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각하는 것은 우주의 기하학적 구조가 아닌가, 물질의 질량이 이합집산하는 ‘현상’ 아닌가. ‘문제는 구조이지 물질이 아니다.’ 정상우주론steady-state-model이 말하는 바다. 정상우주론에 형이상학이 없다. 4차원의 정신세계(혹은 영적세계)가 없다. 삶과 죽음을 단지 기하하적 차이로 이해한다. [정상우주론은 우주를 기하학적 구조로 말한다] 수학이 물질에 관해서 말하지 않고, 동일구조형isomorphic 세계에 관해서 말하는
점에서 오리지널 구조주의 학문이다. 위치에너지와 운동량(혹은 에너지와 시간)을 동시에 확정시킬 수 없는 것을 말하는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 또한 세계가 구조에 의존하고 있지, 물질에 의존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상우주론에 ‘물자체(物自體)로서 시간’은 없다. 정상우주론에서 시간의 시작과 끝을 말하기 곤란하다. 빅뱅우주론의 부정이다. 아인슈타인의 생각과 달리 정상우주론이 상대성원리와 배치되고, 빅뱅이론이 상대성원리에 부응한다. ‘모든 것은 움직이고 움직이는 모든 것은 사라진다’가 상대성원리의 핵심 전언이기 때문이다.

거대 천체의 중력장에서 공간이 뒤틀리고 시간이 휜다. 거대 중력장에서 시공간은 한덩어리로 움직인다. 천체와 중력이 상호비례관계에 있고, 질량과 에너지가 상호비례관계에 있고(혹은 에너지가 질량화되어 있고), 중력과 시공간의 곡률이 상호비례관계에 있다. 빛의 속도는 중력의 법칙(혹은 중력상수) 및 플랑크공식과 함께 우주상수(혹은 자연상수)로 불린다. 빛의 속도가 자연상수인 것은 빛의 속도가 우주 어디에서든 일정하기 때문이다(빛이 1초에 30만 킬로미터 진행한다). 시간의 척도가 빛이다. 빛이 시간의 척도이다. [빛의 속도를 능가하기가 곤란하다. 빛의 속도를 능가하게 될 때 질량이 무한대로 늘어나 시간이 멈춘다]

빛과 시간은 동전의 양면관계이다. 가치를 공유한다. 시간이 느림뱅이 ‘박찬일’에서 100미터를 달릴 때 100초 이상 지나간다. ‘우사인 볼트’가 달릴 때 시간이 더디게 간다. 같은 100미터 거리가 10초도 채 안 걸린다. 빨리 달릴수록 시간은 더디게 간다. 볼트가 급기야 빛의 속도로 달리면 시간은 정지한다. 빛의 속도를 넘어서게 되면 시간은 뒤로 간다. 빛이 시간의 척도이다. 만물의 척도가 빛이다.

거대한 천체를 지나가는 빛(혹은 시간)은 거대한 천체 쪽으로 휘어 있다. 거대한 천체가 골프공 상태로, 혹은 ‘티끌보다 작은 점’으로 오그라든 블랙홀 상태에서 시간(혹은 시공간)의 곡률은 무한대가 된다. 같은 질량이라도 크기가 작아질수록 시공간을 끌어당기는 힘은 커진다(그물 위에 같은 질량의 농구공과 골프공을 만들어 올려놓을 경우, 휘는 정도, 즉 곡률은 골프공에서 압도적이다). 시공간의 곡률이 무한대인 경우를 상상할 수 있다. 이른바 특이점 상태[블랙홀 상태, 혹은 빅뱅 직전 상태]이다. 특이점에서 빛은 휘어서 ‘통과하지’ 못하고, 빛은 특이점에 붙잡힌다. 시간이 정지한 것이다. 특이점은 시간이 끝난 지점에 대한 명명이기도 하다. 특이점에서 시공간spacetime을 말할 수 없다. 시공간의 곡률이 무한정인 곳에서 시간과 공간을 말할 수 없다. 시공간은 대폭발[빅뱅]에서 비로소(?) 개시된다.

시공간에 시작과 끝이 있다. 시간에 시작과 끝이 있다. 중력의 법칙 및 플랑크공식에 대한 명명인, 무엇보다 빛의 속도에 대한 명명인 우주상수는 ‘진리에 가까운 것’을 표상한다. [빛의 속도와 시간의 속도가 동전의 양면관계이다] 빛의 속도에 시작과 끝(혹은 끝과 시작)이 있다는 것은 시간에도 시작과 끝(혹은 끝과 시작)이 있는 것을 말한다. 우주탄생이 먼저이고, 생명탄생이 그 뒤를 따른다. 우주 역사에서 두 가지 큰 사건을 말할 때 그것은 우주탄생 사건과 생명탄생 사건(무엇보다 인간탄생 사건)에 관해서이다. 생명은 우주에 귀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 시간의 종말과 시간의 시작을 품은 ‘특이점’에서부터 왔다.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은 빛이 휘어서 가는 것을 말하는(혹은 빛이 무한곡률에 의해 빛이 사라지는 것을 말하는) 중력장이론과 상호유비이다. ‘동일한 것의 영원한 회귀’는 빛이 다시 개시되는 것을 말하는 빅뱅이론과 상호유비이다. 넓은 의미의 순환론적 시간론과 상호유비이다. 빛이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진행하므로 우주는 무한하지 않다. 우주는 유한하다, 다만 경계를 지을 수 없을 뿐이다. 이른바 곡선우주론=탈경계우주론이다.

제왕적 대통령들이 늘 시끄러웠다, 끝이 아주 안 좋았다. 이참에 해야 될 일이 제왕적 대통령의 종말과 시작에 대한 전면적 공부이고,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이다. 종말과 시작이 있는 시간에 관해 연구하는 일이다. 빛의 속도인 ‘1초에 30만 킬로미터’에 대해 묻는 일이다. ‘모든 것은 움직이고 움직이는 모든 것은 사라진다’라는 일반상대성 원리의 격률을 곱씹으면 더 좋다. 국민소환제, 이원집정부제, 내각제 등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벌써 제왕적 대통령에 눈이 먼 제왕적 대통령 주자(혹은 주구)들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수선[개헌]에는 관심 없고, 제왕적 대통령이 꼭 돼서 비참하고 굴욕적인 말로를 되풀이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동일한 것의 영원한 회귀’[영원회귀]를 우주상수로 말해야 할지 모른다.

-시인 · 추계예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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