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은 현 종정인 진제 스님의 임기만료가 다가오면서 오는 12월 5일 차기 종정 선출을 위한 종정추대회의를 열기로 했다고 한다. 조계종 종헌에 의하면 종정은 원로회의 의원, 총무원장, 호계원장, 중앙종회의장이 추대한다고 되어 있다.

또 종헌에 명시된 종정은 조계종단의 신성을 상징하며 종통을 계승하는 최고의 권위와 지위를 가진다. 종통은 조계종의 전통을 이야기하는 것인데, 조계종은 석가세존의 자각각타 각행원만한 근본교리를 봉체하며, 직지인심 견성성불 전법도생함을 종지로 하고, 혜능조사의 법맥을 이어받은 도의국사를 종조로 하여 이후 법맥을 계승하여 오고 있다고 그 종통에 대해 밝히고 있다.

따라서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으로 추대 될 스님은 무엇보다도 부처님으로부터 이어 온 정통법인을 사승해 온 조계의 법맥을 잇고 있는가 하는 점이 최우선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 조계종의 종정은 이러한 기준으로 추대되고 있는 것 같지가 않다. 불교계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차기 종정은 법맥이 아니라 종단의 정치지형에 따라 결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조계종의 종헌에도 종정의 자격요건을 나열하고 있는데, 이에 의하면 종정은 승랍 45년 이상, 연령 70세 이상, 법계 대종사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자격요건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출가한 이후 어떠한 삶과 수행을 하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세월이 흘러서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추면 종정에 추대될 수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계종은 육조혜능조사의 법맥을 잇고 있다고 종헌에서 밝히고 있지만, 현재 조계종의 자격 기준에 의하면 방앗간 행자에 불과한 혜능조사는 승랍이나, 세속연령, 법계기준에 미달되어 종정으로 추대될 수가 없다. 조계종, 나아가 한국불교를 상징하는 종정의 권위는 법랍이나 세속적인 나이, 일정한 연한과 고시를 거쳐 받는 법계에 의해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또한 광화문 광장에서 사람들을 모아 놓고 간화선대회를 하거나, 주장자를 높이 들고 할이나, 방을 한다고 종정의 권위가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출가수행자는 고통을 소멸하고 열반에 이르기 위해 계율을 지키고, 마음을 집중하여 해탈의 지혜를 직관하는 수행을 하여야 한다. 이 수행은 첫째는 중생에게 즐거움을 주려고 하는 것, 둘째는 중생의 고통을 없애주려고 하는 것, 셋째는 타인이 즐거움을 얻는 것을 함께 기뻐하는 것, 넷째는 평등한 마음으로 대하는 네가지 실천이 동반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부처님은 《장아함경》에서 말씀하셨다.

즉 조계종 종정은 출가사문이나 재가자, 나아가 일반국민이 누구라도 존경할 수 있는 스님이 되어야 하고, 그러한 스님은 중생의 고통을 없애주고 중생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주는 실천을 하고 있는 수행자여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가르침을 외면하고 종단의 정치지형에 따라 차기 종정이 추대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우리 불교계의 현실이다. 차기 종권을 장악하기 위해 정치적인 이해타산과 거래에 의해 종정이 추대된다면 조계종은 물론 한국불교의 미래도 암울해 질 것은 자명하다.

조계종 종정은 조계종단의 신성을 상징하며 종통을 계승하는 최고의 권위와 지위를 가진다고 되어 있는데, 종단의 신성과 권위와 지위는 중생을 구제하는 보살행에서 나오는 것이고, 이를 외면하고 사리사욕을 위해 파계와 부정을 저지르는 종단 고위직의 해종, 훼불행위자를 단호하게 징치하는 자정에서 나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종정 추대회의에서는 종정이라는 자리에 연연하여 종단의 눈치를 보는 스님이 아니라, 부처님 가르침에 따라 실천하는, 누구나가 한마음으로 종정으로 모시고 싶은 스님이 추대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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