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제14민사부는 경기도지역 대한불교조계종 본사 주지의 유전자 검사와 관련해 “피고(본사주지스님)는 2015년 10월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과학적 검사에 응하겠다고 했으며, 수원과 화성시내에 아들로 주장되는 이들의 사진이 뿌려졌고, 유전자 검사는 프라이버시 침해가 가장 적은 방법이므로 증거보전신청을 받아들였다”고 이야기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현직 교구본사주지의 친자임이 확인돼 출가 이후에도 결혼생활을 유지해온 것이 사실로 드러나면 사회적 파장은 물론, 독신 수행자 전통의 조계종 정체성을 뒤흔드는 위상 추락과, 세계적 망신을 불러일으킬 것은 자명한 일이다. 왜냐하면 대한불교조계종 종헌 제9조 1항에 “승려는 구족계와 보살계를 수지하고 수도 또는 교화에 전력하는 출가 독신자라야 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계종을 대표하고 조계종의 종무행정을 통리한다”고 조계종 종헌 제54조 1항에 권한이 명시되어 있는 현 자승 총무원장측은 8월 16일 재판에서 “피고는 조계종 총무원장으로서 원고들과는 아무런 법적 관계가 없다. 원고들에게 직접적인 불법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 제3자간의 이야기일 뿐이다.”고 주장했다.

사찰의 재산처분을 승인하고, 특별분담사찰과 직영사찰과 중요사찰의 예산승인과 예산조정권을 가지고 있고, 승려의 징계에 대해 사면, 경감, 복권을 종정에게 품신하며, 친자확인을 하기 위해 유전자 검사를 받아야 하는 교구본사 주지와 전국 사찰주지를 임면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총무원장이 자신이 제3자라고 주장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세속의 대통령이 메르스 환자가 속출하여 온 나라가 공황상태에 빠졌는데, 정부가 잘못한 것에 대해 사과를 하기는커녕 “초기대응에 미흡한 점이 있다”라고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하여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자신이 임명한 교구본사주지, 그것도 같은 문중에서 함께 살아온 승려가 독신 출가승이 아니라, 은처승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하는 상황에 이르렀는데도 나하고는 상관없다는 현 자승 총무원장 측의 화법도 그에 못지않다.

자승 총무원장은 “어려서 출가해 정화한다고 절 뺏으러 다니고, 은사스님 모시고 종단 정치하느라 중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고 했는데, 제대로 배운 적은 없어도 대한불교조계종이 독신 출가승단이라는 것은 온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인 만큼 본인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교구본사 주지가 독신출가 승려가 아니라는 의혹이 일어나고, 세속의 재판부에서 유전자 검사를 채택하는 상황까지 왔는데 “나와는 상관없다”고 버티는 것이 과연 조계종, 나아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승려로서 자격이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자승 총무원장은 이러한 사태를 사전에 해결하지 못한 자정능력 상실에 대해 총무원장으로서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 부처님께서 《범망경》에서 “여사자신중충(如獅子身中蟲)이 자식사자육(自食獅子肉)이라.”고 말씀하셨다. 천마외도가 감히 부처님 법을 엿보고 해칠 수는 없지만, 사자 몸 가운데 스스로 구더기가 생겨서 사자고기를 먹는다고 했다. 그러니까 외도가 불법을 망치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 제자가 제자로서 행동을 잘못하고, 불자의 안위를 저버리는 행동을 하면 그 사람이 불법을 망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간업(無間業)을 지어서 무간지옥에 갈지언정, 불법을 해치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사자신충’이 되지 않는 길은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고, 부처님 가르침대로 행동하는 것이라는 점을 자승 총무원장은 물론, 모든 불자들이 명심해야 한다.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