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김영란법’ 즉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지난달 말로 시행되었다. 이 법 시행의 입법취지는 우리 사회를 보다 청정하게 가꾸자는 것이다. 당대를 호령하는 지도자일지언정 옳지 못한 처신으로 사회의 지탄을 받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신분을 이용해 눈앞의 이익을 좇는 사람은 패가망신하기 쉽다. 실제로 영화 <내부자들>의 내용처럼 국민적 망신을 사고 인생에서 추락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보아왔다.

‘김영란법’이 시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는 정행(正行)이 갖는 의미를 곰곰 살펴봐야 할 것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정행이란 천상 세계에 태어나기 위해 몸과 뜻과 행위를 모두 바르게 닦아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정행은 어떠한 편법과 수단에 타협하지 않는 원칙을 지키고 반드시 목적하는 바를 이루겠다는 소신을 지녀야 가능하다. 다음의 예화는 정행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옛날 어떤 국왕이 지혜로운 이를 가려 대신으로 삼고자 발우에 기름을 가득 담아 20리 떨어진 ‘조희’라는 동산까지 가도록 하는 시험을 내렸다. 그러나 대부분의 신하들은 몇 걸음 떼지도 못하고 기름을 쏟기 일쑤였다. 그 중 불법을 믿는 한 신하가 있어 기름이 가득 든 발우를 들고 조심스레 발을 옮겼다. 수레와 말을 탄 사람이 길을 메우고 사람들이 시비를 걸어와도 걸음걸이를 흩트리지 않았다. 젊은 미녀들이 노래하고 춤을 추면서 다가옴에도 유혹되거나 망상을 일으키지 않은 채 마음을 단정히 하고 나아갈 뿐이었다. 또 사나운 코끼리와 말이 성에서 뛰어나와 이리저리 날뛰고 성에는 불이 일어나 아수라장이 되었다. “빨리 불을 피하고 구덩이에 떨어지지 말라.”며 호들갑을 떨어대는 대중의 움직임에도 그는 일심으로 발우만을 받들어 한 방울의 기름도 떨어뜨리지 않았다. 하늘이 울고 땅이 흔들리며 사나운 바람이 나무를 꺾고 번개가 번쩍거려도 그는 자신의 몸이 다칠 것을 걱정하는 대신 발우에 들어 있는 기름이 쏟아질까 극진히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마침내 그는 한 방울의 기름도 흘리지 않고 ‘조희’동산에 이르렀다. 왕은 크게 기뻐하며 그를 대신으로 중용했다. 그는 선정을 베풀 수 있도록 왕을 잘 보필했다. 《수행도지경(修行道地經)》 <권의품(勸意品)>에 나오는 이야기를 간추려 소개한 것이다.

자신의 원칙과 소신을 잃지 않고 정행을 실천한다면 그 결과는 우리 모두의 행복으로 나타나게 마련이다.

법진 스님 | 본지 발행인 ·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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