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의 언행이 연일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이정현 의원이 당시 김시곤 KBS 보도국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보도를 통제한 사실이 7개 언론단체가 공개한 통화 녹취록을 통해 밝혀진 것이다.

녹취록 내용은 충격적이다. 보도된 바에 따르면 이정현 의원은 4월 21일 밤 김시곤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국가가 어렵고 온 나라가 어려운데 해경과 정부를 두들겨 패는 것이 맞느냐.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항의했다고 한다. 4월 30일에는 한술 더 떠 “하필이면 대통령이 KBS를 봤다”, “해당 아이템을 빼달라”, “다른 걸로 대체하든지 녹음 한 번만 더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정현 의원이 “홍보수석의 역할은 사실과 다른 뉴스가 나가면 잘못됐다고 하는 것”이라고 해명하고,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 또한 “홍보수석 본연의 임무”라고 옹호했지만, 비판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이정현 의원의 행보가 의아하다 못해 엉뚱하기까지 하다. 8월 9일 열리는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출마하겠다고 7일 선언한 것이다. “4·13 총선 직후 전국을 배낭여행하며 국민이 무엇에 분노하고 좌절하며 눈물 흘리는지 생생히 보고 느꼈다”며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겠다”고 출마의 변을 밝힌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자. 나라의 주인은 대통령이 아니다.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다. 정치인에게 주군(主君)은 대통령이나 당 대표가 아니라 국민이어야 한다. 이정현 의원이 진정 국민을 주군으로 생각한다면 국민을 위하겠다며 당 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할 게 아니라, 300명이 넘는 국민이 차디찬 바다 속에서 죽어간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파헤치고, 정부의 행태를 비판하는 언론을 통제하려 든 자신의 행동을 참회하고 자숙하든지, 의원직을 사퇴하든지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도리이다.

지난 4월 국경없는기자회(RSF)는 한국의 언론자유지수가 180개 조사 국가 중 70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31위였던 것이, 보수 정권을 거치면서 10년 만에 곤두박질친 것이다. 국경없는기자회의 평가는 매섭다. “정부가 비판을 참지 못한다”며, “양극화된 미디어에 대한 간섭은 언론 독립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잘못한 것이 있으면 비판하고, 잘못된 길로 들어서면 되돌아 나오도록 일깨우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곪은 상처를 드러내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까지 위협하게 된다.

보도가 마음에 들지 않고 상처를 건드린다고 해서 알량한 힘을 믿고 휘두른다면 당사자는 결국 몰락의 길을 걷게 될 뿐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이정현 의원의 언론통제 사실이 더욱 불편한 것은 불교언론계 또한 언론탄압으로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몸속에 틀어박혀 서서히 사자의 목숨을 죄어오는 사자충을 알리고, 곪은 상처를 드러내는 것을 거부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조계종을 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조계종 스스로 언론탄압 조치를 풀기를 다시 한 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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