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전세계 26개국을 걸으며 생명과 탈핵 메시지를 전할 ‘생명·탈핵 실크로드 준비단’이 출범했다. 일본 와카사 오바마시(市)에서 40여 년간 탈핵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명통사(明通寺) 주지 나카지마 테츠엔 스님도 생명·탈핵 실크로드에 함께하기로 했다. 11월 21일 실크로드 준비단 출범식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을 찾은 스님을 프레스센터에서 만났다.

나카지마 테츠엔 스님은 “인간뿐만 아니라 생명을 가진 뭇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서로 공존하는 것이 불교의 정신이며, 그러한 뭇 생명을 위협하는 핵 발전은 폐기되어야 한다”는 명제를 분명히 했다. 전 세계 대중과 이 명제를 공유하고 싶다는 스님과의 일문일답을 소개한다.

▲ 생명·탈핵 실크로드 준비단 출범식에 앞서 기자들을 만난 나카지마 테츠엔 스님.

-처음 ‘생명·탈핵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제안 받았을 때 어떤 생각을 했습니까?
탈핵의 문제가 인류 존재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꺼이 참여를 결정했습니다. 내가 사는 곳은 간사이지방의 중심부에서 4시간 이상 떨어진 시골입니다. 이원영 교수가 먼 길을 직접 와서 이 계획을 설명했을 때 비전과 내용에 많이 공감했습니다. 비록 나는 아주 작은 마을에서 핵무기와 원전에 반대하고 있습니다만, 지금이야말로 핵문제와 생명·공존의 중요성을 널리 알려야 하는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어떤 기대를 걸고 있습니까?
핵무기, 핵실험, 핵발전에 반대하는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기를 이용하고 있는 도시의 사람들이 후쿠시마나 체르노빌 원전사고 등의 피해를 상기하면서 이 문제의 중요성을 깨닫는 것입니다. 실크로드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공감대가 형성되고 새로운 여론이 형성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인류의 생명, 삶의 복원 문제가 많은 사람들에게 인식되었으면 합니다. 나는 일본에서 지금까지 알고 있는 불교인과 종교인들에게 실크로드 계획을 알리는 한편, 내년 봄 부처님오신날 즈음 시작하는 히로시마~나가사키 일본 순례에 참여할 생각입니다.

-일본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원전은 타인의 희생 위에 서있는 것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어떤 의미입니까?
일본이라는 나라는 역사적으로 한반도뿐만 아니라 아시아, 태평양의 섬들을 식민지화하고 침략한 과거가 있습니다. 패전 후 경제적인 성장을 일구면서 중심 정책 중 하나로 원전 건설을 내세웠고, 시골, 변두리 지역에 원전을 건설하기 시작했습니다. 원전을 어디에 건설하느냐를 볼 때 도시와 지방이라는 구조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원전이 지어지는 구조에서 식민지 지배와 똑같은 구조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와카사 지역도 마찬가지입니다. 와카사에는 직선거리 50킬로미터 사이에 15개의 원전이 들어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밀집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2005년 한국의 영광을 방문한 때에도 광주는 밤에도 밝은 반면 무안과 영광은 밤에도 어두운 대조적인 모습을 봤습니다. 원전이 희생 위에 만들어진다고 한 이유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늘 옳은 일만을 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정부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구체적인 사례를 들겠습니다. 일본에서 가장 큰 원전인 오이원전 반경 10킬로미터 안에 어떤 지역민이 거주하고 있는지를 조사한 결과 오바마시민이 75%에 달하고 오이시민은 14%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나 원전측은 ‘오이원전’이기 때문에 오이시 주민들의 얘기만 들으면 되고 오바마시는 관계가 없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5번에 걸쳐 원전과 원전 관련 시설에 반대한 오바마시의 의견을 의도적으로 회피한 것입니다. 일본의 경우 원전과 핵의 평화적인 이용에 대해 자주, 민주, 공개라는 3대 원칙을 세우고 있지만 오이원전에서 알 수 있듯 정부는 원전의 원칙을 스스로 무시하고 있습니다.

-일본 내 불교계의 탈핵운동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고, 어떻게 전개할 예정입니까?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전에는 핵무기 피해나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관심이 아주 미미했습니다. 사고 이후 원자력 발전과 핵의 평화적 이용에도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불교계 안에서도 생겼지만 아직 구체적인 행동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은 실정입니다. 다만 일본의 여러 종교계의 초청으로 오바마시에서 어떤 탈핵운동을 전개하고 있는지 강연하는 기회가 많았고, 여러 단위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생명·탈핵 실크로드 준비단 출범식에 일본 불교계를 대표해서 온 것은 아니지만 와카사라는 아주 조그만 도시에서도 탈핵에 대한 활동이 이어져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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