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여 왕흥사지 사리기(왼쪽 위)와 익산 왕궁리 오층석탑 사리기(왼쪽 아래), 부여 왕흥사지 승방치 출토 치미(오른쪽).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익산 미륵사지 석탑 출토 ‘금제사리봉영기(金製舍利奉迎記)’, 부여 왕흥사지 승방지 출토 치미, 공주 무령왕릉에서 발견된 묘지석. 1,400년 세월을 뛰어넘어 화려하고 아름다웠던 백제 문화를 알려주는 유물들이다.

‘금제사리봉영기’는 신라 진평왕의 딸 선화공주와 백제 무왕이 미륵사를 창건했다는 사실을 뒤집은 유물이고, 부여 왕흥사지 승방지 출토 치미는 위덕왕대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치미이다. 무령왕릉 묘지석은 중국 남조와 백제, 일본을 잇는 문화교류를 여실히 보여준 무령왕릉이 누구의 무덤인지 밝혀준 유물이다.

고구려와 신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던 백제 문화의 아름다움과 보편적 가치를 선보이는 전시회가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이영훈)은 (재)백제세계유산센터(센터장 김영식)와 함께 11월 29일부터 내년 1월 30일까지 관내 특별전시실에서 ‘세계유산 백제’ 특별전을 개최한다.

백제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 등재 1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특별전에는 웅진기(475~538)와 사비기(538~660)를 대표하는 백제 문화재 350건 1,720점이 전시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개방적이며 창의적인 백제 후기 문화를 소개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어 특별전을 도성, 사찰, 능묘 세 부분으로 구성했다.

‘도성’은 성곽, 관청, 창고, 공방, 정원, 화장실, 부엌 등에서 출토된 자료들을 통해 당시 건물 구조와 행정 편제, 생활상을 그려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유물 중에는 2011년 공주 공산성에서 발굴한, ‘정관19년(貞觀十九年)’이라는 붉은 글자가 남아 있는 옻칠 갑옷이 돋보인다. ‘정관 19년’은 백제 의자왕 5년(645)이다. 이 옻칠 갑옷은 이번 전시에서 일반에 처음으로 공개된다.

‘사찰’은 중국 역사서에 ‘사찰과 불탑이 많은 나라’로 기록될 만큼 흥성했던 백제불교의 자취와 위상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유물들로 꾸몄다. ‘백제 불교문화의 꽃’으로 평가받는 부여 왕흥사지, 익산 미륵사지, 익산 왕궁리 오층석탑 출토 사리장엄구를 함께 전시한 것이 돋보인다. 세 유물이 함께 전시되는 것도 이번 특별전이 처음이다. 이들 세 곳은 백제 왕실이 창건했다. 이중 왕흥사지와 미륵사지에서 출토된 사리장엄구는 언제, 누가, 무엇을 발원했는지 알 수 있는 유물이다.

‘능묘’에서는 묘제(墓制)를 통해 백제가 지방통치체계를 완성시켜 가는 모습을 엿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한성도읍기(기원전 18~475) 고구려를 따라 돌무지무덤이었던 백제의 묘제는 곧 돌식돌방무덤으로 바뀌고, 웅진도읍기 터널형 천장 벽돌무덤과 능산리형 돌방무덤을 거쳐, 백제 전역이 굴식 돌방무덤으로 일원화됐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도굴되지 않은 채 발견돼 학계의 주목 받은 무령왕릉을 비롯해 송산리 고분군, 능산리 고분군, 쌍릉 출토품을 소개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특별전과 연계해 12월과 내년 1월 모두 세 차례 전문가 초청 강연회를 개최한다. 또 전시기간 중 매일 세 차례 전시 해설을 진행하고, 매주 수요일 저녁 7시에는 전시 기획자가 들려주는 ‘큐레이터와의 대화’를 진행한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특별전이 개방적이고 창의적인 백제역사유적의 문화적 가치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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