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주영 불교환경연대 사무처장.

“보살님,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동참 부탁드려요~” 서울 조계사 앞마당 한 켠, 작은 테이블을 지키고 있는 이의 까랑까랑한 목소리에 한 불자가 발걸음을 멈춘다. ‘설악산 국립공원을 케이블카로부터 지켜주세요.’ 현수막을 한 번, 테이블에 놓인 ‘설악산 그대로’ 홍보지를 한 번, 앞서간 이들의 이름이 적힌 서명지를 한 번 보더니 선뜻 펜을 든다.

서명운동의 취지를 간략하게 설명하는 얼굴이 연신 웃는 낯이다. 8월 3일 백중기도 5재에 맞춰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사찰 캠페인에 나선 한주영 불교환경연대 사무처장을 만났다.

“경제성 분석 조작이요? 양양군이 케이블카를 추진하는 이유가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는데 그 명분이 상실된 거죠. 부풀리기도 모자라 조작까지 하다니요.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 사업을 해야 하나요?”

지난 해 8월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조건부 승인을 받은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 그 주체인 양양군의 공무원들이 사업의 경제성 분석 자료를 조작한 것이 최근 드러나면서 오색 케이블카 사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사업 승인 당시 제출했던 자연환경영향검토서와 사업 승인 후 제출한 환경영향평가 본안이 확연하게 다르기 때문에 사업 승인 자체가 전면 무효화되어야 한다는 것이 환경단체들의 목소리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 국민행동’의 집행단체로 참여하고 있는 불교환경연대도 1인 시위 등에 참여하면서 사업 백지화를 위해 한 몫을 하고 나섰다.

관련 단체들은 같은 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두 보고서 사이에 사업비가 증가했고, 사업대상지에서 보호종의 종류와 서식흔적이 증가했으며 훼손수목의 수가 늘어났음이 확인됐다”며 “국립공원위원회가 잘못된 보고서에 근거해서 내린 결정은 결정은 타당성을 상실한다”고 고발했다.

‘조건부’ 승인이지만 멸종위기종의 보호대책 수립, 상부정류장 주변 식물보호대책 등의 부대조건을 충족하기는 커녕 오히려 멸종위기종의 서식 위협과 식물훼손이 증가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아직 기회는 있다. 설악산은 그 자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따라서 조건부 승인을 받은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계속 진행되기 위해서는 문화재위원회의 문화재현상변경 심의를 거쳐야 한다. 문화재위원회는 지난 달 27일 이 심의를 ‘보류’했다. 한 처장은 “설악산을 지킬 수 있을지는 문화재위원회의 결정에 달려 있다”며 “32년 전인 1982년도 두 차례나 케이블카 심의를 부결시킨 문화재위원회가 이번에도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한주영 사무처장이 조계사 경내에서 불자들에게 설악산 지키기 지지 서명을 받고 있다.

한 처장은 말 못하는 생명을 위해서 싸워야 한다는 사명으로 설악산 지키기에 나섰다고 말했다. 말투는 상냥하되 단호했다. “자연은 스스로 말하지 못해요. 지율 스님이 도롱뇽을 대신해서 재판에 나섰듯,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자연의 보호자가 되어주어야 해요. 아직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미래세대를 위한 일이기도 하죠. 산과 강과 자연은 현 세대만의 것이 아니기에 자연과 미래세대를 대신해 그들을 보호해야 할 과제가 주어진 겁니다.”

불교환경연대는 매주 수요일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백중 회향일까지는 설악산권 사찰을 포함한 여러 사찰을 다니며 설악산 지킴이 캠페인을 펼칠 예정이다. 국민행동과 함께 1만 명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는 서명운동이 완료되면 문화재위원회에 국민의 목소리를 담은 서명지를 제출하게 된다. 지켜보는 것 말고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한 처장의 대답은 이렇다.

“서명에 동참하시거나 1인 시위에 나오시는 방법이 있지요. 또 국민행동에서 대중들의 참여를 위해 8월 18일부터 9월 3일까지 설악산부터 여의도까지 순례하는 일정을 계획했으니 구간 중에 마음을 내어 하루정도 참여해주셔도 큰 응원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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