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라면 모두가 쓸쓸히 버려지는 길 위에 자신을 놔두겠습니까? <사진=영화 ‘부산행’의 한 장면>

   세상에는 세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한다. 피해자, 가해자 그리고 방관자. 
   혼란과 무질서로 엉망진창인 사회상을 보면 옳은 지적 같다. 사람값을 물질의 양으로 달고 생애목표를 행복과 안락으로 삼는 여기는 지금, 서로를 의심하다가 결국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가망 없는 땅덩어리다. 휴대용 권력인 돈에 취해 인간이란 사실을 새까맣게 망각해서 온전한 영혼 지켜내기라는 새로운 도전을 받게 되는, 그런 곳이다. 

   세상에는 대다수의 ‘감염자’와 소수의 ‘단독적 개인’이 있고, 그들 앞에는 ‘도달불능점’이 있다. 인간이라면 들어가야 할, 바이러스 감염자에겐 끝까지 열리지 않는 신성한 영토다. 
   영화 <부산행> 감염자들처럼 복수하듯이 성한 사람을 공격해 주변을 오염시키거나, 청정지역으로 달리는 기관차에 올라타려고 남을 밟고서는, 영혼 없는 사람은 절대거부 대상이다. 

   바이러스가 사회안전망을 붕괴시키듯이 물질바이러스도 몸과 마음을 마비시켜서 무섭다. 
   경쟁자의 손발을 묶고 투자자의 피눈물을 뽑는 불법과 위법은 꼬리를 무는 전염병 아닌가. 
   <부산행>에는 집단이기주의에 감염된 수많은 사람들 속에 자기목숨을 바쳐 다른 생명을 살리려던 사람도 있었다. 소수의 그들은 임산부와 어린이를 청정지역 관문으로 안내함으로써 ‘단독적 개인’을 성취했다. 

   먼 길을 홀로 왔듯 다시 혼자서 그 길에 놓일 사람아. 가는 길은 기억하시나요? 
   굳게 닫힌 문을 열어줄 아이의 청량한 노랫소리를 가슴 속에 간직한 채 떠나시나요? 

   엄도경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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