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 네 가지 지혜1)가 원만하면 참 부처님[眞佛2)]이 수용(受用)하시는 법의 즐거움이다. 첫째는 대원경지3)(大圓鏡智)이니 이숙식(異熟識)4)을 전환하여 이 지혜를 얻게 된다. 둥근 거울에 여러 모습을 나타내는 것과 같아서 여래의 거울(境智)에 중생의 착하고 나쁜 업을 나타내는데 이 인연으로 이름이 대원경지다. 대비(大悲)에 의지하는 까닭에 항상 중생을 인연하며 대지(大智)에 의지하기 때문에 늘 법성(法性)과 같아서, 진속(眞俗)을 모두 관조하여 끊임이 없으며 번뇌 없는 몸(無漏根身)을 항상 지닐 수 있어서5) 온갖 공덕의 의지처가 된다. 둘째는, 평등성지(平等性智)6)이니 아견식(我見識)7)을 전환하여 이 지혜를 얻게 된다. 나와 남이 평등하다는 인무아(人無我)와 법무아(法無我)8)를 깨달을 수 있는 까닭으로 이름이 평등성지이다. 셋째는, 묘관찰지(妙觀察智)9)이니 분별식(分別識)10)을 전환하여 이 지혜를 얻는다. 온갖 존재의 차별적인 모습[自相]11)과 공통되는 모습[共相]12)을 관찰하여 여러 사람이 모인 앞에서 그 진리를 설함으로써 중생으로 하여금 불퇴전13)을 얻게 한다. 그래서 묘관찰지라 부른다. 넷째는, 성소작지(成所作智)14)이다. 오종식(五種識)을 전환하여 이 지혜를 얻는다. 모든 갖가지의 화신(化身)을 나타내어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착한 업을 성숙케 하니, 이러한 인연으로 성소작지이다.
이와 같은 네 가지 지혜가 으뜸이 되어 8만 4천의 지혜의 문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심지관경(心地觀經)

186. 비유하건대, 모든 물 중에 바다가 가장 으뜸이 되듯이 여래의 지혜도 또한 이러하여 모든 지혜 가운데 가장 깊고도 큰 것이니라. -대보적경(大寶積經)

187. 여래의 몸에는 누진지(漏盡智)15)가 있어 네 가지가 있다. 그 이름의 첫째가 통(通)이요, 둘째가 명(明)이며, 셋째가 역(力)이고 넷째가 시현(示現)이다. 통은 누진통(漏盡通)16)이며, 명은 누진명(漏盡明)17)이며, 역은 누진역(漏盡力)18)이며, 시현은 설법으로 드러내는 것19)이다. -아비담비바사론(阿毘曇毘婆沙論)

188. 비유하건대, 사람이 산 정상에서 마을을 두루 살펴보면, 다니는 자, 앉아있는 자, 오가는 자, 우는 자, 노래하고 춤추는 자, 웃는 자의 모습을 다 볼 수 있듯이, 부처님도 이와 같으시다. 지혜의 산 정상에 서서 오취(五趣)20) 중생의 간사한 자, 어리석은 자, 제도하기 어려운자, 구도하기 쉬운 자를 다 분별하시고 가셔서 교화하신다. -출요경(出曜經)

189. 부처님의 밝고 청정함은 사람의 어리석음을 없앤다. -정토론(淨土論)

190. 온갖 중생이 모두 허깨비와 같음을 아시며, 온갖 부처가 모두 그림자와 같음을 아시며, 육도[諸趣]에서 태어남이 모두 꿈과 같음을 아시며, 온갖 업보(業報)가 거울 속의 형상과 같음을 아시며, 온갖 제유(諸有)21)의 생겨남이 아지랑이와 같음을 아시니, 모든 세계의 변화와 같음을 아신다. -화엄경(華嚴經)

191. 무명(無明)이 문득 없어지면, 그것을 일체종지(一切種智)22)라고 한다. -기신론(起信論)

