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 모든 존재는 ‘불생불멸(不生不滅)’하니 청정한 법 중에 늘어난다거나, 번뇌 망상 속에 줄어들지 않는다. 인연이 모여 생겨났으므로 법은 그 청정한 속에서 조금도 늘지 않고, 그 번뇌망상 속에서도 법은 조금도 줄지 않느니라. -십지경(十地經)

110. 부처님 경계의 근본 성품1)이 곧 모든 번뇌의 성품이니라. -문수불경계경(文殊佛境界經)

111. 정거천자2)가 문수사리보살에게 여쭈었다. “무엇이 보살의 올바른 수행인지요?” 문수사리보살이 대답하셨다. “천자여, 진여(如如)도 평등하고 오역(五逆)3)도 평등합니다. 모든 견해도 평등하며, 범부의 법도 평등하고 성문법도 평등하며 연각법도 평등하고 보살법도 평등하며 불법도 평등합니다. 생사법도 평등하고 열반법도 평등하며, 번뇌도 평등하며 논쟁4)도 평등한 것이외다.”
천자가 여쭈었다. “어찌하여 논쟁 역시 평등하고 번뇌도 평등한 것인지요?” 문수사리가 말씀하셨다. “공(空)인 까닭에 평등하며, 무상(無相)한 까닭에 평등하며, 원(願)이 없기에 평등합니다. 왜냐하면, 공이란 차별이 없기 때문입니다. 보배 그릇도 비어있고 진흙 그릇도 비어있다면, 그릇 가운데의 비어있는 영역이 모두 같다 할 것입니다. 갖가지 다른 차별이 있을 수 없으며, 둘이 아닌 까닭에 이렇듯 번뇌도 공하고 논쟁도 공하므로 차별이 없는 것입니다.” -청정비니방광경(淸淨毗尼方廣經)

112. 생사와 열반이 모두 분별의 작용에 의한 것이므로 동일한 진여이니, 만약 무분별지5)로 얻는다면 곧 이것을 인연으로 말미암아 평등한 것이니라. -섭대승론(攝大乘論)

113. 생사를 떠난 특별한 열반이 따로 없으니, 보살이 이미 생사를 얻지 못하였다면 역시 열반을 얻지 못할 것이니라. 이는 ‘얻을 바 없음(無得)’6)의 뜻 이니라. -섭대승론(攝大乘論)

114. 중생의 세계가 곧 법신이요, 법신이 곧 중생의 세계이다. 이는 다만 이름만 다를 뿐 차별이 없으니, 비유하면 밝고 맑은 태양이 구름에 가려지는 것7)과 같아서, 만약 번뇌의 구름을 제거한다면 법신의 태양이 드러나게 되느니라. -법계무차별론(法界無差別論)

각주
1)원문은 ‘자성(自性)’이다. 선가에서는 불성(佛性)이나 자심(自心) 혹은 심성(心性) 등을 의미한다. 여기서는 ‘성품’이라 번역하였다. ‘자성’은 사물 혹은 존재가 지닌 고유한 성질이나 성품, 혹은 본성 등을 말한다. 본래 갖추고 있어 진실하고 불변하는 본성을 뜻한다. 존재의 본래적인 실체인 까닭에 서로 섞인다거나 변하지 않아 각각의 고유한 특성을 유지한다. 한편, 구사(俱舍) 혹은 법상(法相) 계열에서는 이를 ‘자상(自相)’이라 규정한다. 차별 또는 공상(共相)에 상대하여 ‘존재의 체성’이라는 의미가 강조된다.
2)색계 제4선천(禪天). 불환과를 증득한 성인이 나는 하늘이다. 무번천(無煩天)ㆍ무열천(無熱天)ㆍ선현천(善現天)ㆍ선견천(善見天)ㆍ색구경천(色究竟天)의 다섯 하늘이 있으며, 이를 가리켜 오정거처(五淨居處)ㆍ오나함천(五那含天)이라 한다. 성자(聖者)가 거주하는 5종의 하늘이다.
3)다섯 가지 중한 죄(부, 모, 아라한을 해치거나 승단의 화합을 깨거나 부처님 몸에 피를 냄)로 성불할 성품이 없는 이를 뜻한다.
4)원문은 ‘쟁송(諍訟)’이며 여기서는 ‘논쟁’으로 번역하였다.
5)주관이나 객관을 떠나 올바르게 진여를 체득하는 평등하고 진실(眞實)한 지혜이다. 일반적으로 생멸 변화하는 물심(物心)의 모든 현상을 분별하게 된다. 진여는 언어나 문자로 표현할 수도 없고 분별할 수 없는 것이다. 모든 생각과 분별을 여읜 모양 없는 참된 지혜를 의미한다.
6)원문은 ‘무득(無得)’이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인식의 대상을 갖지 않는 것’이다. 여기서는 부처님과 중생은 본래부터 진여(眞如)의 체성을 갖추고 있으다. 증득한 지혜의 입장에서는 부처와 중생의 차별이 있지만, 증득하게 되는 이체(理體)는 같이 적정(寂靜)하여 얻을 수 없다.
7)원문은 ‘소예(所翳)’이다. 일산으로 태양을 가리는 것을 의미하며, 여기서는 ‘태양을 구름이 가리는 것’이라 번역한다.

-한국불교선리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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