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장 차(茶)를 알고 마시면 건강이 보인다.

1. 건강한 음차생활을 위해 피해야 할 ‘음차팔기(飮茶八忌)’

차는 일반인들이 단순하게 인식하고 있는 범주를 벗어나 의외로 그 종류가 다양할 뿐만 아니라 그 영역 또한 대단히 광범위하다. 처음엔 자그마한 차의 동굴을 발견하고는 쉽게 접근하기가 일쑤이다. 그러나 그 동굴로 들어서는 순간 끝도 한도 없이 깊어지고, 또 그 갈래가 천 갈래 만 갈래로 갈라지는 차학(茶學)의 심오함과 그 웅장함 앞에서 많은 다인들이 아연실색함과 동시에 절로 고개 숙여 겸손해지지 않을 수 없다.

차를 즐김에 있어 어떻게 마시고 어떻게 공부하나 하는 것은 차를 기호하는 사람들 각자의 자유이다. 그러나 차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자신의 건강을 해치는 것은 아무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차를 사이다나 콜라 같은 음료로서 조금씩 어쩌다 마실 경우에는 별 문제가 없겠으나, 그 기호하는 정도가 깊어 일상생활 중의 습관으로 오랜 세월을 마실 경우는 약과 같이 신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꼼꼼히 살피고 따져서 마시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간단하게 자신의 체질 분석이나 기호를 통해 질 좋은 차를 잘 선택해서 마신다면 자신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건강음료가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하고 무분별하게 겉으로만 비치는 멋스러움에만 빠져 과도하게 음차생활을 한다면 그야말로 끝내는 몸을 상하게 하는 독약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만의 역사학자이자 차학(茶學) 연구가인 오지화(吳智和) 교수는 필자가 대만에 유학할 시절 늘 “좋은 차를 잘 선택하여 마신다면, 아무리 마시더라도 위(胃)를 상하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나, 자칫 나쁜 차를 잘못 선택하여 마시면 오히려 위를 상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충고하였다. 그리고 또 “차를 마실 때 많은 양을 한꺼번에 마시기보다는 조금씩 수차례 나누어 마시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조언도 함께 일러 주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오지화 교수의 충고는 바로 중국인들이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음차팔기(飮茶八忌)’, 즉 건강한 음차생활을 위해 피해야 할 여덟 가지 금기사항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중국의 다인들이 지키는 음차팔기(飮茶八忌)는 다음과 같다.

음차팔기(飮茶八忌)

① 일기(一忌) : 지나치게 뜨거운 차를 마시지 않는다. 차를 마실 때의 온도가 60도가 넘는 것은 마시기에 마땅치 않다.(물론 이것은 녹차의 경우일 것이다. 중국의 75퍼센트 이상이 녹차를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② 이기(二忌) : 차가운 차를 마시지 않는다. 10도 이하의 차가운 차를 마시면 구강(口腔), 인후(咽喉), 위장(胃腸) 등에 부작용이 발생하므로 따뜻한 차를 마시는 것이 좋다.

③ 삼기(三忌) : 진한 차를 마시지 않는다. 진한 차〔濃茶〕는 자극성이 지나치게 강렬하여 인체 신진대사의 조절 기능을 해치기 쉽다. 심한 경우는 두통과 악한 마음, 불면증, 초조함 등의 증상을 불러일으키게 된다.(이것을 일반적으로 차의 독성이라고 한다.)

④ 사기(四忌) : 빈 속〔空腹〕에 차를 마시지 않는다. 옛 다인들은 “빈속에 마시는 차는 사람의 마음을 황량하게 한다. 공복에 차를 마시면 위벽에 자극을 주거나 위 점막을 파괴하기 쉽고, 또 허기감(배고픔)을 불러일으키며, 심한 경우는 저혈당의 상태에 이르게 하여 인체에 이롭지 않다.”고 충고한다.

⑤ 오기(五忌) : 식사 후에 즉시 진한 차를 마시지 않는다. 식사 후에 차를 마시면 소화와 기름기 제거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차탕(茶湯) 중에 함유되어 있는 폴리페놀(茶多酚:Tea polyphenols, 카테킨·탄닌 등)류의 성분은 음식물 중 철분, 단백질 등과 섞이면 쉽게 응고(凝固) 작용을 일으키게 되어, 음식물을 통한 영양섭취를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그러므로 식사 후 30분 후에 마시는 것이 좋다.(이는 커피나 과일에도 해당되는 사항이다.)

⑥ 육기(六忌) : 식사 전에 많은 양의 차를 마시지 않는다. 식전에 차를 마시게 되면, 타액을 희석(묽게)할 뿐만 아니라, 또한 위산 분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⑦ 칠기(七忌) : 이미 여러 차례 우려낸 차는 마시지 않는다. 너무 지나치게 여러 차례 우려낸 차는 향과 맛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인체에 유해한 일부 미량의 원소가 침출되기 쉽기 때문에 건강에 이롭지 않다.

