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가 자본주의 병폐에 물들어 승가가 사회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10년 내에 불교가 존립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이 이야기는 ‘해종행위자’가 발표한 성명서의 내용이 아니다. 대한불교조계종의 고위직인 현직 포교원장 지홍 스님의 이야기다. 지홍 스님이 “10년 내에 불교가 존립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주장하기 전에, 하버드대 출신의 미국인 현각 스님은 “자본주의에 물들고 기복신앙에 매몰된 한국불교와 인연을 끊겠다”고 밝혔다가 “빨대를 꽂다”, “상도덕이 없다”는 원색적인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한국불교가 자본주의 병폐에 물들었다는 지홍, 현각 스님의 진단은 동일한데 현각 스님을 비난하던 이들이 지홍 스님에게도 “밥값 못하는 2류 인생들만 모여서 비판을 한다”는 공격을 할지 궁금하다.

현각 스님의 조계종 비판보다 더 심각한 것은 지홍 스님등 조계종단 고위직 승려의 조계종 비판이다. 지홍 스님은 현직 포교원장이기도 하지만 “10년 내에 불교가 존립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게” 일조를 한 자승 총무원장 집행부 종권세력인 불교광장의 대표를 역임한 인물이다. 자승 총무원장 집행부의 고위인사가 조계종에 대해 비판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조계종 교육원장인 현응 스님은 2014년 10월 “사찰의 사유화를 막지 못하면 종단체제가 5년 이내에 붕괴될 수 있다”고 주장했고 2015년 5월에는 “출가승단은 불교자본가”라고 주장했다.

잘못을 저지른 자가 그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해당 사안의 피해자 또는 기타 다른 자에게 책임을 덮어씌우고 자신이 오히려 희생자인 척 가장하여 동정심을 유발,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고자 하는 행위들을 ‘피해자 코스프레’라고 하는데 지홍, 현응 스님의 주장이 바로 그런 것이다.

지홍 스님과 현응 스님이 주장한 내용은 본인들이 자승총무원장 체제에서 종단 지도부로서 종단을 이끌고 오면서 점점 심화된 조계종단의 병폐다. 지홍 스님과 현응 스님은 종단 지도부의 논의구조에 몸 담고 있으면서 종단의 정책방향을 주도한 ‘가해자’들이다. 그런데 이제와서 “자본주의에 물들었다”, “5년내에 붕괴된다”, “10년내에 존립할 수 없게 된다”, “출가승단은 불교자본가”라는 주장을 하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돈선거, 총장선거개입, 도박, 권력유착, 음주추태, 룸싸롱출입, 은처, 국고보조금 횡령등등 일일이 열거하기에도 벅찬 종단의 부정과 비리에 대해 최종 책임을 지고 반성과 참회의 마음으로 고개를 숙여야 할 종단의 고위층들이 오히려 종단이 붕괴되고, 존립할 수 없게 된다고 협박에 가까운 막말을 쏟아내는 것을 볼 때 과연 ‘해종행위자’는 누구인지 고위층에게 묻고 싶다.

이런 상황에서 교단자정센터가 지홍 스님과 현응 스님에 대해 “위에서 구정물이 내려와 아랫물이 온통 혼탁해지는 작금의 현실에 책임지는 자가 없다면 불교의 현실은 나아질 수 없다.”면서 “자승 총무원장으로 권력이 집중된 현 조계종단의 현실에서 두 원장스님의 운신의 폭이 없는 것은 이해하지만 집권세력의 핵심으로 반성조차 하지 못한다면, 두 원장 스님의 현실인식은 아무런 호응을 얻지 못하는 메아리가 될 것이다.”고 한 것을 두 스님은 깊이 새겨야 한다.

“재임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뒤집은 자승총무원장에 이어 “공직을 사퇴하겠다”고 해놓고 다시 포교원장에 취임하여 불망어죄를 범한 스님에게 필요한 것은 “이대로 가다가는 불교가 망한다”는 총무원장 선거를 의식한 것으로 보이는 정치적인 발언이 아니라 종단의 고위직으로서 소임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참회와 반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것이 참 수행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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