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곳에 오래 머무른 물은 썩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숫타니파타》에서 “성인은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고 말씀하고 있다. 한 곳에 오래 머문다는 것은 안주(安住)한다는 의미다. 편안하게 지낸다는 뜻의 안주는 자신도 모르는 새 방일과 방종에 익숙해질 수 있다. 방일은 자신의 후퇴를 가져온다. 퇴보를 부른다는 말이다. 부처님은 그래서 수행자들이 한 곳에 오래 머무르는 것을 경계하셨다.

변화는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력과 상통한다.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은 오늘을 통해 변화를 준비한다. 변화에 아둔하다면 현재에 안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영학에 ‘붉은여왕 효과’라는 용어가 있다. 이 용어는 영국의 동화 작가 루이스 캐롤의 책 《거울을 통하여 (Through the Looking Glass》에 언급된 것으로 어떤 대상이 변화를 하더라도 주변 환경이나 경쟁대상이 더 빠르게 변화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뒤쳐지게 되는 원리를 말한다. 붉은 여왕의 나라에서는 주변 세계도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열심히 뛰어도 좀처럼 몸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글로벌 시대에서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경쟁은 필수 요인이다. 가치창출의 원천은 자산이 아니라 지식의 흐름으로, 가치창조의 수단은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끌어당기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즉 통제가 아니라 포용이란 말이다. 이런 변화는 근본적인 관리와 경영방식의 혁신을 요구하게 된다. 그런데도 경영이 변화하지 않으면 아무런 성과를 창출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쉽게 말해 변화를 읽는 힘이 떨어지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오랜 세월 한 곳에 머무르는 사람은 변화를 읽는 힘이 현격히 떨어진다.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말라는 경고는 그래서 우리에게 던지는 강렬한 메시지다.

오늘날 종단과 사찰은 경영의 시대를 맞고 있다. 동국대에 사찰경영학이 도입된 지 오래거니와 사찰경영에 대한 연구소가 만들어졌다. 옛날 방식대로 하는 포교와 복지로는 성과를 낼 수 없다는 진단에서다.

그러나 경영을 책임져야 할 종단의 인적 구성은 ‘붉은 여왕’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옛날 방식의 사고를 그대로 고수한 채 종단권력에 20년 이상 탐착하고 있는 스님들이 총무원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본사 B사의 ㅈ스님은 30년 가까이 종단권력의 중심부에서 영향력을 행세하고 있다. 동국대와 봉은사 등 지분을 나누는 데 늘 그 이름이 등장한다. 대각회의 또 다른 ㅈ스님을 비롯해 ㅎ스님, ㄷ스님, ㅅ스님 등은 종단 요직을 맡고 있으면서 종단권력의 주류로 행세하고 있다.

이들이 여전히 현재의 권력구도에 자리하고 있는 한 조계종단은 ‘붉은 여왕 효과’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실제로 종단은 지금 ‘살기 위해 뛰고 있는 것’일 뿐, 변화를 통해 풍요로운 성과를 낼 수 있는 체제가 아니다. 용주사 문제, 동국대 문제, 언론탄압 문제 등 어느 하나 제대로 풀지 못하는 이유는 경영방식이 통제에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권력을 차지하고 있는 인물들의 쇄신을 가져오지 못한 때문이다.

인물의 쇄신을 통한 경영방식의 혁신이 현재 종단이 안고 있는 과제다. 그래야만 각종 사태와 문제를 풀 수 있는 해법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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