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입버릇처럼 다시는 태어나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생사유전生死流轉의 미계迷界를 벗어나지 않으려고 자진해서 카오스를 불러들이는지도 모른다. 
    목구멍이 가늘어서 배고픈 아귀 같이 돈 쫓아 쏘다니는 업보로 바늘구멍 앞에서 좌절하는 낙타가 수두룩하니, 아무래도 빈곤한 세상은 없어질 것 같지 않다. 
    팔다리를 잃고도 헛팔다리가 아픈 ‘환상사지 신드롬’마냥, 권력을 놓고도 권세는 누리려는 ‘연속성에 대한 탐욕’은 물질계에 빠져서 정신계를 열지 못한 ‘범주오류’다. 핵분열에 원자폭탄 터지듯 남의 삶도 해치고 자신의 죽음도 놓치는데 어떡하나. 

    한편, 한 움큼 햇볕에 색깔고운 꽃동산, 한 주먹 열기에 달콤한 열매, 아이들의 미소가 행복한 세상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즉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라. 
    태양은 그저 핵융합을 할 뿐인데 그 덕에 지구생태계가 저절로 열리지 않는가. 
    이 ‘위대한 우연, 연관성’을 단지 행운, 운빨이라고 말하려는가. 깨달음을 얻었거든 어서 피안의 언덕으로 노를 저어라. 

    붉은 노을에 푸른 바다가 금물결처럼 너울대고, 하얀 파도에 연둣빛 조각배는 하염없이 흔들리는데 어디에도 사공이 보이지 않는다. 
    너는 누구냐? 봄날은 짧은데 어딘 줄 알고 따라갈 궁리뇨. 

    엄도경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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