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15일 동탄 용화사에서 법랍 44세, 세수 72세로 원적에 든 제2교구본사 용주사 전 주지 정호 스님의 영결식이 17일 동탄 용화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엄수됐다.

정호 스님은 1973년 인천 용화사 법보선원에서 전강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75년 법주사에서 석암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1973년 용화사 법보선원 수선안거 이래 30하안거를 성만했다. 정호 스님은 또 문도회의 간곡한 요청으로 2006년 조계종 제2교구본사 용주사 주지 소임을 맡아 2014년까지 두차례 재임했다. 용주사 주지를 재임하기 전까지는 출가이후 평생을 수행에 전념해 온 선승이었다.

스님은 용주사 주지 소임을 보면서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예불과 운력을 하였으며, 용주사 출가대중은 물론 신도단체에게도 참선과 부처님 가르침을 공부하도록 지도하여 청정교단의 수행가풍을 진작하였다. 뿐만 아니라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용주사의 역사와 문화를 파괴하려는 ‘태안3지구 택지조성사업’에 단호하게 대처한 결과, 천년고찰을 보존하고 역사와 전통을 수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정호 스님은 불의를 보면 반드시 바로 잡으려는 기개와 열정을 보였다. 지난 해부터 용주사 성월 주지의 은처 의혹이 일면서 이의 정화를 위해 앞장 섰던 이도 정호 스님이다.

그러나 정호 스님이 입적한 이후 영결식과 다비식에서 일어난 일들은 과연 조계종단의 지도부와 일부 승려들이 정호 스님의 수행가풍과 전통문화 보존을 계승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개탄스러울 뿐이다.

정호 스님은 “정화불사가 이뤄지기 전에는 용주사에 두 번 다시 가지 않겠다”고 유지를 남겼다. 문도와 대중들이 정호 스님의 유지를 받들어 동탄 용화사에서 영결식과 다비식을 준비하였지만 정화의 대상으로 지목된 현 용주사 주지는 스님의 유지를 무시하고 용주사에서 영결식과 다비식을 강행하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또 16일 오전 조계종 총무원 호법부장이 다녀가고 오후 5시30분 자승 총무원장이 다녀간 이후 용화사에서 치르기로 했던 다비식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중단되어 문도와 신도대중들은 “용주사 정화불사를 간절히 염원한 전강문도회 문장 정호 스님의 마지막 길을 막고, 평생을 수행을 하며 절에서 산 스님을 다비를 못하게 하고 시립화장장으로 보내도록 한 자가 누구인지 밝혀내겠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이 와중에 자승 총무원장을 수행해 온 일부 승려들은 용주사 신도들과 다툼을 벌이는 가운데 “후진하는 차에 깔려서 다쳤다”고 병원에 입원하는 등 소동을 벌였으나, 신도들은 “미끄러져 넘어진 것일 뿐”이라고 서로 나서 증언하는 등 엄숙해야 할 영결식장의 분위기를 흐리기도 하였다. 이러한 행위는 평생을 수행에 전념한 정호 스님의 유지를 욕보이는 것이다.

용주사는 현 주지를 둘러싼 각종 범계비리의혹이 규명되지 않은 채, 세간의 지탄을 받고 있으며 정호 스님이 막아온 용주사의 수행환경과 정조효문화유적지도 난개발에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다. 현 조계종 총무원장과 호법부장, 사서실장등은 정호 스님과 같은 전강 대선사의 문도들이다. 이들이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선지식인 전강 대선사의 문도라고 한다면 청정한 수행가풍을 살리고, 일천육백년 한국불교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보존하고자 했던 정호 스님의 유지를 받드는 일, 즉 비리와 범계의혹이 있는 승려들을 감싸왔던 지난 날을 참회하고 지금이라도 단호히 징계하여 한국불교의 수행가풍을 바로 세우는 불사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종단의 각별한 인식전환이 필요한 때다.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