[각주]
1)네 가지 지혜는 대원경지, 평등성지, 묘관찰지, 성소작지 등을 가리킨다. 다섯 가지 지혜는 여기에 제9 아마라식(阿摩羅識)을 더한 것이다. 제9 아마라식(阿摩羅識)은 번역하면 무구식(無垢識)이다. 다만 이를 한역할 때 구역(舊譯)에서는 제9식이라 하여 ‘청정한 무구식’으로 보았고, 신역(新譯)에서는 제8식의 청정한 부문으로 보아 제9식을 별도로 세우지는 않았다.
2)삼신(法身·報身·應身) 가운데 보신(報身)을 자수용신과 타수용신으로 나눌 수 있는데, 타수용신은 여래 증득의 법락을 중생이 누리게 위해 나타내는 불신이고. 복덕과 지혜가 원만하고 항상 진리를 비추어 법락을 누리는 불신을 자수용신이라 한다.
3)대원경지는 유루(有漏)의 제8식을 전환하여 얻는 무루(無漏)의 지혜이다. 삼라만상 그대로의 부족함이 없는 원만 명료한 지혜이다.
4)시시각각 행하는 업이 남긴 종자는 없어지지 않고 아뢰야식에 저장 된다. 제 8 아뢰야식을 이숙식이라 한다. 그 기능(藏)은 능장(能藏), 소장(所藏), 집장(執藏) 등의 셋을 든다. 현장법사는 함장(含藏)이라 하여 ‘쌓아둔다’ 진제법사는 무몰(蕪沒)이라 하여 ‘없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종합하여 세 가지 측면으로 접근하면, ① 제7식에 의해 자아처럼 집착되는 식(Ālaya), ② 선악(善惡)의 업인(業因)으로 무기의 과보(남녀·미추·귀천)를 얻음(Vipaka), ③ 범부는 무루·유루의 종자와 관련(執待)하고 여래는 무루의 종자와 관련한다(Adāna) 등의 관점이다. 보통 이숙식(異熟識)이라 할 때는 이 가운데 Vipaka에 해당하는 점을 강조하는 경우이다.
5)원문은 ‘常能執持’이다. 보신(報身)의 집지(執持)이므로 일반 중생의 집착과 구별된다. 번뇌 없는 몸으로 중생을 끊임없이 인연(攀緣)하여, 물심(物心)의 모든 존재(種子와 根)을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이 받아 지닌다(執受任持)는 의미다.
6)평등성지는 제7식을 전환하여 얻는 무루 지혜이다. 일체의 모든 존재를 인연(攀緣)하여 평등한 이성(理性)을 관찰하는 한편, 차별심을 떠난 대자대비심을 일으킨다. 차별적인 현상 세계에 대해 구분되는 상을 없애고 자타가 평등이라 관하는 지혜라 할 수 있다.
7)제7식 말라식이다. 말라식과 상응하는 번뇌는 4번뇌(我癡·我見·我慢 我愛)와 도거(掉擧, 정신을 흩어 딴 곳으로 달아나게 하는 마음 작용), 혼침, 불신, 부정지 등이다. 아집과 법집이 남아있기에 염오성(染汚性)이지만 이를 벗어나면 성인위의 평등성지(平等性智)를 일으킨다. 중생은 아집과 법집에 의해 망상을 일으켜 악업을 짓게 되어 윤회한다. 아집은 ‘나’라는 실체가 있다는 견해인 인아견(人我見)이고, 법집은 ‘오온’에 별도의 체용(體用)이 있다고 보는 견해인 법아견(法我見)이다. 두 견해 모두 망견(妄見)이라 할 수 있다.
8)인무아(人無我)와 법무아(法無我)를 의미한다. 존재의 심신(心身)은 5온이 화합이므로 공(空)하여서 항상 주재하는 실아(實我, 常一主宰)가 없다. 또한 모든 존재는 인연이 모여 생긴 일시적인 존재이므로 실다운 체성(體性)이 없다.
9)묘관찰지는 제6식을 바꾸어 얻은 지혜이다. 모든 법을 관찰하여 정통하고 중생의 근기에 맞추어 자재한 불가사의한 힘을 나타내고 공교하게 법을 설하여 여러 의심을 끊는다.
10)오온(五蘊)은 경계(對境)에 대하여 상응(相應, 다른 말로는 契合)하여 식별한다. 계합에는 사(事)에 상응하는 것(欲吃多, yukta)것과 이(理)에 계합하는 것(瑜伽, yoga) 등이 있다. 이해하기 쉽게 ‘식별(識別)한다’로 일반적으로 번역된다.
11)비록 임시로 성립되기는 하였으나 온갖 존재에 대하여 다른 존재와 공통되지 않고 지니는 고유의 체상(體相)을 가리킨다. 대지의 견고함이나 불의 따뜻함 등과 같이 직접 접하여 알게 되지만 타인을 대신해 직접적으로 체험해 줄 수 없는 것을 지칭하기도 한다. 여기서는 ‘차별적인 모습’으로 번역한다.
