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교육원장 현응 스님이 1990년 발간한 《깨달음과 역사》의 2차 개정증보판을 최근 펴냈다. 기존 책 후반부에 수록됐던 에세이들은 모두 뺐고, 이른바 ‘깨달음 논쟁’을 촉발시킨 〈깨달음과 역사, 그 이후〉를 비롯해, 〈‘깨달음과 역사, 그 이후’ 반론에 대한 답변〉, 〈기본불교와 대승불교〉 원고를 새롭게 추가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대승불교의 ‘보디사트바(보살)’를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한다. ‘깨달음(Bodhi)’은 역사를 연기적으로 파악하는 시각으로, ‘역사(Sattva)’는 깨달음의 시각으로 비춰보고 실현하는 현실적인 삶으로 풀이했다. 깨달음과 역사를 결합하는 일이야말로 대승불교의 핵심 정신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한국불교를 ‘불교가 무엇인지 알고자 할 뿐, 삶이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관심과 담론이 부족한 가난한 불교’라고 정의한다. 가난한 불교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불교가 역사현실 속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정신이자 행위가 되어야 하며, 한국불교의 통불교 정신으로 여러 종류의 불교를 회통해 현대적 불교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창한다.

한편 이 책의 초판은 26년 전 해인사출판부에서 출판됐다. 1980년대 중후반에 쓴 원고를 모아 엮은 불교역사철학 에세이로 한국불교계에 반향을 일으켰다.

현응 | 불광출판사 |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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