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한 시기에 주로 진보교육감이 자리를 지킨 경기도 도시권에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마친 둘째는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음악시간 준비물을 몇 아이가 챙겨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급 전체가 책상 위로 올라가 무릎을 딱딱한 단소로 맞아야 했다고 기억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큰 문제 의식 없이 그저 재수가 나쁜 하루라는 생각으로 넘겼다는 말로 덧붙였다. 그런데 불과 10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안에 학교 체벌문화는 거의 극복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 것을 보면, 마치 공중화장실이 가장 더러운 곳에서 가장 깨끗한 곳으로 바뀐 것만큼이나 큰 진전을 이룬 셈이다. 바로 이 점이 우리 시민사회의 문화가 지닌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그렇게 바뀌는 과정에서 흡연자의 목소리나 교사의 권위는 제대로 존중받지 못했다는 점이 단점이다. 소수자의 목소리가 다수의 집단적 목소리에 묻혀 늘 들리지 않거나 때로 적대적인 공격의 시선을 받는 방향으로 흐르곤 하는 집단주의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127쪽)

본지 논설위원 박병기 교수(한국교원대학교)가 최근 《딸과 함께 철학자의 길을 걷다》를 펴냈다.

이 책은 저자가 올해 여름 딸과 함께 프랑스 파리와 독일의 뮌헨, 뉘른베르크, 하이델베르크, 프랑크푸르트를 중심으로 그 주변의 미술관과 휴양지, 오래된 성 등 유적지를 돌아보며 느낀 감회와 소감을 담고 있다. 특히 여행 중에 있었던 딸과의 일상적인 대화는 물론 가끔씩 마주한 철학적인 대화를 떠올리며 담담하게 그 느낌을 서술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일상 속에서는 쉽게 마주하게 되면서도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 힘든 실천적인 주제를 가지고 저자는 쉬운 설명으로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던져주고 있다. 앞서 인용한 것은 이러한 저자의 서술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저자는 로댕미술관에서 데카르트와 용수를 떠올린다. 소르본느 대학에서는 에마뉘엘 레바나스와 붓다를 떠올리며 다른 사람과 관계맺기와 삶의 의미에 대해 묻는다. 뮌헨에서는 자유의 철학자 셀링과 의상을 생각하며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를 더듬어본다.

이런 식으로 저자는 옮기는 도시마다 들리는 유적마다 과거 철학자와 위인들을 회상하며 우리에게 같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던져주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딸과 있었던 추억과 대화가 밑바탕이 되고 있다.

저자는 전주교육대 교수를 거쳐 현재 한국교원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울대 사범대학 윤리교육과를 졸업했고 같은 대학원에서 윤리학과 도덕교육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불교원전 전문학림 삼학원(5년제)에서 불교철학과 윤리를 공부했고 국가생명윤리위원회 전문위원, 2015 도덕과 교육과정 개정 연구 총괄책임자를 지내기도 했다.

현재는 본지 논설위원을 비롯해 한국도덕윤리과교육학회장, 《불교평론》 편집위원, 정의평화불교연대 공동대표로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의미의 시대와 불교윤리》(2015 세종학술도서), 《동양 도덕교육론의 현대적 해석》(2010 문화관광부 우수학술도서) 등이 있다.

박병기 저/작가와비평/값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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