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갈등이 끝 간 데 없이 이어지고 있다. 24일 북한이 동해상에 잠수함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남북간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고 남북관계를 발전시켜나가기 위한 ‘8.25 합의’(남북 고위급접촉 합의) 1주년을 채 하루 남겨두고다. 양측은 지난해 8.25 합의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당국자 회담을 개최하고 여러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진행해 나가는 한편 다양한 분야에서의 민간 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합의는 무색하다. 남북관계는 퇴보에 퇴보를 거듭하고 있다.

정부의 대북 강경 기조는 명백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만 좇아도 이런 흐름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박 대통령은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우리 국민을 위협하고, 대한민국을 위협하기 위한 어떤 시도도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국제적 고립은 심화되고, 경제난만 가중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22일 열린 을지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는 발언의 수위를 높여 북한의 체제 동요 가능성을 점쳤다. “북한의 고위 인사들까지 탈북과 외국으로 망명이 이어지고 있어 심각한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체제 동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민간교류의 물꼬를 터달라는 아우성은 그러나 소리가 없다. 종교계와 일반 시민사회단체들의 목소리는 결정권자들의 귀에 가 닿지 않거나 닿아도 닿지 않는 셈 된다. 닿지 않는 목소리는 힘을 잃기가 쉽다. 공허한 메아리뿐인 외침이라면 되레 외치지 않는 쪽이 편하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한국불교종단협의회가 주최하고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가 주관한 광복 71주년 기념 8.15 한반도 평화기원법회가 서울 조계사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뤄진 ‘평화 기원’ 역시 음소거 된 상태는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지난 해 새 민추본 본부장으로 취임하면서 기대를 모았던 법타 스님은 이날 법회에서 한반도 평화 통일을 위한 남북관계 개선 제언문을 발표했다. 법타 스님은 “광복 71주년을 맞이한 오늘,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줄 것을 불교계를 대표해 제언하는 바”라며 상호 신뢰 분위기 형성과 긴장 행위 자제, 대화와 협상을 위한 남북 당국간 고위급 대화와 민간 교류 복원을 촉구했다.

그런데 제언문을 곰곰이 들여다보아도 누구를 향한 제언인지는 좀체 읽히지 않는다. 목적어 없는 제언이 과연 상대를 정확하게 찾아 갈 수 있을지 의뭉스럽다. 더욱이 이날 발표된 제언문이 정부 혹은 관련부처에 전달되는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대한 관계자의 답이 “통일부 담당 주무관이 법회에 참석했으니 자료집을 챙겨갔을 것”에 그친 점도 선뜻 수긍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지난 해 통일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북교류를 촉구한 8.15불교단체연석회의에 참여했던 민추본은 올해 연석회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대신 민족공동체 불교지도자과정 총동문회 통일바루가 이름을 올렸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는 ‘내부 결정’이라고 일축했다.

물 한 방울 새지 않는 견고한 벽 앞에서 관련 단체들이 무력한 것은 그들의 탓이 아니다. 민간교류가 전혀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교육활동 등에 전념하며 통일에의 염원과 의식을 넓혀나가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도 안다. 다만 “대화와 협상의 과정이 때로는 답답하고 순탄치 않을지언정 이를 포기하고 뒤로 한다면 다툼만이 있을 뿐”이라는 제언이 공염불이 되지 않고 명확한 대상에게 가 닿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 한 조각을 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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