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각 스님이 “한국의 외국인 스님들은 조계종의 데코레이션(장식품) 취급을 받았다”며 “돈 때문에 선불교를 기복종교로 귀복시킨 한국불교를 떠나겠다”고 선언해 불교계는 물론 일반사회에까지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현각 스님의 이러한 한국불교 비판에 대해 불교계 언론뿐만이 아니라 주요 일간지와 방송에서도 주요기사로 보도하는 등 여파가 크다. 또 불자들은 “한국인으로서 불자로서 한번 더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고 공감을 표시하는가 하면, 일반인들도 “한상균노조위원장이 조계사에 있을 때 벌어진 이야기를 듣고는 불교계도 어지간히 썩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부디 불교계는 기독교와 같은 길을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돈과 권력에 눈이 멀면 남는 건 고립 밖에 없을 것”이라고 불교계를 질타했다.

그런가하면 일부에서는 “현각 스님은 25년 동안 조계종에 빨대만 꽂고서 가장 좋은 조건 속에 있었던 사람이 어떻게 그 조건을 비판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난을 하는 이들도 있다. 현각 스님은 자신의 발언으로 파문이 커지자 “자신은 조계종이나 한국불교를 떠난다고 한 적이 없으며 자신이 한 말의 뉘앙스가 완전히 오해되었다”고 해명을 하였지만 한국불교에 대한 비판은 중단하지 않았다.

그런데 현각 스님의 이러한 비판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조계종 종단 지도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다른 스님들이 나서서 현각 스님의 조계종 비판에 대해 적절치가 않다고 이야기하는 동안 조계종 지도부가 무반응으로 일관하는 것은 조계종이 현각 스님을 비판하는 스님들을 또 다시 데코레이션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간다.

조계종 현 지도부가 일부 권승들의 범계와 돈만을 밝히는 천박한 자본주의 행태에 대해 해명하기가 어렵다면, 현각 스님이 제기한 국제선원 폐쇄가 왜 이루어졌는지, 무상선원은 법인법에 의해 등록이 되었는지, 외국인행자교육원은 왜 설립 5년 만에 문을 닫았는지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놔야 한다.

사실 현 조계종 종권세력에 대한 비판은 현각 스님이 처음이 아니다. 조계종 원로 고우스님은 "우리끼리 있다면 현 승가를 정말 적나라하게 비판하고 싶다. 이대로 가다가는 한국불교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 불교의 '마지막 선승'으로 꼽혀온 90세에 가까운 송담 스님은 “수행가풍이 다르다”는 말을 남기고 평생을 몸담아 온 조계종을 탈종했다. 이외에도 조계종 권승들의 도박과 성추문, 돈봉투선거, 정치권력과의 야합 등 온갖 부정비리에 대해 수많은 비판과 지적이 있었지만 현 조계종은 이에 대해 한 번도 제대로 해명을 하거나 책임을 진 적이 없다.

조계종 일부 권승들이 탐욕과 권력, 자본에 매몰되어 자신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을 하고 있는 사이에 한국불교는 대중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고 고우스님의 말처럼 이 시대에 살아남을 수가 있는지 걱정이 된다.

사실 한국불교와 조계종을 떠날 사람은 종단을 비판한 현각 스님이나 송담 스님이 아니다. 한국불교를 천박한 자본주의 불교, 부처님이 설하신 수행가풍과 다른 불교, 돈봉투를 돌려 선거에 당선되는 금권 불교, 도박으로 밤을 새우는 한탕주의 불교, 성희롱, 성추행, 성매매로 수행자의 위신을 추락시키는 음행불교, 정치권력에 아부하여 선거 때마다 유세현장에 따라다니는 권력유착 불교로 전락시킨 소위 종단의 권승들이야 말로 조계종을 떠나야 할 사람들이다.

부처님도 비판을 해달라고 자처하셨다. "나는 반열반(깨달음)을 얻었다. (그러나)마땅히 나를 돌아보게 하라. 혹 내 몸이나 입이나 마음에 꾸짖을 만한 일은 없는가." 이러한 비판을 외면하거나 침묵하는 수행자에 대해 부처님은 “안으로는 잡된 마음을 품고, 거룩한 척 하며 사람들을 속이는 무리가 있다”고 하셨다.

조계종 종단 지도부는 현각 스님의 비판에 대해 솔직히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잘못된 것이 있다면 참회를 하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안으로는 잡된 마음을 품고 거룩한 척 하며 사람들을 속이는 무리임을 자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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