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 성문(聲聞), 연각(緣覺)1)이 중생들을 가엽게 여기는 것은2) 그 살 껍질을 베는 것과 같고, 보살이 중생들을 가엽게 여기는 것은 그 살을 베는 것과 같고, 여래가 중생들을 크게 가엽게 여기는 것은 골수를 깊이 뚫는 것과 같다.
부처님의 지혜[佛智]3)를 따르도록 하는 것은 성문(聲聞)이 중생들을 가엽게 여기기[悲心] 때문이고, 모든 중생들에게 권하여 보리심(菩提心)4)을 일으키도록 하는 것은 보살이 중생들을 가엽게 여기기[悲心] 때문이고, 다음 세(世)의 부처님 수기(授記)5)를 내리심은 여래가 중생들을 크게 가엽게 여기기[大悲] 때문이다.
자비로운 마음[慈心]6)을 일으키는 것은 성문이 중생들을 가엽게 여기기 때문이고, 중생을 교화하는 것은 보살이 중생들을 가엽게 여기기 때문이고, 깨달음으로 중생을 성숙하게 하는 것은 부처님이 중생들을 크게 가엽게 여기기 때문이다.
중생을 생사윤회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은 성문이 중생들을 가엽게 여기기 때문이고, 중생을 제도하여 피안(彼岸)7)에 이르게 하는 것은 보살이 중생들을 가엽게 여기기 때문이고, 일체의 생사와 번뇌를 모두 스스로 벗어나[度脫]8) 피안에 이르게 하는 것은 부처님이 중생들을 크게 가엽게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래가 중생들을 크게 가엽게 여기는 것이 단연 으뜸이니, 모든 중생들을 제도하고자 하시기 때문에 일겁(一劫), 백겁(百劫), 천겁(千劫), 백천겁(百千劫)의 오랜 세월 동안 이 세상에 머무시며 무여열반(無餘涅槃)9)에 들지 않으신다. -수호국계주경(守護國界主經)

219. 부처님께서 범천(梵天)10)에게 이르시니, 여래는 서른 두 가지의 대비심(大悲心)으로 중생을 구호하시니, 어떤 것이 서른 둘인가?
① 모든 존재는 실체로서의 나[我]가 없는데, 중생들은 실체가 있다고 하므로 대비심을 일으킨다.
② 모든 존재는 실체로서의 중생(衆生)이 없는데, 중생들은 있다고 하므로 대비심을 일으킨다.
③ 모든 존재는 일정한 기간의 수명(壽命)이 없는데, 중생들은 있다고 하므로 대비심을 일으킨다.
④ 모든 존재는 실체로서의 사람[人]이 없는데, 중생들은 있다고 하므로 대비심을 일으킨다.
⑤ 모든 존재는 있지 않는데, 중생들은 있다는 견해에 머뭄으로 대비심을 일으킨다.
⑥ 모든 존재는 머무르지 않는데, 중생들은 머무름이 있다고 하므로 대비심을 일으킨다.
⑦ 모든 존재는 돌아갈 곳이 없는데, 중생들은 돌아갈 곳이 있다고 즐기므로 대비심을 일으킨다.
⑧ 모든 존재는 내 것[我所]11)이 없는데, 중생들은 내 것에 집착하므로 대비심을 일으킨다.
⑨ 모든 존재는 소속이 없지만, 중생들은 소속이 있다고 착각하므로 대비심을 일으킨다.
⑩ 모든 존재는 취상(取相)12)이 없는데, 중생들은 취상이 있다고 하므로 대비심을 일으킨다.
⑪ 모든 존재는 생겨남이 없는데, 중생들은 생겨남이 있음에 머무르기에 대비심을 일으킨다.
⑫ 모든 존재는 물러나서 생겨남[退生]이 없는데, 중생들은 물러나서 생겨남에 대비심을 일으킨다.
⑬ 모든 존재는 더럽지 않는데, 중생들은 더러움에 집착하므로 대비심을 일으킨다.
⑭ 모든 존재는 오염됨을 떠났는데, 중생들은 오염됐다고 하므로 대비심을 일으킨다.
⑮ 모든 존재는 노여움을 떠났는데, 중생들은 노여움이 있으므로 대비심을 일으킨다.

[각주]
1)성문승(聲聞乘), 연각승(緣覺乘). 성문승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직접 듣고 깨달은 사람, 연각승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하지 않고 혼자 깨달은 사람.
2)가엽게 여기는 마음. 불쌍하게 여겨 고통을 덜어주려는 마음. 자심(慈心)은 사랑하는 마음.
3)부처님의 지혜.
4)깨달음을 구해 불도(佛道)를 행하려는 마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의 약어.
5)불기(佛記): 부처님이 미래의 사건에 대하여 예언하는 것.
6)어여삐 사랑하는 마음.
7)깨달음의 세계, 생사의 바다를 건넌 깨달음의 언덕.
8)모든 번뇌와 속박을 끊어 버리고 모든 고통에서 벗어남.
9)모든 번뇌를 끊고 신체까지 버리는 것. 그 신체만을 남기는 것은 유여열반(有餘涅槃).
10)색계(色界)의 초선천(初禪天). 색계 18천 중 초선천은 대범천(大梵天), 범보천(梵補天), 범중천(梵衆天)을 말함.
11)나의 것이라는 관념.
12)형태로 갖추어진 모습.

-한국불교선리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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