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가를 이루는 두 가지 축 가운데 하나인 비구니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고, 얼마나 알고자 했을까? 한국불교 비구니 역사 연구에 천착해온 하춘생 박사가 국제문화재단(이사장 전홍덕)의 한국문화 시리즈의 일환으로 《붓다의 제자 비구니》를 펴냈다.

저자는 비구니에 대한 대중의 이해, 성차별에 대한 인식 개선, 비구니 위상정립을 중심으로 이 책을 저술했다. 과거 대중매체 등을 통해 ‘사연 있는 여성’으로 부각된 비구니에 대한 이미지를 탈피해 내면의 평화를 찾아가는 수행자로서의 비구니를 조명한다.

또 <팔경법(八敬法)>에 나타난 ‘여인오불가설(女人五不可說)’에 아랑곳 않고 구도와 교화현장에서 열정을 불사르고 있는 비구니들의 현재 모습을 소개한다. 우리사회에서 성차별의 벽을 허물지 못하고 있는 사각지대로 종교계가 지목되고 있는 현실의 부조리함을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1만3천여 명의 출가자 가운데 절반을 이루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교단 운영에서 소외되고 있는 이율배반적 현실을 꼬집으면서, 비구니 위상 정립에 대한 힌트를 책 곳곳에 담았다.

책의 구성은 크게 △비구니는 누구인가 △비구니가 되는 길 △역사 속 비구니 △비구니의 현재적 활동 △비구니 문중과 그 원류로 나뉜다. 역사상 최초의 비구니에서부터 한국사에 이름을 남긴 비구니들을 찬찬히 훑고, 비구니가 되기 위한 득도수계와 수계의식의 역사적 흐름을 되짚는다.

비구 문중에 비해 비교적 알려지지 않고, 선뜻 관심을 갖지 않았던 비구니 문중과 그 원류를 찾아 거슬러 올라가는 작업도 이 책에 드러났다. 청해, 계민, 법기, 삼현, 수정, 봉래, 육화, 실상, 보운, 일엽, 보문종 문중 등 소개된 문중들을 탐독하다 보면 흔히 알고 있는 비구니 사찰들의 뿌리와 기원을 그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강학, 계율, 수행, 포교, 복지, 문화 등의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비구니들의 현재 활동을 소개함으로써 비구니 위상 제고를 절로 꾀하게 한다. 비구니 사찰의 풍경과 수행하는 스님들의 모습을 담은 장명확 작가의 사진도 아름다운 볼거리다.

저자는 책을 펴내면서 “우리는 그동안 그들을 신비 속에 가둬왔고 그들 스스로도 세상에 오르내리기를 원하지 않았다. 베일 속의 주인공으로 이해했고, 현실도피자로 낙인찍었고, 애처로운 눈으로 바라보았다”며 “이 책이 ‘비구니가 정말 그런 존재인가’라는 질문에 대면하고 반추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하춘생 | 국제문화재단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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