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4일 생명포럼이 주관한 2016 월정사 국제학술대회에서 ‘세계생명헌장’ 초안이 발표됐다. 경제적 가치로서의 의미를 넘어 생명 그 자체의 존엄성을 회복하자는 생명포럼과 그들이 추진하는 세계생명헌장에 대한 이야기를 10월 17일 이원영 생명포럼 상임운영위원(수원대 교수)에게 들었다.

생명포럼은 생명파괴현상의 가속화와 생명경시풍조의 만연으로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 전체가 멸종 위기에 다다랐다는 위기감에서 출발했다. 이 위원은 “최근 10여 년간 핵발전소나 4대강 사업, 조류독감으로 인한 동물 대량살상 등 생명과 밀접한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해왔다”며 “기술에 의한 위험이 아닌 생명 존재 자체의 위협은 과거에 상상하지 못한 일이다. 자본에 의한 생명파괴가 일상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생명존엄성’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2014년 평창에서 열린 생물다양성 당사국 총회에서였다. 이 위원은 “생명에 대한 원칙과 기준이 필요하던 차에 이 회의가 열렸고 김영호교수(한국학중앙연구원 석좌교수, 前산업자원부 장관) 등 학계에서 생명존엄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다”며 “가장 극적인 사례에 처해있으면서도 종교적 심성이 있는 한국에서 불교적 관점으로 대책을 고민하자고 한 것이 생명포럼이 발족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 이원영 생명포럼 상임운영위원.

세계생명헌장에서 다루는 ‘생명’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이 위원은 “지구상에 있는 모든 생명체는 존중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뒤집어 생각하면 생명포럼의 주 경계 대상을 추릴 수 있다. 이 위원은 “핵발전소가 지구촌 전체의 절멸을 초래할 수 있으며 지구촌 생명을 위협하는 시설이라는 것을 분명히 규정하는 것도 큰 목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세계생명헌장으로 만인이 공감하는 원칙을 세우고 잘못을 바로잡는 것이야 말로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공감대를 형성하면 행위자가 옳고 그름을 자각할 수 있다. 나름의 논리에 심취해있는 원전 관계자들에게도 인간의 이기를 위한 시설이 생명을 파괴하고 부메랑처럼 돌아 인간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려줘야 한다. 이명박 정부 당시 세계생명헌장이 있었다면 4대강 사업은 추진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위원은 2019년 100주년 3.1절을 기해 세계생명헌장을 전 세계에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100년 전 주권과 평화에의 염원을 담았던 기미독립선언서의 의미를 앞으로 100년 동안 지구촌 생명 전체의 평화로 확장시킨다는 것이다.

▲ 월정사 국제학술대회에서 초대형으로 제작 공개한 1864년 재간본 대동여지도 현수막.

지난 6월 월정사 첫 모임을 시작으로 8월 출범식, 9월 두 차례의 세미나, 10월 국제학술대회까지 촘촘한 일정을 소화하면서 ‘월정사 초안’을 마련한 생명포럼은 오는 11월 27일 GMO 대책 세미나와 12월 중 종교계 생명헌장 제언의 자리를 마련한 후 내년 4월 서울 국제학술대회를 통해 ‘세계생명헌장 서울안’을 완성할 계획이다.

이후 서울안을 유엔, 바티칸, 달라이라마 등 생명·환경과 관련한 모든 국제기구와 환경단체에 발송해 세계와 공유하고, 각 단체의 피드백을 수렴한 후 2019년 3월 1일 최종 발표한다는 것.

2008년부터 운하·4대강 반대운동을 하다가 2010년 문수스님 입적을 계기로 불교에 입문하였다는 이 위원은 2012년 3월1일 불교생명윤리협회을 발족하기도 했다. 그는 세계생명헌장에 대한 불교계의 보다 많은 관심을 촉구하면서 “환경과 생명만큼은 불교계에서 적극 대응해야 한다”며 “비단 핵발전소뿐만 아니라 총체적인 생명 존엄으로 나아가는 길에 함께 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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