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 발견된 인천 금상선사 소장 경허 스님 사진. <사진=경허연구소>

120여 년 전에 찍은 한국 선불교의 중흥조 경허 성우(鏡虛 惺牛, 1849~1912) 스님의 사진이 발견됐다. 그런데 사진 속의 인물이 이제껏 한암 중원(漢巖 重遠, 1876~1951) 스님으로 알려진 사진과 같은 인물이어서 사진 공개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경허 스님 사진이 한암 스님으로 알려지게 된 경위나 바로잡기 위한 연구와 노력이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단법인 경허연구소(소장 홍현지)는 9월 26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충정사에서 ‘경허 선사 사진 공개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 발견된 경허 스님 사진을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새로 발견된 경허 스님 사진은 인천 금상선사(주지 일법 스님)에 모셔져 있던 것이다. 홍현지 경허연구소 소장에 따르면 이 사진은 만공 스님의 법제자인 수덕사 견성암 만성 스님의 유품이다. 20여 년 전 만성 스님이 입적하자 상좌인 일법 스님이 만공 스님 사진과 함께 모셔왔다. 만성 스님은 평소 일법 스님에게 이 사진이 경허 스님 사진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금상선사 소장 경허 스님 사진은 《한암일발록(漢巖一鉢錄)》 2010년 판에 수록된 한암 스님 사진과 인물은 물론 주장자, 염주, 승복, 단가사 고리까지 일치한다. 경허연구소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경허 스님의 사진이 한암 스님의 사진으로 잘못 알려진 경위 파악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허연구소는 《일발록》에 수록된 사진이 오성월 스님 초청으로 경허 스님이 1898년 5월 범어사 선원을 개설한 후 그해 6월 하안거 결제 기념으로 촬영된 것으로 추정했다.

▲ 왼쪽 정혜사 금선대 소장 경허 스님 진영, 《한암일발록(漢巖一鉢錄)》에 한암 스님으로 수록된 사진, 팔공산 모 암자 소장 경허 스님 전신 사진.

경허연구소는 사진 속 병풍을 확인하기 위해 범어사 성보박물관을 방문했으나 실물은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나 사진 속 돗자리가 범어사에만 있는 등나무 깔자리(돗자리)임을 확인했다. 범어사 성보박물관 전시유물이 등나무 깔자리 위에 진열돼 있다는 것이다. 경허연구소는 미전시 유물 중에 사진 속 병풍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계속 추적하겠다고 밝혔다.

경허연구소는 금상산사 소장본과 함께 팔공산 모 암자에서 발견한 경허 스님 전신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팔공산 모 암자 소장본은 금상선사 소장본과 동일한 사진과 함께 모셔져 있던 것으로, 금상선사 소장본보다 더 늙어 보이고, 단주가 보이지 않는다.

홍 소장은 “팔공산 모 암자 소장 전신사진과 금상선사 소장본은 눈의 형광과 주장자, 가사가 동일하다”며, “경허 선사가 구척 장신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이 사진이 금상선사 소장본보다 후대에 촬영된 것으로 추정했다. 홍 소장은 또 팔공산 모 암자 소장 전신사진과 함께 모셔져 있는 경허 스님 사진이 인천 금상선사 소장본과 동일한 것에 대해 “경허 스님 사진은 한 장만이 아니고 당시 여러 사람들이 지니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사진이 공개되면 여러 곳에서 경허 선사 사진이 발견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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