⑧ 팔기(八忌) : 차를 우려낸 후, 시간이 오래 경과되었거나, 하루를 지난 차는 마시지 않는다. 이러한 까닭은 차를 우려낸 차탕(茶湯) 속의 폴리페놀, 비타민, 단백질 등의 성분이 변질될 뿐만 아니라, 공기 중의 미생물이 차탕 속에서 자생하여 사람을 병들게 하기 쉽기 때문이다.

좀 더 정확한 근거를 위해 다음 단원에서 여러 가지 문헌을 통해 차가 인체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좀 더 살펴보도록 하겠다.

2. ‘음차십덕(飮茶十德)’과 옛 문헌 상에 보이는 차의 효능과 유해성

한(漢)나라 때 의서인 《신농본초(神農本草)》에는 무려 365종류의 약물(藥物)에 대한 기록이 있다. 그중에서 차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차 맛은 쓰나, 그것을 마시면 사람으로 하여금 유익한 생각을 하게 하고, 적게 누으며, 몸을 가볍게 함은 물론 눈을 밝게 한다.” 또한 《신농식경(神農食經)》엔 “차를 오래 복용하면, 사람으로 하여금 힘이 생기게 하고 뜻을 즐겁게 한다.”고 기록돼 있다.

그 외에도 차의 일반적인 효능을 거론한 문헌적 기록은 매우 많은데, 그 중 몇 가지만 더 예를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쓴 차는 몸을 가볍게 하고 범골(凡骨)을 선골(仙骨)로 바꾼다.” -《잡록(雜錄)》

“명(茗)은 쓴 차이다. 명(茗)의 맛은 달고 쓰며, 추위를 덜며, 독이 없고, 부스럼이나 종기 등에 주효하며, 소변에 이롭다. 그리고 가래를 삭혀주고〔去痰〕 갈증을 해소하며, 사람으로 하여금 잠을 적게 하여 준다.” - 《당본초(唐本草)》

이상의 문헌적 기록을 통해 우리는 차(茶)가 사람의 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며, 또 어떠한 이로움을 주는가에 하는, 차의 기본적이고 일반적인 효능에 대해 개념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효능들이 ‘서양의 과학이론’으로 전부 입증된 것은 아니다. 일부는 이미 그 효능이 입증되었고, 일부는 실험연구 진행 중에 있으며, 또 일부는 ‘차의 새로운 효능 발견’이라는 기치 아래 각종 학술연구단체 등에 의해 끊임없는 학술적 보고가 이뤄질 것이다.

육우(陸羽)는 자신이 저술한 세계 최초의 다서(茶書)인《다경(茶經)》에서 음차(飮茶)의 ‘건강효능’과 ‘과학적 음차방법’에 대해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다경》의 <일지원(一之源)>에서는 차(茶)가 사람의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몇 가지를 지적하여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

“차(茶)의 쓰임은 그 맛이 찬〔寒〕 데 이르니〔즉, 차는 양성(涼性)에 속하니〕 품성이 우량하고 ‘검덕(儉德)’을 갖춘 자가 마시기에 가장 적합하다. 만약, 신체에 열(熱)이 나고 갈증이 나거나 가슴이 답답하고, 두통이 있으며 눈이 침침하고, 사지(四肢)가 아프고 무기력하거나 관절이 펴지지 않을 때, 차 너댓 잔만 마셔도 그 효과가 결코 제호(醍醐)나 감로(甘露)만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육우는 《다경》의 〈칠지사(七之事)〉에서 각종 경전을 근거하고 인용하여 차(茶)가 해독작용은 물론 여러 가지 병을 치료하고 숙취를 제거하며, 흥분을 가라앉히고 갈증을 해소하는데 효력이 있음을 설명했다.

그 밖에도 당대(唐代)의 환관(宦官)이었던 유정량(劉貞亮) 같은 이는 차를 마심으로써 얻는 장점을 ‘십덕(十德)’으로 간략하게 함축하여 개괄하였는데, 그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음차십덕(飮茶十德) ― 차를 마심으로써 얻는 열 가지 덕목
① 이차산욱기(以茶散郁氣) : 차(茶)로써 우울한 기운〔郁氣〕을 흩어지게 하고,
② 이차구수기(以茶驅睡氣) : 차로써 졸음〔睡眠〕을 쫓고,
③ 이차양생기(以茶養生氣) : 차로써 생기(生氣)를 기르고,
④ 이차제병기(以茶除病氣) : 차로써 병(病)의 기운을 제거(除去)하고,
⑤ 이차이예인(以茶利禮仁) : 차로써 예(禮)와 인(仁)을 이롭게 하고,
⑥ 이차표경의(以茶表敬意) : 차로써 경의(敬意)를 표하고,
⑦ 이차상자미(以茶嘗滋味) : 차로써 맛을 음미(吟味)하고
⑧ 이차양신체(以茶養身體) : 차로써 신체(身體)를 기르고,
⑨ 이차가행도(以茶可行道) : 차로써 가히 도(道)를 행하고,
⑩ 이차가아지(以茶可雅志) : 차로써 가히 뜻을 우아(優雅)하게 한다.

이상의 ‘음차의 십덕(十德)’은 음차의 건강과 수신(修身)의 도(道)에 대하여 가장 잘 묘사한 것이라 하겠다.

박영환 | 중국 사천대학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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