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퇴진’에 조계종 승려 2,684명이 한 목소리를 냈다. 조계종 소속 스님들이 정국을 염려하며 시국선언을 한 것은 지난 2013년 국정원의 불법대선개입 이후 꼭 3년만이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상임대표 시공 스님)는 12월 1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박근혜 퇴진과 국믹주권 수호를 위한 조계종 승려 시국선언’을 했다. 기자회견 직전까지 비구 1,447명과 비구니 804명 등 모두 2,684명의 스님들이 동참 의사를 밝혔다.

▲ 실천불교승가회를 비롯한 조계종 승려 2,684명이 참여한 '박근혜 대통령 퇴진' 시국선언이 1일 조계사 앞마당에서 열렸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은 비선실세에 의한 국정농단 사태와 헌법질서 파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고, 현 사태의 진상규명을 위해 검찰 및 특검 조사에 성실히 임하며, 국회는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대통령 퇴진과 탄핵 추진이라는 국민들의 준엄한 목소리를 수용하기 바란다”는 세 가지 입장을 표명했다.

이와 함께 “국민의 주권이 덧없이 훼손된 엄중한 시기일수록 나라를 바로 세워야한다는 간절한 염원이 우리 국민들 마음속에 더욱 커져가고 있다”며 “이번 사태와 관련된 모든 삿된 일들의 진위가 명백하게 밝혀지고 법과 원칙에 의해 바로 잡혀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앞서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상임대표 시공 스님은 인사말에서 “제방에서 수행하는 스님들은 매일 아침마다 법당에서 국태민안을 기원하는데 지금 시국이 복잡하고 힘들어 국민들이 생업에 충실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며 “국민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위로하고 국민이 원하는 정부가 들어서서 모두가 생업에 편안히 종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 실천불교승가회 상임대표 시공 스님(가운데)이 발언을 하고 있다. 양옆은 공동대표 일문 스님(왼쪽)과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법일 스님.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법일 스님은 “국민의 권리를 남용한 대통령에게 주권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인데 박 대통령은 그 책임을 국회에 넘겨 요동치게 하고 있다”며 “국민이 진정되고 한 사람 한 사람이 편안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출가자들은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고 있는 촛불집회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한편, 혼란한 정국이 지속될 경우 승·재가단체가 연합한 기구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불교사회연구소장 법안 스님은 “시국선언을 5일간 준비했는데 기간이 짧아 미처 참여하지 못한 스님들도 다수 있다”면서 “자체적인 시국법회도 염두에 두고 있고, 시국선언을 계기로 관망하는 태도를 보이던 스님과 불자들이 국민의 고통을 함께 나누려는 자세를 갖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질의응답 말미에는 ‘불교계 내부의 언론탄압과 자정 문제 등에는 목소리를 내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실천불교전국승가회 공동대표 일문 스님은 “종단 내 문제는 항상 있게 마련이고 거기에 목소리를 내고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라면서도 “(오늘 시국선언은) 한국사의 큰 흐름에 동참한 것으로 봐달라”고 답했다. 이와 함께 “여러 언론 중에서도 실제 ‘해종’ 언론이 있다고 생각하는 입장도 있다는 것을 알아달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보였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상임대표 시공 스님, 공동대표 일문 스님, 전 상임대표 퇴휴 스님, 실천위원장 효진 스님을 비롯해 불교사회연구소장 법안 스님,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법일 스님,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부위원장 도철 스님, 노동위원 해강 스님, 중앙종회 의원 혜초 스님, 장경사 정휴 스님, 동산암 대해 스님 등 12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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