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의 스님이 직접 사용하던 흑유(黑釉) 차 주전자와 스님이 직접 그린 ‘문수보살도’. <사진=예술의전당>

다성(茶聖)이자 선종의 대종장이었던 초의 의순(草衣 意恂, 1786~1866) 스님의 열반 150주년을 맞아 교류했던 여러 인물과 유물을 통해 스님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는 전시회가 마련됐다.

예술의전당(사장 고학찬)은 ‘한국서예사 특별전’ 33번째 전시로 11월 6일까지 서울서예박물관 3층 역사상설실에서 ‘초의 선사 - 바라밀 다(茶)’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회에는 ‘다산사경첩’(보물 제1683-1호), ‘청량산방시축’, ‘관세음보살여의주수’, ‘문수보살도’, ‘선문사변만어’, ‘죽로지실(竹爐之室)’, ‘단연죽로시옥(端硯竹爐詩屋)’, ‘전다삼매(煎茶三昧)’, ‘초의행(草衣行)’, ‘여백파서(如白坡書)’ 등 초의 스님 관련 유물과 ‘흑유(黑釉) 차 주전자’, 인장(印章), 소장서책 등 초의 스님 유품 등 70여 점이 공개된다

초의 스님은 선다와 선시, 선서화를 매개로 불가는 물론 다산 정약용, 자하 신위, 해거도인 홍현주, 추사 김정희, 소치 허련 등 유가의 최고 지성들과도 격의 없이 오가며 조선시대 마지막 걸작들의 중심자리를 지켰다. 다산과 스님의 합작 시서화첩인 ‘백운동도·다산도’, 자하의 ‘남다병서’, 경화사족들과의 시회 두루마리인 ‘청량산방시축’, 해거도인에게 지어준 ‘동다송’, 추사가 쓴 ‘죽로지실’, 황상의 집을 소치가 그리고 초의가 교정한 ‘일속산방도’ 등의 걸작들은 모두 초의 스님이 없어다면 탄생되지 않았을 작품들이다.

전시회는 △다산 선생님과 산천유람 - 백운동에서 다산까지 △우리 차를 노래하다 - ‘동다송’ △선문(禪門) 논쟁 - 백파 ‘선문수경’ : 초의 ‘선문사변만어’ △여의(如意) 뜻대로 - 선묵과 불화 △초의와 추사 - 유불을 넘나든 도반 △교유·장서 등 6부로 구성됐다.

1부 ‘다산 선생님과 산천유람’에서는 1801년 강진에 유배와 시와 유학, 차를 가르쳐 준 다산과 초의 스님의 관계를 조명했고, 2부 ‘우리 차를 노래하다’는 다성 초의 스님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3부 ‘선문 논쟁’에서는 선승으로서 초의 스님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다. 《선문사변만어》는 백파 긍선 스님의 《선문수경》을 반박한 논서인데, 백파 스님이 화두 일념으로 선 수행을 해야 한다고 본 반면 초의 스님은 교학을 겸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초의 스님은 이 책을 통해 교리 논쟁을 촉발시켰다.

4부 ‘여의 뜻대로’에서는 채색과 백묘(白描)로 그려진 불화에서부터 실경산수(實景山水)에 이르기까지 초의 스님의 다양한 서화와 해서(楷書), 행서(行書)는 물론 전예(篆隸), 범자(梵字)에 이르기까지 유불을 두루 섭렵한 초의 스님의 선묵을 엿볼 수 있다.

5부 ‘추사와 초의’에서는 동갑내기 유학자 추사 김정희와의 교류를 엿볼 수 있다. 스님과 추사는 30세에 만나 71세 때 추사가 작고할 때까지 42년 간 불교와 차, 글씨, 선(禪) 등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교유했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바라밀(波羅蜜) 다(茶), 즉 선(禪)과 다(茶), 시서화가 하나라는 선다일여(禪茶一如), 선묵일여(禪墨一如)의 장본인으로서 초의사상과 문예세계를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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