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를 알려면 헤아려야…
 헤아리면 곧 어긋난다" 

평상시도(平常是道)

스님에게 조주가 물었다. “무엇이 도입니까?” 스님 대답하기를 “평상심이 도이니라.” 조주가 말하기를 “오히려 헤아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스님 대답하기를 “헤아리면 곧 어긋난다.” 조주 묻되 “헤아리지 않고 어떻게 도를 알겠습니까?” 스님이 “도는 아는 데에도 속하지 않고 알지 못하는 데에도 속하지 않는다. 안다고 하는 것은 곧 망령된 깨달음이요, 모른다고 하는 것은 아무런 지각이 없는 것[無記]이다. 만약 진정으로 헤아릴 수 없는 도에 도달한다면 오히려 태허와도 같아서 탁 트여 널리 통하리니 어찌 억지로 시비를 따지겠는가.” 조주는 스님의 이 말이 끝나자마자 돈오(頓悟)하였다. 《무문관》 제19

전왕사불(塡王思佛)
스님이 하루는 원주(院主)를 불러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90일 동안 도리천(忉利天)에 계시면서 어머님을 위하여 설법하셨소. 우전왕(優塡王)은 부처님을 생각하여 일연(日連)을 청하여 신통력을 써서 삼전(三轉)하고, 장인(匠人)을 거느리고 그 곳으로 가서 불상을 새겼습니다. 그러나 31상(相)은 새겼으나 아무리 해도 범음(梵音)까지는 새길 수가 없었습니다.” 원주가 문득 물었다. “범음의 상은 어떠합니까?”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사람을 속이고 죽이는 것이요.” 고덕(古德)의 송(頌)에 ‘보라빛 금빛 찬란한 빛이 모여 산하를 비추니 하늘과 사람 사이에 의기가 가득하다.’고 하고 일찍이 문수(文殊)에게 일러 무리를 이끌게 하고 비야성(毘耶城)의 유마(維摩)에게 묻게 하였다.

불시심불(佛是心佛)
선사에게 한 스님이 “사람에게 설하지 못하는 법이 있습니까?”라고 묻자 스님이 “있다.”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그 스님이 다시, “무엇이 사람을 위해 설하지 못하는 법입니까?”라고 묻자 선사가 이르길, “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고 사물도 아니다.”라고 하였다. 《무문관》 제27

지불시도(智不是道)
선사께서 말씀하셨다. “마음(心)은 부처(佛)가 아니요 지혜(智)도 도(道)가 아니다.” 《무문관》 제34

남전불설저법(南泉不說底法) [열반화상제성 涅槃和尙諸聖]
남전스님이 백장 열반화상을 찾아 갔다. 백장이 물었다. “예로부터 역대의 조사들이 사람을 위하여 설하지 못했던 법이 있는가?” 스님이 대답하기를, “있다.” 백장이 말했다. “무엇이 사람에게 설하지 못하는 법인가?” 스님이 말했다. “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고 사물도 아니다.” 백장이 말했다. “다 설했나?” 스님이 말하기를 “나는 다만 이와 같은데 스님은 어떻소?” 백장이 말하기를 “나는 훌륭한 선지식(善知識)이 되지 못하오. 그러니 어찌 종래의 성현이 설명 못한 것을 말할 수 있겠소?” 이에 남전스님도 말했다. “나도 모르오.” 그러자 백장이 말하였다.“나도 그대를 위해 지나치게 설명을 한 것 같소.” 《벽암록》 제28
▲ 삽화=강병호 화백

남전획일원상(南泉畫一圓相) [남전배충국사 南泉排忠國師]
남전(南泉)·귀종(歸宗)·마곡(麻谷) 세 사람이 혜충국사(慧忠國師)를 뵙기 위해 길을 떠났다. 도중에 갑자기 남전이 땅바닥에 커다란 동그라미를 그리고는, “한마디 맞는 말을 한다면 계속 가겠다.”라고 하자 귀종이 그 동그라미 한 가운데에 앉았다. 그러자 마곡은 귀종 앞에서 여자처럼 예배를 하는 것이었다. 남전이 “그렇다면 나는 가지 않겠다.”라고 하자 귀종이 “그건 도대체 어떤 심보야?”라고 소리쳤다. 《벽암록》 제69

남전백고(南泉白牯)
스님이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삼세의 모든 부처님도 모르는 것을 무지한 짐승은 오히려 아는 게 있다.” 《종용록》 제69

26. 마곡보철(麻谷寶徹 ?∼? 南嶽下)

포구(蒲州) 마곡산(麻谷山)의 보철선사(寶徹禪師)는 마조도일선사(馬祖道一禪師)의 법사(法嗣)이다. 스님의 전기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 이외는 분명치 않다. 하루는 스님이 마조대사를 모시고 가면서 물었다. “대열반이란 무엇입니까?” 그러자 마조는 오직 한 마디 “급(急)하다.”라고 하였다. 스님이 거듭 “급하다는 것은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마조는 “물을 보라.”고 하였다.
선사가 부채를 부치고 있는데, 한 스님이 물었다. “바람이란 상주하면서 곳에 따라 불지 않는 곳이 없는데, 스님은 어찌하여 부채를 흔들고 있습니까?” 선사가 대답하기를 “그대는 바람이 상주하는 것만 알고 곳에 따라 두루 불지 않는다는 것은 모르는구나.” 그리고는 부채를 흔들어 보였다. 그러자 그 스님이 예절을 갖추었다. 이를 보고 선사는 “쓸모없는 곳[無用之處]”이라고 하였다.
한 스님이 “어떻게 하여야 불법의 대의를 깨달을 수 있습니까?”라고 묻자 선사는 침묵으로 대답하였다.

마곡진석(麻谷振錫)
마곡이 석장을 들고 장경화상(章敬和尙)에게 가 선상(禪狀)을 세 번 돌고 석장을 한 번 흔들어 세우고는 뻣뻣이 섰다. 그러자 장경이 말했다. “그래. 그래.” 마곡이 다시 남전에게로 가 선상을 세 번 돌고 석장을 한 번 흔들고는 뻣뻣이 섰다. 그러자 남전은 “아냐. 아냐.”라고 하였다. 마곡이 “장경스님은 맞다고 하는데 스님은 왜 아니라고 하십니까?”라고 묻자 남전이 말하기를 “장경이 맞다고 해도 나에게는 틀린 것이다. 이는 바람의 힘으로 도는 것은 마침내 괴멸하고 마는 게야.”라고 하였다. 《벽암록》 제31 《종용록》 제16

-선학원 총무이사 · 아산 보문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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