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이나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와 같은 미술작품들은 예술, 종교, 역사적으로 뛰어난 가치를 인정받고 있어요. 그렇다고 이 작품들이 ‘기독교 미술’로만 한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의 불화(佛畵)는 어떤가요? 불교의 그림이라고 기독교인들은 미술관 앞에서 발걸음을 돌리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강소연 중앙승가대 문화재학과 교수가 ‘불화’를 불교만의 문화가 아닌, 종교적 상징성과 회화적 형식미를 고루 갖춘 뛰어난 예술로, 한국 전통미술의 백미로 조명했다. 강 교수는 한국 불화만의 멋과 아름다움을 오롯이 간직한 국보급 명작 10선을 추려 일반 대중에게 선보이는 책 《사찰불화 명작강의》를 펴냈다.

저자는 “불교는 오랜 세월 우리 선조들의 우주관, 가치관, 세계관에 영향을 미쳤고 이는 불화에 고스란히 담겨있다”며 “지옥과 극락, 정토세계와 사바세계, 법계와 속계, 연화장세계 등을 통해 궁극적으로 불화가 전달하려는 것은 ‘삶의 바른 이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저자는 십수 년간 발로 뛰어 수집한 10점의 불교미술을 소개한다. 무위사 <아미타삼존도>, <관세음보살도>와 해인사 <영산회상도>, 동화사 <극락구품도>, 용문사 <화장찰해도>, 쌍계사 <노사나불도>, 법주사 <팔상도>, 운흥사 <관세음보살도>, 갑사 <삼신불도>, 안양암 <지장시왕도>가 그것인데, 이미 국가지정문화재 혹은 시도지정문화재로 선정된 작품은 그 명성을 확인할 수 있고, 아직 대중적으로 작품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인정받지는 못했으나 허투루 지나칠 수 없는 희귀한 작품을 재발견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저자는 기존 불화 관련 서적처럼 제작 기법이나 유형별 분류를 소개하는 학술서적 성격을 벗어나 불자뿐만 아니라 일반 문화의 범주로 불화의 매력을 뽐내는 데 주안점을 뒀다. 이에 기행문 형식을 가미해 읽는 맛을 선사하는 한편, 작품과 사찰에 얽힌 역사와 작품이 만들어진 배경, 그것이 담고 있는 주제의식까지 함께 소개함으로써 보다 입체적으로 불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저자는 25년차 ‘젊은 베테랑’ 미술학자로서 깊은 식견과 다채로운 해설을 통해 다양한 관점에서 불화를 접하게 한다. 부각하는 불화의 기본적인 구도나 묘사법 같은 작품의 기술적 부분은 물론이거니와 작품에 담긴 불교적 가르침을 소개하고, 불교가 낯선 이들을 위해 ‘기초공부’ 꼭지를 통해 불교 용어를 설명하는 세심함도 겸비했다.

종교를 떠나 누구나 꼭 한 번쯤은 봐야 할 ‘문화유산’으로서의 불화에 눈길을 준다면 책에 소개된 작품뿐 아니라 한국불화 전반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도 있을 것이다.

불광출판사 |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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