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차와 커피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

최근 들어 세계 각국에서는 ‘차(茶)’와 ‘커피’가 인체 건강에 서로 각기 다르게 미치는 영향―특히 심장, 혈관 등의 질병에 관한 이로움과 폐해―에 대한 연구 결과가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어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는다. 한 식품 혹은 몇 가지 식품의 영양요소가 일반인들의 건강에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평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뿐더러 매우 복잡한 일이다. 그러나 일상생활 속에서 체득한 여러 가지 경험과 기존에 널리 알려진 지식 및 이미 발표된 여러 연구기관의 분석 자료를 토대로 살펴본다면 그리 어려운 것만은 아닐 것이다. 차와 커피가 우리 인체의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양자(兩者)가 공히 함유하고 있는 카페인의 분석에서부터 시작하여 문제의 핵심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1) 카페인에 관한 분석 연구

카페인의 분자식(分子式)은 C8H10N4O2인데, 이것은 바로 쓴 맛의 결정체로서 커피와 찻잎〔茶葉〕, 그리고 코코아 속에 공히 존재하고 있다. 이 결정화합물은 비록 단일(동일)의 분자구성이긴 하지만, 이것이 차와 커피·코코아 등 다른 작물 속에서는 제각기 서로 다른 유전자를 갖게 된다. 그러기 때문에 카페인이 서로 다른 품종 속에도 완전히 똑같은 분자 구성요소로 존재한다는 것은 결코 옳은 이야기가 아니다.

일상생활의 경험으로 볼 때, 찻물〔茶水〕 속의 카페인 성분이 어떤 때는 커피 속의 카페인 성분보다 훨씬 높게 나타난다. 그러나 차를 마실 때 일어나는 일련의 현상(심장이 심하게 박동하거나 숨이 가빠오는 현상) 등은 오히려 커피를 마실 때 보다 훨씬 적게 나타난다. 이것은 단일분자식을 구성하는 카페인일지라도 커피 속에 들어 있느냐, 녹차 속에 들어 있느냐에 따라 그 카페인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달리 나타난다는 것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카페인의 양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과 실제로 마시는 결과는 결코 다르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이렇게 다른 이유는 서로 다른 품종(커피와 차)의 유전인자가 제각기 다른 카페인의 구성요소를 조성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그것(차와 커피의 카페인)이 인체에 작용하는 결과 또한 다르게 나타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이론과 실천이 수반되어야 함은 물론 더 나아가 많은 실험과 통계학적인 분석이 절실히 요구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2) 가공온도(加工溫度)가 식품의 성분에 미치는 영향

또 하나의 흥미로운 연구 과제는 바로 식품을 가공하는 온도이다. 그렇다면 가공온도는 과연 식품의 구성요소나 성분에 도대체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가? 이 문제에 대해 연구 분석한 중국 북경시 식품연구소 연구원으로 있는 손시중(孫時中)씨의 보고서에 의하면, 식품의 가공온도는 가히 단백질의 성질을 변화시키고, 유지(油脂)의 휘발성분을 발산시키며, 나아가 기타 탄수화합물의 분자구조의 변화 등을 야기(惹起)시킴과 동시에 ‘생물활성(生物活性)의 변화’를 일으킨다고 한다.

예를 들어 사과나 야채를 날것으로 먹는 것과 익혀서 먹는 것은 그 효과가 사뭇 다르다. 즉 날로 먹으면 생물의 활성적 효과를 유지할 수 있지만, 익혀서 먹으면 생물의 활성적인 영양(營養), 보건(保健)적 작용은 곧 파괴된다. 실제로 그는 임상실험을 통해 이와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사람에게는 하루에 구기자(枸杞子) 10알〔粒〕을 뜨거운 물에 익혀서 우려먹게 하고, 또 한 사람에게는 매일 저녁에 구기자 10알을 날로 잘게 씹어 먹게 하였다. 일주일 후, 그 결과를 비교하여 보았더니 날로 먹은 사람이 익혀 먹은 사람보다 밤에 소변을 보는 빈도가 현격히 감소하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즉, 구기자를 날로 씹어 먹은 사람이 익혀 먹은 사람에 비해 훨씬 좋은 이뇨(利尿) 반응을 보였다. 이것은 생활물성(生活物性) 물질이 신체 건강에 유익하다는 것을 잘 설명해 준 것이다.

그러나 육류일 경우에는 이와 반대로 익혀서 먹는 것이 날로 먹는 것보다 소화흡수가 훨씬 더 쉬워지는데, 이것은 고온(高溫)이 영양흡수에 오히려 더 유리한 측면이 있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 할 수 있다.

어쨌든, 식품의 가공온도 측면에 근거해 볼 때, 커피의 가공온도는 찻잎의 가공온도에 비해 훨씬 높게 나타난다. 단백질의 변성과 침포(浸泡 : 찻잎이 물을 흡수하여 가라앉는 현상) 효과로 볼 때, 차는 당연히 매우 많은 ‘활성성분’을 함유하게 되며, 특히 녹차(綠茶)는 차 중에서도 가공온도가 가장 낮고 적어서 가공온도가 비교적 높은 기타 품종에 비해 그 침포효과가 매우 빠르다. 그러나 커피는 원두의 가공과 숙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가공온도가 아주 높을 뿐만 아니라 그 시간도 매우 길다. 뿐만 아니라 단백질의 변성(變性)을 철저히 요구해야만 비로소 좋은 커피를 만들 수가 있으니, 그 가공방법이 차와는 현저히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커피는 활성성분을 함유함에 있어서는 차와는 감히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훨씬 뒤떨어지는 것이다.

3) 음료로서의 차와 커피

차와 커피는 인류 음식문화역사에 있어 오랜 세월을 두고 가장 대표적인 음료로서 그 자리매김을 해왔다. 음용(飮用)의 역사나 음용 인구로 볼 때 차는 커피보다 더욱 유구한 세월을 갖고 있으며, 커피는 신흥음료 그룹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음용 인구 면에 있어서도 차는 대단히 광범위함을 자랑하고 있다.

커피에서 추출한 카페인에는 중추신경을 흥분시키는 약리적 작용이 있으며, 설사 커피에서 추출된 카페인을 약품으로 사용한다 하여도 거기에는 반드시 유익함과 유해함이 함께 따르는 법이다. 그러므로 커피를 장기적으로 음용할 때는 분명히 심장이 오랜 기간 자극을 받아 몸에 반드시 부작용이 일어나게 된다. 그러나 차(茶)에서 추출한 카페인은 커피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이 전혀 없다. 차를 마시고 심장 기능에 이상이 생겼다는 보고는 아직까지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심장병 환자들에게 차가 유익하다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단체의 실험을 통해서 보고된 바가 있다.

물론 커피가 인체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으로 유익하다.” 또는 “절대적으로 유해하다.”고는 단정지울 수는 없다. 왜냐하면 독약도 잘 쓰면 양약(良藥)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갖가지 종류의 종합영양성분을 섭취하는 것이 어쩌면 단일 영양성분만을 섭취하는 것보다 오히려 나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음료로서의 차와 커피의 병용은 각종 음료의 종합영양적인 공능(功能)이 인체 건강에 대해 촉진작용을 할 수 있다는 면에서 매우 편리할 수는 있겠다. 커피를 마시겠다는 사람들에게 굳이 차(茶)를 권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지나친 강요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객관적인 안목을 갖고 인체건강과 보건적인 측면을 비추어 볼 때, 가급적 커피는 적게 마시고 차를 많이 마시는 것이 인체 건강에 훨씬 유익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박영환 | 중국 사천대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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