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 일부인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체계)를 우리나라에 배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들끓기 시작한 여론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쪽에서는 여전히 사드 무용론 혹은 유해론을 펼치며 반대하고 있고, 정부를 비롯한 다른 한쪽에서는 사드 배치에 대한 우려를 괴담으로 치부하며 엄벌하겠노라 엄포를 놓고 있는 상황이다.

사드 배치 갈등의 원인은 일차적으로 정부에 있다. 정부는 그동안 줄곧 보여준 일방적 밀어붙이기를 이번 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서도 여지없이 보여줬다. 어떤 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정부의 의무이자 순리다. 그것이 국민의 생존과 이익에 직접적으로 관계된 일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정확한 설명과 설득, 투명한 결정 과정 없이 “내가 옳으니 너희들은 따라오라”는 식으로 밀어붙이고 있으니 갈등은 이미 예고됐던 것이나 다름 없다.

사드 배치 갈등의 또 다른 한 축은 언론이다.

언론은 사실을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드러내 알리는 것이 책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있는 그대로 보도하는 것은 물론이고 각 사안에 대해 원인과 과정, 결과까지 속속들이 취재하고 검증해야 한다. 이번 사드 배치 과정에서 보여준 언론의 모습은 실망스럽다 못해 수치스럽기까지 하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내용을 그대로 화면이나 지면에 옮기기에 바쁘고, 국민의 목소리는 외면하기 일쑤다. 심지어 정부 입장에 반대하는 국민들을 ‘외부세력’ 운운하며 폄훼하고, 국민 간, 지역 간 갈등을 촉발시키는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우리에게 유용한 미사일 방어체계인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중국·러시아와 갈등을 풀 해법은 무엇인지, 사드 배치가 앞으로 우리나라에 끼칠 경제적, 문화적, 군사적 영향은 무엇인지, 사드 배치 외 북핵 문제를 해결할 다른 대안은 없는 것인지, 사드 운용을 위해 가동하는 X밴드 레이더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인체에 무해한 것인지 등등 제기되고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해 정확하게 진단하고 검증한 기사를 만들어내기 보다 정부의 발표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것이 한국 언론의 현실이다.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해경을 비판하는 기사를 내보내지 말라고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한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보도개입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홍보의 도구나 관리의 대상으로 전락할 뿐이다.

언론을 관리와 홍보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정부, 정부의 입장을 무비판적으로 전달하기만 하는 언론,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과 본분을 망각한 채 현실에 안주한 언론인…. 사드 배치 갈등에서 보여준 정부, 언론, 언론 이 세 집단의 무기력하고 한심한 작태를 보고 있는 뒷맛이 마냥 씁쓸하다. 현 불교언론의 상황도 이와 별반 다를 게 없지 않은가.

조고각하(照顧脚下)라는 말이 있다. ‘발밑을 잘 살피라’는 뜻인데, 남 흉만 볼 일은 아니다. 자기 발밑을 봐야지 남 발 밑을 봐서 무엇하겠는가? 나를 넘어지게 하는 돌부리는 내 발밑에 있지 남 발 밑에 있지 않다. 일반 언론(인)의 자질과 자세를 탓하기 이전에 나는 그들처럼 하지 않았는지 먼저 살피는 게 불교기자로서 지향해야 할 자세가 아닌가?

그러고 보니 내 모습이 참 부끄럽다.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