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수월관음도 1점이 한 기업인의 노력으로 국내에 돌아왔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이영훈)은 17일 오전 10시 박물관 내 교육관에서 ‘고려 수월관음도 기증식과 언론공개회’를 갖고 윤동한 ㈜한국콜마홀딩스 회장이 기증한 고려 수월관음도 1점을 공개했다.
윤 회장은 언론공개회에서 “6~7년전 프랑스 출장 때 기메박물관에 들른 적이 있는데, 당시 소장 유물을 해설하던 담당자가 고려불화를 ‘한국 국립박물관에도 없는 희귀한 불화’라고 소개해 자존심이 상한 일이 있었다”며, “기회가 된다면 고려불화를 한국에 되찾아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또 “문화재는 모두가 함께 향유할 때 갗해야 하는 것”이라며, “고려 수월관음도를 구입할 때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윤 회장이 ‘고려 수월관음도’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함에 따라 국내에 있는 고려불화는 6점으로 늘어났다. 윤 회장의 기증으로 국립박물관은 처음으로 고려불화를 소장하게 됐다. 지금까지는 리움박물관 2점, 아모레퍼시픽미술관과 우학문화재단, 호림박물관이 각 1점 등 사립박물관 4곳이 5점의 고려불화를 소장하고 있었다. 현재 전 세계에 남아있는 고려불화는 모두 160여 점으로 그 중 수월관음도는 46점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 회장이 기증한 ‘고려 수월관음도’는 그동안 일반에 공개된 적이 없던 작품으로 알려졌다. 국립중앙박물관도 이날 언론에 ‘고려 수월관음도’를 공개하면서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사용하며 그 사실을 강조했다.
‘고려 수월관음도’는 비단 위에 그렸다. 장황을 포함한 전체 크기는 172cm × 63cm 가량이지만 실제 불화는 91cm × 43cm로 채 1m가 되지 않는 소형이다. 전체적으로 박락과 훼손이 진행됐으나 관음보살과 선재동자 등 화면 중요 부분은 비교적 온전히 남아있다.
금강보석 위에 반가부좌하고 앉아 선재동자의 예경을 받는 고려 수월관음도의 전형적 도상을 따르고 있다. 관세음보살은 금니당초무늬로 장식된 투명한 천의를 두르고 있으며, 선재동자를 관음보살 앞쪽에 작게 표현했다. 화면 왼쪽 중간에는 승반과 정병을 배치했다.
‘고려 수월관음도’를 설명한 정명희 연구관은 이 불화가 “일본 내 불화 수장사 연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자료”라고 말했다. 상축 뒷면에 “오카자키 세이간지(誓願寺)에 보관돼 있던 ‘장사공(張思恭)’의 그림”이라는 묵서명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정 연구관은 또 “‘고려 수월관음도’을 보관하던 목함에 일본의 유력 쇼군가문이었던 도쿠가와 가문의 문양인 ‘미츠바 아오이’가 부착돼 있다”며, “도쿠가와 가문이 소장했던 불화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어도 매우 귀중하게 보관된 불화임은 확실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묵서명에 보이는 ‘장사공’은 원나라 불화가인데, 정 연구관은 “일본에서는 1970년대까지도 훌륭한 불화는 뛰어난 불화가였던 장사공의 그림으로 전칭(傳稱)하곤 했다”고 설명했다.
이영훈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고려 수월관음도’ 환수에 대해 “우리 문화를 사랑하는 기업가에 의해 문화재 환수가 이루어지고 나아가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돼 온 국민이 함께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며 “기업이 사회로부터 창출한 이윤을 사회에 되돌려준다는 기업가 정신을 실천한 모범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윤동한 회장이 기증한 고려 수월관음도를 11월 13일까지 약 한 달간 박물관 상설전시실 2층 불교회화실에서 휴일없이 일반에 공개한다. 공개가 끝난 후 국립중앙박물관은 2차례 보수과정에서 덧댄 검은 종이를 떼어내고 일본식으로 장황된 불화를 전통 장황으로 바꾸는등 고려 수월관음도를 원래 모습 그대로 돌리기 위한 복원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복원 작업이 마무리 된 뒤에는 대부분 보물로 지정된 국내 고려불화처럼 국가지정문화재 지정을 신청할 예정이다.
이창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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