12)오온화합의 임시적인 낱낱의 존재가 지닌 물건의 고유한 특징이 ‘자상(自相)’이라면, 이 존재들이 더불어 지닌 공통적인 특징도 있다. 임시화합의 존재들이지만 타인의 경험을 통해서 함께 공유하는 특징이라 보통 이해된다. 여기서는 ‘공통되는 모습’으로 번역한다.
13)불퇴전(不退轉)은 경론에서 보통 아비발치(阿鞞跋致, avinivartanīya)라 표현된다. 경론마다 조금씩 다르게 설명되어 있으나 대체로 위불퇴(位不退)·행불퇴(行不退)·염불퇴(念不退)·처불퇴(處不退) 등이 일반적으로 언급된다. 다른 중생을 교화하는 수행을 잃어버리지 않으며 한번 얻은 지위에서 퇴타(退墮)하지 않으며, 향상심(向上心)을 잃지 않으며 진무공용지(眞無功用智)를 체득하여 정심(定心)과 산심(散心)에 자재함을 얻는 지위라 하겠다.
14)성소작지는 중생(보통 10지 이전의 보살과 2승과 범부 등을 지칭)을 이락(利樂)케 하기 위해 3업으로 여러 변화를 보이는 지혜이다. 즉 전5식을 전사(轉捨, 유루(有漏)의 전오식(前五識)과 그 상응심품(相應心品)을 전환하고 얻은 지혜이다.
15)모든 더러움을 없애는 지혜로 이하의 설명과 같이 누진지증통, 누진지증명, 누진지력, 설법시현 등을 지칭한다.
16)누진지증통(漏盡智證通)이다. 여래는 번뇌를 끊음이 자유자재하며, 아울러 4제(諦)의 이치를 여실히 증(證)한다. 따라서 3계(界)에 다시는 윤회하지 않는 부사의한 지혜이다.
17)누진지증명(漏盡智證明)이다. 유루(有漏)의 번뇌를 끊고, 생사의 속박을 여읜 줄 아는 지혜로 여기에는 ‘숙명명’과 ‘천안명’과 ‘누진명’ 등의 셋이 있다. 누진명(漏盡智作證明)은 현세의 고통을 알고 번뇌를 끊는 지혜이다. 숙명명(宿住隨念智作證明)은 스스로와 중생의 과거세 삶을 아는 것이고, 천안명(天眼智作證明)은 다음 세상의 삶을 아는 지혜이다.
18)누진지력(漏盡智力)이며 다른 이름으로는 영단습기지력(永斷習氣智力)이라 한다. 온갖 번뇌를 끊고 여실(如實)한 이치를 아는 지혜의 힘이다.
19)중생의 근기에 맞추어 각각의 상황에 맞추어 알맞은 법문을 말하여 제도한다.
20)다섯 종류의 악취(惡趣)를 의미하는데 혹은 오유(五有, 혹은 五道)라 일컬어진다. 여기서 ‘취(趣)’는 ‘달리다’의 뜻이지만 ‘중생의 업인(業因)에 의하여 나아가는 곳’을 뜻한다. 풀이하면 윤회를 하는 지옥, 아귀, 축생, 인간, 천상 등의 다섯 세계를 의미한다.
21)유(有)는 존재(存在)란 의미다. 여기서는 중생이 윤회하는 생사의 세계로 욕유(欲有)와 색유(色有)와 무색유(無色有) 등의 삼계(三界) 전체를 가리킨다. 삼계육도(三界六道)의 다른 표현으로는 유(有, 존재)로 묶어 총칭하는 이십오유(二十五有)인데 태어나고 자라 죽는 중생(迷의 존재)를 25종으로 나눈 것이다. 첫째, 사악취는 지옥·아귀·축생·아수라 둘째, 사주는 동불바제·남염부주·서구야니·복울단월), 셋째, 육욕천은 사왕천·도리천·야마천·도솔천·화락천·타화자재천, 넷째, 색계는 초선천·범왕천·제2선천·제3선천·제4선천·무상천·5나함천), 다섯째, 무색계는 공무변처천·식무변처천·무소유처천·비상비비상처천 등이다.
22)모든 것의 개별성을 아는 지혜로 일체만법의 별상(別相)을 세세하게 아는 여래의 지혜이다. 보통 도종지(道種智), 일체지(一切智), 일체종지(一切種智) 등의 삼지(三智)가 함께 거론된다. 약술하면 도종지는 중생을 교화할 적에 세간(世間)과 출세간(出世間), 유루(有漏)와 무루(無漏)의 도를 말하는 지혜이다. 일체지는 모든 법의 총체적인 모양을 아는 지혜이다. 일체종지는 법의 총체적 모양새에 대하여 세밀하게 부분적 모양을 아는 지혜이다.

-한국불교선리연구원장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