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수미산을 생각하며 수미산을 오르는 인연을 주시옵소서. 이러한 심정으로 부처님 앞에 기도했다. 분명히 기도하면 성취될 수 있다는 신념이었다.”

일흔을 목전에 둔 노수행자가 만행길에 나섰다. 이역만리의 땅 티베트로 떠난 여정, ‘여기에서 죽어도 좋다’는 일심의 화두를 들고 걸었다. 회정 스님은 최근 2011년에 체험한 한 달간 여행 기록을 세상에 내놨다. 《간화선과 함께하는 티벳 순례기》라 이름 붙인 에세이와 파인더에 손수 담은 여행의 풍경을 엮은 사진집이다.

▲ 10월 18일 교계 기자들과 출판간담회를 가진 회정 스님.

회정 스님이 티베트로 떠나기까지는 곡절이 있었다. 2010년까지 중국 정부에서 40세 이상 여행객의 티베트 방문을 금지했기 때문에 ‘가게만 해달라’는 스님의 간청은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나 이듬해 나이제한이 해제되면서 비로소 티베트 여정에 오를 수 있었다.

스님에게 티베트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성찰하는 과정 그 자체였기 때문에 보다 많은 이들에게 그 땅의 매력을 알리고자 마음을 냈다.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이나 영어권에서도 접할 수 있게 한글, 일본어, 영어 원고를 함께 수록했다.

회정 스님은 “책방에 가도 티베트에 대해 속 시원하게 써놓은 책은 드물다. 해발 4,000미터 고지를 넘어가면 힘이 드니까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가들이 책을 많이 펴냈다면 굳이 나까지 책을 만들지 않아도 됐겠지만 다른 사람들의 발길이 비교적 적은 곳을 불자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책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티베트는 황량하고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척박한 땅이지만 반대로 볼 수 있는 것도 많은 곳”이라면서 “여행은 힘들었지만 죽어도 좋다는 생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고도 했다.

책에는 ‘수미산’으로 불리우는 카일라스산과 티베트 불자들의 신심이 담긴 조캉사원 등을 참배한 스님의 생생한 감정이 담겼다.

회정 스님은 이 책에서 “나는 이 시기에 수미산을 참배하지 않고서는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을 성찰할 수 없다는 신념이 있었다. 그래서 날마다 부처님 앞에서 기도했다”며 “평상시처럼 화두를 들고 앉아서 하는 기도가 아니라 일심으로 행주좌와(行住坐臥) 어묵동정(語默動靜)의 실천 화두 기도였다. 수미산을 바라보는 관법, 염법, 심법 화두선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회고했다.

티베트 순례자들의 최종 목적지로 여겨지는 조캉사원에서의 사색도 눈길을 끈다. 스님은 조캉사원을 ‘행복의 문’이라 명명하면서 “한국의 수행자들이 저렇게 수행한다면 한국불교는 다른 종교인들에게 자리를 물려주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에 불교를 회복하게 하려면 선원에 수행하고 있는 수행자들이여, 한 번만이라도 조캉사원에 와서 수행자의 모습을 보고 가라”고 말한다.

한편 회정 스님은 오는 10월 29일 청주에서 《간화선과 함께하는 티벳 순례기》 출판기념회를 연다. 11월 중에는 조계사 부처님에게 순례기를 올리는 봉정식도 봉행할 예정이다.

일광1992 | 15,000원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