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조계종 화쟁위원회 제4기가 출범했다. 여전히 화쟁위원장은 도법스님이다. 불교계 일부 언론에서 선학원이사장 스님의 재임을 언급하며 ‘독재’와 ‘불통’, ‘반민주주의’라는 3선의 사회적 의미를 넘어설 것인지 지켜볼 것이라고 폄하를 하고 있는데, 화쟁위원장 4선을 하는 동안 도법스님 스스로가 2012년 10월 24일 ‘자승 총무원장의 앞잡이 노릇을 하다가 끝났다고 할 지도 모른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를 할지 지켜볼 일이다.

화쟁위원회는 4기 출범을 앞두고 “첨예한 갈등과 대립의 현장에서 화쟁의 정신으로 사회적 대화와 합의의 토대를 만들기 위해 활동을 해왔다.”고 보도자료를 돌렸다. 이 보도자료에서 화쟁위는 2010년 제1기 화쟁위원회를 시작으로 지난 6년 동안 직영사찰 제도 개선 및 봉은사 운영방안 마련 및 제안(2010년), 4대강 사업 ‘불교, 기독교, 원불교, 정부, 여야, NGO ’4대강 사업 국민적 논의위원회‘합의(2010년), 종교평화실현을 위한 불교인선언 발표(2011년), 한진중공업 문제해결을 위한 108배 기도(2011년),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한 범종교회의(2012년), 철도파업 관련 국회 국토교통위 중재 합의(2013년),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파업 중재(2014년), 화쟁코리아 100인 순례(2014년), 밀양송전탑 유족 장례 진행 중재(2014년), 지리산댐 갈등해결을 위한 사회적 대화(2015년), 화쟁독후감 공모전(2015년),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관련 중재활동(2015년), 한반도평화회의(2015년), 세월호 희망의 길찾기 시민대화마당(2016년) 등 사업으로 사회 현안에 개입해 왔다고 업적을 자랑했다.

화쟁위원회가 이렇게 많은 사회문제에 개입을 하였다니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사회문제에 개입을 하고도 어느 하나 화쟁 정신에 따라 근본을 꿰뚫고 국민 모두가 만족해 하는 결론에 이른 것은 없다. 오히려 도법스님의 이야기대로 “자승 총무원장의 앞잡이 노릇”, 즉 방패막이를 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듣는 이유에 대해 4기를 출범하면서 스스로가 깊은 성찰을 하고 과연 이런 화쟁위원회를 지속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충고를 해본다.

도법스님은 화쟁운운 하면서 장님과 코끼리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서 민중들이 주장하는 것은 장님이 코끼리 만진 것과 같은 편견이라고 한다. 이 주장은 마치 너희들은 눈을 감고 실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지만 나는 눈을 뜨고 코끼리를 보고 있으니 내가 주장하는 화쟁을 따라오라고 하는 오만이고 또 하나의 편견에 불과한 것이다. 이것을 우리는 눈뜬 장님이라고도 한다.

도법스님은 또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는 곳이 화쟁위원회라고 한다. ‘흥정’은 국어사전에 보면 매매가 이루어지도록 중간에서 성립시켜주는 일, 흔히 하는 말로 브로커를 이야기한다. 화쟁은 대립과 갈등의 사이에서 브로커를 통해 흥정을 하고 타협을 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대립과 갈등이 일어나는 근원이 무엇인가를 꿰뚫어 보고 근본원인을 해소시키는 것이다.

한상균민주노총위원장 문제에서 보았듯이 부처님 품안으로 피신해 온 사람을 화쟁의 정신으로 보호하고자 했다면 그가 무엇 때문에 조계사로 왔는지 근본원인을 알아서 잘못된 것을 혁파하고자 노력을 하고 그마저도 안된다면 부처님 자비의 정신으로 피신해온 사람을 끝까지 온 몸을 던져서라도 보호하는 것이 화쟁정신이다. 무도한 정권이 압박을 한다고 해서 ‘나가야 한다, 더는 보호해 줄 수가 없다, 이해를 해달라’고 해놓고 화쟁정신으로 중재를 했다고 업적으로 주장하는 것을 보면 ‘벼룩도 낯짝이 있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제4기 화쟁위원회가 진정한 원효의 화쟁정신으로 사회문제와 종단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고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자승총무원장의 방패막이 역할을 지속한다면 더 이상 존재가치가 없다. 화쟁위원회와 4선의 도법 위원장스님이 뼈를 깎는 각오로 성찰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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