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 모든 존재는 무상해서 평등하고, 실체가 없기에 평등하다. 생겨남이 없어 평등하고, 이루어짐도 없으므로 평등하다. 본래청정(本來淸淨)하기 때문에 평등하고, 무익한 논쟁[戱論]1)이 없어서 평등하며, 버리고 취할 것[取捨]도 없는 까닭에 평등하며, 적정(寂靜)하기 때문에 평등하다. 환상과도 같고 꿈과 같으며 그림자와 같고 메아리와도 같으며, 물속의 달과도 같고 거울 속의 형상과 같고 불빛과도 같고 허깨비와도 같으므로 평등이며, 유(有)와 무(無) 둘 아닌 까닭에 평등이니라. -화엄경(華嚴經)

103. 모든 존재는 종본이래(從本已來)로 말을 떠났으며 글을 떠났으며 마음의 대상을 떠났기에 궁극적으로는 평등하여, 변하고 달라짐이 없으며 파괴하지도 못하는 것이니, 모름지기 이것이 한마음(一心)2)이니 그러므로 이름을 진여(眞如)3)라 하는 것이니라. -기신론(起信論)

104. 그때 문수사리보살이 덕수보살에게 묻기를 “불자여, 여래께서 깨달은 것은 오직 한 가지 법이온데, 어찌하여 한량없는 법을 말하고 끝없는 세계를 나타내는 것입니까?”라 하였다. 덕수보살이 답하였다. “비유하건대 큰 바닷물[大海]은 하나이거늘 파도는 천만가지 다르지마는 물 성품에는 차별은 없고 바람의 성품은 하나로서 구별이 없으며, 일체 만물에게 부는 바람은 다른 생각이 없으니 부처님 법도 그러합니다.” -화엄경(華嚴經)

105. 비유컨대 갖가지의 질그릇을 이루고 있는 물질의 근본은 모두 같으니, 이와 같이 보리4)와 무명5)의 갖가지 업환(業幻)도 진여의 본성[眞如性相]에서는 전부 동일하니라. -기신론(起信論)

106. 수행방법6)은 한량없으나 본질에서는 모두 같은 것이니라. -원각경(圓覺經)

107. 선남자여, 모든 장애가 곧 구경각(究竟覺)이고, 기억(得念)과 망각(失念)도 해탈 아님이 없다. 성법(成法)7)이나 파법(破法)8) 모두 열반이고, 지혜(智慧)와 어리석음[愚痴] 모두가 반야(般若)이며, 보살(菩薩)과 외도(外道)가 이룬 법이 모두 보리(菩提)이며, 무명(無明)과 진여(眞如)는 다른 경계[異境界]가 없으며, 계정혜(戒·定·慧)와 음노치(淫·怒·痴)9)가 모두 범행(梵行)이며, 중생(衆生)과 국토(國土)가 모두 동일한 법성(法性)이며, 지옥(地獄)과 천궁(天宮)이 모두 정토(淨土)이며, 유정과 무정이10) 모두 불도를 이루고, 모든 번뇌가 궁극에는 해탈(解脫)인 것이니라. -원각경(圓覺經)

108. “온갖 중생도 다 진여(眞如)11)를 지니고 있으며, 온갖 사물도 진여를 지니고 있으며, 여러 성자(聖者)12)들도 진여를 지니고 있으며, 미륵(彌勒)13)에 이르러서도 진여를 지니고 있습니다.” -유마경(維摩經)

각주
1)언설과 분별을 통한 논쟁으로 망분별(혹은 허망분별)의 대립을 일으켜 중생에게 무익한 언변.
2)일심(一心: eka-citta)은 절대 평등한 진여(眞如), 모든 존재의 근원적인 마음, 여래장(如來藏), 하나의 법계에 모든 법계가 구족하여 오로지 하나의 마음으로 된 것, 견실(堅實)하여 일관된 마음 등을 의미.
3)낱낱의 존재가 지닌 실상(實相)으로, 만유의 본체로서 평등한 진리로 설명되기도 하고, 사물의 지닌 특성에 대해 언급되기도 함.
4)부정(不淨)하거나 불결함이 없으며 번뇌가 없게 된 경지.
5)‘무명(無明)’은 일반적으로 중생이 지닌 근본적인 번뇌.
6)계정혜 3학(三學)과 6바라밀 등의 공덕(功德)을 쌓는 행법(行法).
7)올바른 견해로 부처님의 바른 법을 세움.
8)잘못된 견해로 부처님의 바른 법을 파척.
9)3학의 반대 되는 것으로 음행과 분노와 어리석음.
10)원문은 ‘유성(有性)’과 ‘무정(無性)’. 불성의 유무(有無)나 수행결과에 대해 유종성(有種性, 有性)과 무종성(無種性, 無性)으로 양분.
11)만유(萬有)의 근원. 온갖 존재의 진실한 모습. 상대적인 것을 초월한 절대(絶對)·절대계.
12)원문은 현성(賢聖). 굳이 나누자면 선을 행하고 악을 떠났으나 진리를 깨닫지 못한 사람을 현(賢), 진리를 깨달은 이를 성(聖)이라 한다.
13)Maitreya의 음사. 다음에 성불할 것이 부처님에 의해 예언된 보살.

-한국불교선리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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