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스님’이나 ‘어른 스님’으로 불리는 스님들도 단 번에, 날 적부터 큰스님이지는 않았을 게다. 끊임없는 욕망과 번뇌에서 벗어나고자 출가의 길을 택한 수행자가 수행의 근간으로 삼는 기본 덕목은 바로 ‘초심’이다. 무엇보다도 출가를 단행한 목적과 구도를 향한 결의가 사무쳐 있는 스님들의 첫마음을 돌이켜보는 책이 나왔다.

25년 동안 많은 스님들을 인터뷰한 불교 전문 작가 박원자 씨가 48명의 스님들을 만나 그 첫마음을 기록한 《스님의 첫마음》이 출간됐다. 책에 수록된 인터뷰의 면면은 이렇다. 금강선원장 혜거 스님은 막 출가한 행자의 신분으로 여러 스님들 틈에 앉아 화엄경을 공부한 그 시절의 환희로움을 잊지 못한다. 출가자로 살아가는 것이 마냥 행복했다는 일진 스님(운문사 승가대학장)은 함박꽃 같은 웃음이 멈춰지지 않아 계를 받던 날 “너무 웃지 마라”는 경책을 당했다.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은 하루라도 먼저 출가자로 살고 싶어 코앞에 집이 있는데도 절에 머물면서 학교에 다녔다며 슬며시 웃음을 짓는다. 절에서 사는 게 좋아 자신을 데리러 온 부모님을 피해 도망을 가고, 몸 힘든 것보다 “그렇게 살 거면 절에서 떠나라”는 말이 가장 무서웠다는 스님도 있다.

책에는 1900년대 초반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 세기 동안의 한국 불교 수행사, 절집의 풍속과 수행 문화, 솔직 담백한 일상생활, 고승들의 수행법 등이 풍성하게 기록되어 있다. 특히 노스님들의 회고를 통해 만암, 한암, 금오, 청담, 성철, 해안, 청화, 일타, 동산 스님 등 한국 불교사에 중요한 발자취를 남긴 수많은 선지식들의 언행과 수행담이 흥미롭게 되살아나 눈길을 끈다.

저자는 책에 담긴 마흔여덟 가지 초발심 풍경과 치열한 구도 여정을 통해 우리들 내면에 첫마음의 등불을 밝히고, 스스로 자기 삶의 수행자가 되어 하루하루 충만하게 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박원자 | 뜨란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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