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학원 대구 보성선원(주지 한북 스님)은 10월 29일 오전 10시 경내 대웅전에서 삼존불 점안법회를 봉행했다. 2013년 목조석가여래삼존좌상 및 복장유물이 보물 제1801호와 제1802호로 지정된 후 3년여에 걸쳐 진행된 보존처리와 개금불사를 회향한 것이다. (재)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이 증명법사를, 쌍계총림 율학승가대학원장 해강 스님이 법주를 맡아 봉행된 점안법회에는 사부대중 20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1부 점안의식 및 헌공의식으로 시작했다. 점안의식은 통상 일반 대중에 공개하지 않으나 보성선원 주지 한북 스님은 불사에 동참한 신도와 불자들을 위해 사부대중 모두가 점안의식을 지켜볼 수 있도록 법당 문을 활짝 열었다.

▲ 점안의식 증명법사로 불상을 향해 점필하고 있는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

고깔을 쓴 본존불 중앙에서 시작한 오색실이 세 방향으로 뻗어나가 증명법사 앞에서 한 줄로 늘어졌다. 법상에는 금강저, 팥, 물, 솔가지, 벼루, 붓 등이 준비됐다. 법주가 다라니를 봉독했고, 증명법사가 삿된 기운을 물리치는 의미의 붉은 팥을 삼존불과 불자들에게 뿌렸다. 이윽고 삼존불의 고깔을 벗기자 증명법사가 붓을 들고 불상을 향해 점필했다. 점안의식은 솔가지로 정수를 뿌리는 의식으로 마무리됐고, 헌공의식이 이어졌다.

2부 점안법회는 삼존불 개금불사 경과를 공유하고 축하와 감사의 말을 전하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법어를 내린 법진 스님은 “모든 일에는 때와 사람이 필요하고 이를 시절인연이라 한다. 보성당 스님이 힘들게 가람을 창건하고 훌륭한 법당과 부처님을 모셨지만 이후 혼란기를 겪었다. 그러나 복이 많은 도량에 한북 스님 같은 훌륭한 스님이 주석하면서 오늘 같은 점안법회를 통해 널리 부처님의 광명을 발하게 됐다”며 불사를 이뤄낸 보성선원 사부대중을 치하했다.

법진 스님은 “조사들의 말씀에 쇠로 만든 부처님은 용광로에 가면 녹아 없어지고 나무로 만든 부처님은 불에 없어지며 흙으로 만든 부처님은 물을 건너지 못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 어떤 것에도 없어지지 않는 진정한 부처님은 어디에 있겠느냐”며 “사부대중은 ‘진리에 눈 뜬 자가 부처님’이라는 말을 새기고 부처님을 점안할 때 과연 어디에 점안을 해야 할 것인지를 잘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이 법어를 하고 있다.

앞서 한북 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오늘 이 자리는 보물 제1801호 보성선원 목조석가여래삼존좌상 보존처리와 개금을 마치고 점안을 하는 환희와 찬탄의 자리이자 1차 불사를 마무리하는 회향법회”라며 “보성선원 부처님이 보물로 지정된 것은 보성선원 불자들의 보살행에 대한 부처님의 따뜻한 선물이다. 9년 동안 한결같이 자비의 손을 내밀어준 모두에게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한북 스님은 “그러나 보성선원이 문화재사찰로만 존재한다면 박제된 채 창고에 방치된 호랑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부처님의 자비를 실천하는 우리 불자들의 보살행이야말로 부처님의 뜻을 충실히 이행하는 참된 불사일 것”이라고 당부했다.

▲ 보성선원 주지 한북 스님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구사원주지연합회장 선지 스님은 축사에서 “삼존불이 찾아오는 사부대중마다 실상세계를 증득할 발로를 열어줄 것을 기원한다”며 “앞으로도 보성선원이 지역을 위한 보살행을 실천하고 대구 서부를 대표하는 전법도량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함께 가꾸고 지켜갈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조원진 국회의원은 축전을 통해 축하의 말을 대신했다.

점안법회는 불사에 지대한 공헌을 한 두 불자에 대한 감사패 수여와 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 산조 이수자 이미경 씨의 침향무 공연, 문학치료사 이은주 씨의 발원문 낭독, 석가모니불 정근, 사홍서원을 끝으로 회향했다.

불복장의식은 앞선 28일 오후 2시에 봉행됐다. 해강 스님이 법주를, 법인, 원상, 혜광, 동출, 일선, 각만, 선룡, 금강, 대진 스님이 오방법사를, 정일 스님이 송주법사를 맡았다.

한편 삼존불을 보물 제1801호로, 삼존불 복장유물 4권을 보물 제1802호, 보물 제1802호로 지정된 4권을 제외한 복장전적 전체를 대구광역시 무형문화재 제77호로 지정받은 보성선원은 향후 20억 원 규모의 삼존불 보호각 건립불사에 나설 계획이다.

대구=모지현 기자

▲ 점안하기 전 고깔을 쓰고 있는 삼존불.
▲ 스님들이 점안법회에 참석한 사부대중에게 솔가지로 정수를 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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