는 것이고, 간화선도 대중들이 수행자다운 모습으로 수행에 매진할 때 진흥되는 것이다.

만일 조계종단이 이전과 같이 범계가 활개하는 현상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국민들로부터 외면받을 게 자명하다. 그렇다면 종정 진제 스님이 해야 할 일 역시 확실하다. 바로 자정기능의 정착이다. 진제 스님이 다음 임기동안 종단의 자정기능을 통해 종단의 수행풍토를 바로 잡아 불교대중은 물론 일반 대중에게도 존경받는 일방사가 되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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